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짧은 잡담

재개봉하니 개봉 당시 열풍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안 봤던 저같은 사람도 보게 됩니다. 그러기도 웹 상의 너무 다양한 해석과 감상글때문에 겁나서 안 본 것도 있습니다. 닥치고 놀란 찬양파도 아니고요. 그런데,케이블로는 제대로 감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봤습니다.


이 영화는 아날로그적이고 편집과 음악이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에 가서 보게 되는 게 음향때문이었고요.


놀란이 기용하는 배우들은 이름값이 다 쟁쟁한데 그 사람 영화 안에서 이상하게  배우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다 100프로 활용한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뭔가 눌려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이 눌려 있는 느낌때문에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브루스 웨인을 베일 버전보다 좋게 보고 벤 에플렉의 배트맨이 베일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베일이 놀란의 외모와 연출 스타일만큼 우직하고 심각하다면 에플렉은 웨인/배트맨이 편집증적이고 맛이 간 놈이라는 걸 알고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각본과 연기지도 면에서 감독의 한계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 나왔던 게 이 영화에서의  킬리안 머피 아니었나 싶어요. <메멘토>의 가이 피어스는 배우가 알아서 잘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일이 배트맨으로 캐스팅되기 전 놀란이 원한 배우이기도 했죠.  톰 하디는 자의식 과잉이나 극적으로 양식화된 느낌없이 정말 자연스런 연기를 해서 그 이후의 승승장구가 이해가 됩니다. 팔딱팔딱 뛰는 느낌이었어요.


리오 - 마리옹- 엘렌 페이지 셋을 교차시킨 장면이 후반에 나오잖아요. 이것은 놀란 영화에서 대착점에 있는 두 남자 그 사이에 낀 여자 구도가 생각나더군요. 페이지는 꼬띠아르에 대적하면서 밀리지 않는 에너지와 디카프리오에게 연민을 갖고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해 주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잘 해 냅니다. 추락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는데 <제5원소>의 추락장면도 생각나더군요.



 결말은 현실에서 끝이 나고 주인공도 현실로 돌아가고자 발버둥쳤지만, 꿈이든 현실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기를 택한 주인공의 의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놀란에 대한 제 생각은 재간꾼이라는 겁니다, 좋은 의미에서요. '거장', '작가' 까지는 모르겠고요. 아직은 젊고 현재진행형인 사람이잖아요.


나이든 리오에 익숙해져 어쩌다 어린 시절 리오 보면 원래 성깔있게 생겼구나, 살 찔 얼굴이었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아리아드네가 콥에게 보이는 관심은, 일단 아리아드네는 다른 문화와 언어권으로 유학 올 정도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고 불법적인 일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약간 주저하다가 전혀 새로운 세계를 지을 수 있다는 스릴을 거부하지 못 하고 사기나 다름없는 일에 합류할 정도의 과감성이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리고 맬때문에 프로젝트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잘 하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수 있어서 맬에 대한 코브의 사연을 듣고 그  오류 혹은 위험성을 제거하는 게 당연하다고 봤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팀원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봤어요. 이성적 관심은 아닌 듯 하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요. 페이지는 그 전작인 <주노>에서 부부와 얽히는 역을 연기하는데 여기서는 코브 부부의 문제에 끼여들게 됩니다.



edward gorey it 이미지 검색결과


코브의 무의식에 늘어 붙어 허구한날 튀어 나오는 맬을 보고 저는 에드워드 고리의 그것을 생각했죠.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프렌치 팝송인데 이탈리아 어 버전입니다.

    • 얼굴도 목소리도 예쁜 엘사네요♥

      이탈리아어로 직접 불렀나봐요.

      내한해서 우리 티비에 나올 땐 너무 좋아서 음반도 샀었는데.

      땅 바 빠 좋아합니다.저 앨범커버 맨 위에 있는 곡.
      • Elsa Lunghini가 본명인데 이탈리아 계라네요. 에바 그린하고는 어머니 쪽으로 해서 사촌요. T'en va pas는 영어 버전을 엄청 많이 들었죠.

    • 이제 놀란도 50대인 걸로 아는데...(강호동이 친구라고 해서 뭥? 했는데 나이가 똑같다고...) 개인적으로 인셉션은 개봉 당시 재미있게 봤지만 시간이 지나니 왠지 가라앉는 느낌도 있어요. 오히려 인터스텔라와ㅜ다크 나이트를 용산 아이맥스에서 원본 화면 비로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 제가 <다크 나이트>는 온갖 상영관 섭렵하면서 30번은 봤는데 지금은 완전히 짜게 식었어요, 그게 <다크 나이트 라이즈>보고 나서였습니다. 그 영화도 극장에서 세 번은 봤죠. 17년 여름에 <다크 나이트>재개봉할 때 다시 보고 이제는 완전히 애정이 식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덧붙여, 매기 질렌홀이 매력없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고요. 이름은 기억 안 나는 어린 여배우가 <다크 나이트>의 배 장면을 가장 감동적인 영화 장면으로 뽑았던 잡지 기사 읽고 다른 옛날 영화도 좀 보라고 말하고 싶었죠. <인셉션>을 위에서 쓴 이유로 극장에서 두 번 봤지만 제가 열광할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크 나이트>이전의 <프레스티지>와 <인썸니아>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솔직히 놀란은 좀 과대평가된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영화 안에서 어떤 규칙을 정해놓고, 그것에 맞춰 캐릭터들이 제한된 연기를 하다보니 좀 장기말 같아지고 말씀하신 눌려있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놀란이 좀 음흉하단 생각을 하는 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주요 테마를 따오면서


      (인터스텔라는 가이낙스의 건버스터와 비슷한 설정이 있고, 인셉션은 사실상 콘 사토시의 파프리카 아류작 정도입니다)


      늘 그것에 대해 언급도 안하는 점이에요. 


      이건 무엇의 오마쥬다, 그런 작품을 좋아해서 소재를 빌려왔다 정도의 언급은 해야죠. 그렇다고 영화가 후져지는 것도 아닌데..

      • 히스 레저,가이 피어스,킬리안 머피는 본인의 능력이었다고 봅니다. 감독이 지도한 것 이상의 것을 본인의 능력치에서 가져 왔다고 생각해요. 가이 피어스는 튀지 않으면서 완벽주의적으로 준비해서 역에 몰입하는 배우기도 하고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 사라지고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하는 고든 게코가 나오지 않을 때 심심해지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서구에서도 놀란이 과대평가되었느냐는 논쟁이 있는 편인데 <메멘토>는 누군가가 해롤드 핀터의 <Betrayal>을 들어서 아주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저 그렇지 않아도 <창조하는 뇌>라는 책에서 시간의 역구성과 관련해 <배신>을 언급한 것 보긴 했습니다. 놀란의 영리함이란 게 한편으로는 이 음흉함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테크니션이라고만 하기에도 아직은 뭔가 부족해요. 놀란은 시네키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인생을 영화를 통해서 배웠다고 하나요. 현실의 살이 부딪히고 이런 생생함과 피튀겨짐이 안 느껴지는 감독들 중의 한 명입니다. 관념을 시네마를 통해 구축한다는 장기는 확실하고요. 쓰다 보니 폴 버호벤이 대단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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