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 에넬, 타오르는 배우의 초상

제가 아델 에넬을 스크린에서 만났던 작품은 총 세 작품입니다. 맨 처음 봤던 작품은 <120 bpm>이었습니다. 남자가 대다수인 에이즈 환자/활동가 무리에서 에넬이 묘사하는 캐릭터의 존재감은 꽤 강렬했습니다. 부릅뜬 눈으로 함께 소리지르고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치열한 불씨 중 하나였습니다. 박수를 치는 대신 핑거스냅을 날리는 에넬의 캐릭터는 제가 다음 영화에서 본 그를 기억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때 그 여자다.

그 다음 저는 프랑스 대혁명을 그렸던 <원 네이션>에서 그와 재회했습니다.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나오는 가운데 아델의 얼굴은 프랑스 대혁명에서 지워진 여성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여자도 시민이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다음 저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아델을 또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길게 하도록 하구요...

우연히도 제가 본 아델의 필모는 투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습니다. 그는 별로 웃지 않았습니다. 그가 속한 세계는 그를 향한 압력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필모 속에서 그는 순순히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저항하고 존재를 각인시키려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델의 시그니처 표정이 있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노려보는 얼굴입니다.

세자르 영화제를 박차고 나가는 아델 에넬의 얼굴을 봤습니다. 저는 그의 얼굴을 영화에서 볼 때는 어떤 아름다움이나 진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화면 바깥의 아델의 분노한 얼굴에서는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했습니다. 파렴치한의 세계에서 인내가 바닥난 자의 얼굴은 감상할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델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남인 당혹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인간으로서의 불쾌함은 칭송할 것이 아니라 누구의 얼굴에도 떠오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요. 세계는 제 멋대로 용서하는 자들이 쓸데없이 견고하게 만들어놓았고 거기에 일그러진 여자의 얼굴이 균열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의 투쟁은 숭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절머리와 짜증에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무 일 없는 제 개인적 평화가 정상적인 것인지 자문하고 있습니다.
    • 저는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에서 처음 봤는데 여기서도 언급하신 그런 느낌이 강하죠.

    • Sonny님 그래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 평은 언제 써 주실 건가요? 제 글 댓글에서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예술보다 인권이지, 착취없는 성적관계를 왜 프랑스인들은 못 알아보는가 별별 생각을 했어요.


      세자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국의 훌륭한영화인을 모른척 할까 생각해보면...옛 대종상 같은 건가 싶기도 하구요.


      아델은 정말 멋있죠. 눈에 띌 때마다 뭔가 감탄하게 됩니다.

    • 이 배우가 여성감독과 사귀는 배우인가요? 어디서 본 거라 확실히 기억은 못 합니다만, 미성년자였을 때 만난 거라 이것도 그루밍이 아닌가 잠깐 생각했었죠.

      프랑스 영화계가 실망스럽네요. 레아 세이두가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추행당한 고백을 했는데 비노쉬는 용서하자는 소리를 했고요. 25년 동안 고통받으며 우울과 알콜에 의지했다는 애나벨라 시오라에게 동료의식은 없는지 원. 괜히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She'snothing이라고 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운 포장지가 싹 벗겨져 텅 빔이 드러난 느낌이었어요.까드린느  드뇌브는 미투 반대 성명 발표.




      도미닉 스트로스 칸이 강간 혐의가 있을 때도 그의 정치적 입지에는 영향없을 거라고 가디언에 파리 시민들이 응답했었죠

    • 폴란드 영화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Holland, whose historical drama Charlatan is set to screen next week as a Berlinale Special Gala, told Screen: “I see a lot of hypocrisy in Polanski’s case. All the institutions - like the American Film Academy or the French Film Academy - knew about what he [Polanski] did for many, many years. He was received, distributed and awarded.



      “Then, suddenly, because the social mood changed, the same man became totally rejected and a fugitive not only from the US but from every place. I think it is to clean the dirty conscience of those institutions and to show kind of moral purity.”
    • 아델 에넬 멋지죠. 저는 영화 <원 네이션>에서 이 배우를 처음 보았는데 이번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정말 분명한 인상을 갖게 되었죠. 멋진 배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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