쉽고 간단한 기쁨

어렵지 않게 즉각적으로 기분을 신선하게 만들어주는 것들. 뭐가 있을까요.

우선 저 같은 경우는 요즘 히비스커스티를 차갑게 마시는 것에 푹 빠져 있어요. 히비스커스티는 뜨거운 물을 붓자마자 맑은 루비 같은 빛깔이 금세 순순히 흘러나와요. 이게 뜨거운 차로 마시면 티백 하나를 넣었을 때 좀 떫고 신맛이 나는 반면에, 차갑게 마시려고 큰 컵에 티백 하나를 넣고 뜨거운 물로 우린 다음 얼음을 가득 채워주면 적당히 향긋하면서 신선한 맛이 나오거든요. 왠지 컵 속의 얼음을 더 반짝이게 하는듯한 맑은 루비색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도 크고요. 봄의 나른함이 어깨에 내려앉을 때 물리치기 딱이에요.

음 그리고 클라우드로 가서 편지와 카드를 읽어봐요. 예전에 받았던 카드와 편지들이죠. 틈날 때마다 그것들을 찍어놨는데, 클라우드에 놔두고 종종 읽어봐요. 주로 제 생일에 선물로 받은 편지와 카드들이죠. 저는 친구들이 생일날에 뭐 가지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오면 선물은 됐고 부탁인데 편지 한 장 써다오!!! 최대한 길게. 같은 주문을 종종 하거든요. 협소한 인간관계의 폭으로 인하여 편지와 카드를 써준 멤바들이 뭐 거기서 거기지만, 여튼 그 내용을 읽노라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요. 그 폴더엔 사라진 맹세와 차가운 단절도 존재하지만, 그게 뭐 대체로 생일 축하 편지와 카드라서 내용의 절반 이상은 저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의 인사거든요. 읽다 보면 그 인사가 저의 자세를 고쳐주는 기분이 들어요. 아 그래. 착하게 살자. 뭐 그런 디즈니 마음 같은 거...

또 그리고 아로마 롤온이요. 전 두통완화 용도로 많이들 쓰시는 페퍼민트 롤온은 그리 안 좋아하는지라 약간의 물기가 서린 백합 냄새가 나는 풀숲 같은 향 (뭐라지;;;) 의 롤온을 최근 찾아서 매우 흡족하게 바르고 있어요. 지금도 손등에 슥 바르고 와아 하는 중이랍니다.. 이 롤온을 찾은 아로마 샵이 공간 디자인도 맘에 들고 직원분도 부드러운 말투를 지닌 분이라서 오며 가며 가끔 하나씩 사들고 올 거 같아요...그리고 롤온의 그 살짝 차가운 느낌의 볼 부분이 스윽 귀 뒤나 손등위에 미끄러질 때 그 느낌이 어쩐지 좋단 말이죠.. 어쩔 수 없이 닿아서 화들짝 놀라는 차가움이 아니라 저 스스로 바르는 기분 좋은 서늘함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 손쉽고 즉각적인 신선함을 주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제게도 들려주세요!
    • 최근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꽃병을 찾아서 사고 꽃집에 가 꽃을 사서 꽂았어요. 요즘은 꽃이 싸더라고요. 방안에 피어있는 꽃을 보면 너무 행복해져요. 천사의 날개는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꽃잎의 촉감을 느끼는 것도 좋고요. 두 번 샀는데 처음 산 꽃은 희고 붉은 스토크 두 송이에요. 꽃말은 '영원한 아름다움, 변하지 않는 사랑'... 이런 식으로 꽃 이름과 꽃말을 외우는 것도 즐겁고 꽃 사진을 찍거나 직접 사진이 아닌 실물인 꽃을 그리는 것도 행복해요. 시들고 마르면 그냥 버리지 않고 방 한 켠에 모아두기로 했어요. 드라이플라워만 꽃는 꽃병이나 마른 꽃송이만 따서 모아두는 투명한 유리병을 구하고 싶어요.
      • 꽃을 그리시다니... 예쁜 모습이네요.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밀정원 같은 걸 대략 열개쯤 채우면 이 풍진 세상 하루 살아내는 거 좀 낫더라고요. ㅎ 꽃말과 꽃에 관한 스토리 읽는 거 참 아기자기하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대개 무용해요 ㅋㅋ 하지만 뭐든 실용성만 따지다간 어느새 비실용적인 하루를 보내게 되는 아이러니를 생각하면. 무용하고 무해한 아름다운 것들에 홀리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 선물로 긴 편지를 써달라, 멋지네요. 저도 이번 생일부터 그렇게 선물을 받는 것도 좋겠다 생각들었습니다.




      '쉽고 간단한 기쁨'이라면 역시 게임 플레이인데, 요즘은 게임이 예전만큼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네요. 오히려 요즘 새로 발견한 그런 기쁨이 요리인 것 같군요. 내가 하고 싶은대로 되는 때에는 큰 충족감이, 제 자신과 다른 이들이 맛있게 먹을 때 그야말로 행복감이.

      • 게임.. 아 그게 있네요. ㅎ 근데 저 같은 인간은 게임 조작법 공부하다가 피곤해지는... (머리가 나쁜듯요) 요리 사진 올려주실 생각 없으신가요... 보고 싶다. 시간되실 때 추천 요리 글 한번 풀어주심이.. ^^ 요리를 해서 누군가를 먹이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 보면 참 따뜻해요. 인간적이고.
    •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작은 풀꽃을 바라보는 거요. 다음에서 사진찍어 검색하면 이름을 알 수가 있어요. 이름을 아는 작은 꽃이 늘어갈때 기뻐요. 

      • 그거 네이버 포토 검색 기능 카메라 모드로 꽃을 찍으면 바로 꽃 이름 나오더라고요.. (좋은 세상이다아)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꽃을 찍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도 분명 흐뭇하게 씨익 웃을 것 같네요...
    • 꾸안꾸 꽃이나 나무를 볼 때 그래요.

      벚꽃 명소에는 별 감흥을 못 느끼는데

      어느 담장 안에 무심 시크하게 핀 꽃들은 참 좋아요.

      명소가 안 예쁘다는 게 아니라 , 명소라면 당연히 이쯤은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뭐 그런 생각입니다.ㅋㅋㅋ


      그런 꽃들을 보면 사람들 마음에서 제일 약한 부분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죠.

      • 아 저도 주택가를 빙빙 돌다가 넝쿨장미 같은 걸 발견하거나, 실금처럼 드리워진 가느다란 담쟁이 잎사귀 좋아하는데 (물론 벽을 모두 뒤덮은 수북한 담쟁이는 좀 무섭고..)


        그렇죠.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 뭐니 뭐니 해도 모닝커피죠! 커피문외한이라 그냥 큐리그 캡슐 커피 마시지만, 커피 졸졸 내려올때 그 향기를 맡으면 그날 하루를 살아 낼 준비가 셋업 된 기분입니다. (다 마시면 아쉽기 짝이 없는...)
      • 귀여운 아기새님 ㅎ 이 세상에 커피콩 볶는 냄새랑 커피 내리는 냄새만큼 좋은 게 드물죠. 커피 졸졸 내려올 때 나는 소리도 참 좋아요.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바라보게 되는 찰나의 온전한 평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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