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는 바낭) 요가수업, 멋진 사람들
1. 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한지 벌써 두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주일에 2-3회씩 나가고 있지요. 수업은 시간마다 조금씩 다르고, 학원(?)에서 제공하는 수업 과정 중 몇몇 과정을 제외하고 2/3정도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원통을 가지고 몸을 늘리는 코어 테라피 요가(정식명칭인지는 모름)과 천천히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소마 요가입니다.
가장 자주 하게 되는 요가는 빈야사 요가고요. P-테라피요가 라고 이름붙은 수업은, 필라테스-테라피 요가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피트니스-테라피 나 PT-테라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달린 후(요가에서 스쿼트를 왜 합니까!! ㅠ.ㅠ)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어제는 밤 늦게 빈야사 요가 수업을 들었습니다. 아직은 낯설은 인도 이름을 가진 동작들을 따라 하다보니 하루 동안 저를 눌렀던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자세가 된다고? 이게..?으악..!" + "오른쪽이 어디야...? 이 손인가? 아니 이 손인가?? "
수업 전후로 잠깐씩 갖는 명상도 좋고, 적당하게 부산스럽거나 , 적당하게 정적이고 조용한 수업도 마음에 듭니다. 요가는 저와 잘 맞는 운동인 듯하여 요새 무척 즐겁습니다.
2. 요가 선생님이 굉장히 미인입니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목소리도 좋고 발음이 명쾌한데다, 별거 아닌듯 무심하게 요가 동작을 해내는 모습이 멋집니다.
다 멋지지만 역시 "무심한 자세로 매우 어려운 동작을 유연하게 해 내는 모습"이 멋짐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가 수업에 들어가는게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근래에 비슷한 분과 작업을 같이 했었습니다. 제가 속한 프로젝트에 기술지원 온 다른 회사 엔지니어였는데, 중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매우 어려운 작업을 무심한듯 척척 해내셨습니다.
제가 실수를 하여 안그래도 빠듯한 작업 시간 내에, 동일한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eq 시간 없어 죽겠는데 너땜에 했던 일 또 하잖아. 이 똥멍청아! 의 상황 )
"하하 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법이죠. 괜찮아요. 잘못 된 설정 값 지우고, 설정 값 차분히 넣어봐요."라며 저를 다독이며 상황 수습을 하시는 멋진 양반이셨습니다. 이런 걸 두고 멋짐 폭발이고 해야죠!
덕분에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 지었고,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무척 무척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엔지니어님도 다 멋지지만 역시 무심한듯 일 잘하는 모습이 포인트 입니다.. 저한테는 말이죠.
내년에는 저도 이 두 사람들처럼 '무심한듯 여유롭게 잘하는' 것을 (무엇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제 사수이시자 팀장님이 "이게 되겠어? 되겟냐고?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이게 어떻게.... 되네?"라며 갈굴때도 "허허허. 하다보니 되었네요. 팀장님." 이라던가
저희팀 막내 사원이 "@.@" 이럴 때에도 "허허허 다시 작업 순서 설명해 줄게요. 이번엔 노트에 적는게 좋겠네요" 라고 말해줄 수 있게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눈으로 욕하는 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으음.. 아니 그냥 욕하는 것부터 고쳐야 하나..
어쨌든 내년엔 무심한듯 여유롭게 잘하는 사람을 목표로 해볼랍니다. (무엇을?)
저는 무심한 듯 여유롭게 그냥 있는 걸 잘 합니다. 자신 있어요.
일생동안 몸 쓰는 일을 귀찮아하며 살아왔는데 나이 먹어서 몸이 굳고 맛이 가기 시작하니 그게 좀 후회가 되더라구요. 자기 몸을 자기 의도와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게 얼마나 상쾌하고 멋진 일인지 맛이 간 후에야 깨달았어요. 이제라도 노력을 좀 해보면 많이 늦었어도 안 하는 것보단 훨씬 좋을 텐데 그게... ㅋㅋㅋ
저는 항상 무심한 척 하면서 시작해서.. 막판에 잘 안풀리니 조급증 발동동..
역시 무심시크스킬도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그들의 멋짐을 발견하는 시선 또한 멋지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전혀 설렘 모먼트 없는, 흔한 직장인의 모습으로만 비춰질 수도 있잖겠어요?
멋짐을 발견하는 감수성도 누구나 다 가진 건 아니죠... 글 읽으면서 내내 미소 지었답니다.
뭔가 귀여운 느낌도 들고.... ㅎ 그냥저냥님이 내년엔 분명 ''무심한듯 여유롭게 잘하는' 목표를 이루실 거라 생각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