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에서의 채식 이슈, 채식주의자를 조롱하는 평론가 등

1. 최근 단체급식에서 채식 이슈를 다룬 기사들
https://news.v.daum.net/v/20191222100020304
"밥에 김만 먹었어요" 채식 청소년은 급식이 두렵다
정씨는 "장난이지만 나에게 '동물 살해' '동물 사체 맛있다' 등과 같은 모욕적인 말로 조롱하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호기심을 보이고 채식을 왜 하는 것인지 이유를 물어보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나를 따라 채식에 도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짜루씨 또한 "도시락을 챙기는 나를 보는 학우들의 시선들이 마치 동물원의 신기한 동물을 쳐다보는 것과 같았다. 기분이 나쁘고 심할 때는 체할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2년 새 채식 문화가 훨씬 대중화되면서 내 채식이 하나의 지향점이나 철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는 올해 채식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학원 친구 또한 관심을 보이다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식 대신 채식 도시락을 먹는 김산아씨(17·고2)도 "채식에 대해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며 "내가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에 하는 채식에 '불쌍해서 안 먹는다고?'라고 비웃기도 하는데, 동물·환경 더 나아가 인권 문제까지 채식과 얽혀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친구는 충격을 받고 '나도 꼭 육류 섭취를 줄일 것'이라고 말해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6&aid=0000042449
채식은 기본권, 비건은 양심의 자유
- 포르투갈은 모든 공공기관에 채식 메뉴, 프랑스는 주 1회 채식 의무화, 독일은 비건 급식 논쟁 중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247744
"미국은 장군님이 비건, 채식 군인을 허하라"
미국의 경우 대체로 군대 내에서 채식이 자유로운 분위기다. 카투사(주한 미8군에서 복무하는 한국 육군)에서 군 복무를 마친 전아무개씨는 "각자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이라 채식주의자로서 겪는 어려움이 크지 않았고, 건강을 이유로 채식을 하며 이를 병사들에게 권유하는 상관도 있었다"고 말했다.[...]



2. 
교육기관에서 채식급식을 제공하는 것에는 세 가지 정도의 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1) 대부분의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동시에 속하게 되는, '잡식을 건강식/정상식이라고 믿는 믿음구조'에 무반성적으로 포섭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잡식을 선택하건 채식을 선택하건간에, 아이들은 이런 계기를 통해서 스스로의 먹는 문제에 관해 고민을 해나가겠죠. 머니투데이의 기사에 인용된 인터뷰에 따르면 한 아이가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아이와 대화할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서 다른 아이가 스스로의 식이에 대해 의미있는 선택을 내리기도 하더군요.

만약 이런 최소한도의 계기조차 없다면, 아이들은 철저하게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동물들 혹은 반려동물과, '먹는 동물'인 고기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유년 단계에서 사고할 수 없게 될거예요. 닭의 밀집사육과 배터리케이지, 돼지의 임신용 우리, 젖소의 강제정액삽입임신등 아이들이 알아야 할 공장식 축산의 윤리적 이슈들은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교육되어야 해요. 이를 은폐하고 아이들에게 자율적 판단의 최소 계기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잡식을 제공한다면, 이는 "(은폐된) 육식 강요"가 되겠죠. 

(2) 미국 영양학 아카데미(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는 "잘 계획된 채식주의는 건강에 좋고, 영양학적으로 적합하며,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관리에 이점을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들에게 특정 영양소, 식품 구입과 준비, 각자의 요구에 맞는 식품 응용에 대해 교육할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첨언도 덧붙여요. 

채식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일이 많은 수의 개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것 같아요. 비건들 사이에서도 비타민 B12를 김, 파래를 제외한 일반 해조류를 통해서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요. 채식주의 식단을 구성할 때에 견과류와 해조류를 자주 사용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지식도 잡식인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죠. 비건을 시도했다가 엉망으로 먹고 건강관리에 실패하는 사례도 제법 흔해 보이고요.

그러니까, 적어도 교육 단계에서 채식주의 식단을 맛본 아이들이 다음 세대로 성장한다면, 지속가능한 채식주의 식단을 스스로 구성할 능력이 생길 거라고 봐요. 잡식인들도 채식주의 식단이 풀떼기만 먹는 '토끼 식단'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용적 태도를 가질 수 있을 테고요.

(3) 마지막 이유가 어쩌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생수는 580만명이에요. 이 580만명이 닭 한마리씩을 덜 먹으면, 닭 580만마리의 고통스러운 삶을 지구상에 재생산할 이유가 사라져요. 아이작 싱어는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나치이다"라고 말했고, 유발 하라리는 "공장식 축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라고 말했어요. 분기에 한 끼, 월에 한 끼 수준에서 채식식단을 구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변형해 말한다면, 580만마리의 닭이라면 그 자체로 인류가 주요한 '범죄행위' 한 번을 덜 일으키는 셈이죠.

유발 하라리, Industrial farming is one of the worst crimes in history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5/sep/25/industrial-farming-one-worst-crimes-history-ethical-question




3.
뒷북인데, 주요 문예지로 등단한 한 문학평론가가 2017년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글을 문학3에 발표했더군요. <문학은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입니다. 채식주의자의 윤리적 우월감을 조롱하면서 시작한 이 글은, 이런 언급까지 합니다.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을 불쌍히 여기거나, 전지구적 육식이 가져오는 환경파괴에 저항하여 흔히들 실천하게 되는 것이 '채식'이다. 그런데 채식을 위해서는 동물을 공장식으로 기르는 만큼이나 농작물 또한 광범위하고 계획적으로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또한 세간의 믿음과 달리 채식은 육식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의 공급을 끊어버려 육식과 또다른 방향에서 몸을 망친다. 채식을 둘러싼 이 두가지 역설이 주는 교훈 역시 두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는데 1) 세계의 악(육식)을 피하기 위해 선(채식)을 택해봤자 그 세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 결정적인 것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2) 선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악에 비해 차악에 불과할 뿐인지도 모른다.>

동 문예지에 실린 반론자는 이 출처불명 논거들의 출처를 <채식의 배신>이라고 추정하는데, 음... 글쎄요. 다른 학자들의 의견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척박한 땅에 자생하는 풀을 가축의 먹이로 사용하는 방목은 경제적인 식량생산 방법이다. 그러나 20세기 초부터 일반화된 기업형 축산시설은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두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여 동물성 식품 생산을 도모한다. 일반적으로 1kg의 쇠고기 생산을 위하여 6kg의 보리가 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단백질로 보면 쇠고기 생산을 위한 사료단백질 전환율은 4.6%밖에 안된다. 즉 100g의 단백질을 사료로 투여하여 4,6g의 쇠고기 단백질을 얻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단백질로 볼 때 쇠고기로 한 끼를 먹는 것은 곡물 20명분을 한 번에 먹어치우는 것과 같다.> (이철호 등, KAST 식량안보 연구보고서)

<(현재의 식단에서) 동물성 재료를 더 적게 사용한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주요한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WHO에서 제시한 권장 식단(HGD)으로 전환하는 경우, 연간 510만명의 죽음을 줄일 수 있고, 7천 9백만년의 수명이 추가로 획득된다.  베지테리언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730만명이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되고, 도합 1억 1천 4백만년의 수명이 추가로 획득된다. 비건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810만명의 죽음을 피할 수 있게 되고, 1억 2천 9백만년의 수명이 추가로 획득 가능해진다.>
(Marco Springmann, H 등(옥스퍼드 식량의 미래 연구팀), Analysis and valuation of the health and climate change cobenefits of dietary change) 

해당 연구에 대한 한겨례의 설명 :

<현재의 식단보다 채식 비중을 높인 세가지 식단을 채택할 경우, 2050년의 세상은 각각 어떻게 바뀔까? 연구진은 권장 식단으로 바꾸기만 해도 연간 510만명의 죽음을 구제해 사망률을 6%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했다. 식량 시스템에서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9%, 보건비용 절감액은 735억달러로 추산했다. 채식주의 식단으로 바꾸면 한 해 730만명의 생명을 구해 사망률이 9% 떨어진다. 온실가스는 63% 줄어들고 비용 절감액은 9730억달러에 이른다. 완전채식으로 전환하면 810만명이 구제를 받아 사망률이 10%나 떨어진다. 온실가스 감소율은 무려 70%, 비용절감액은 1조달러를 웃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37507.html

"육식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의 공급을 끊어버려..." 어쩌구 하는 논거는 제가 아는 바 주류 영양학계의 의견과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문학판에서 이런 느슨하고 언피씨한 조롱이 발설됐는데, 여지껏 화제조차 되지 않았다는 게 씁쓸합니다. 채식주의자들이나 동물권 지지자들이 없는 게 아닐텐데, "강요하지 마라", "주위와 싸우지 않는 평화로운 채식주의자-남을 존중하는 채식주의자가 되어라"라는 외적으로 강제된 규범에 너무 길들여진 분위기였던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스스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발설하고 주장하라는 페미니즘 운동의 교훈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자신도 그런 맥락에서 관련 이슈에 해당하는 글을 올려봅니다.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사실은 저도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게 틀렸나? 하고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 좀 이상한 주장이 담긴 책 같은데, 이상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 식물들이 재배과정에서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인간에게 먹힐 때도 동물이 당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통증에 시달린다고 정말 리얼한 묘사를 하길래 그래…생명이란게 식물이든 동물이든 똑같지. 그냥 굶어야겠…뭐 이런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 식물 고통설까지...! 근래에 이 근거 없는 믿음을 조장하는 건 벡스터 효과(식물감응설) 류의 유사과학 자체보다는, 식물이 외부자극에 화학적 반응을 내놓는 것을 두고 "비명"이니 "고통"이니 하며, 원 연구자의 취지와 상반된 은유적 표현으로 주목을 끌려는 인터넷 기사의 책임이 큰 것 같아요.
    • https://m.blog.naver.com/10004okaying/220534990906


      어린이 및 청소년에 대한 채식주의는 반대입니다. 부모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어린이의 채식은 독이 될수 밖에 없는데 이전에 그런 방송 자료가 있어서 찾으려 하다보니 안나와 비슷한 블로그 글을 달아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잡식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식단이 좋을리가 없죠. 특히나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한 청소년기에는요. 이것은 백신과 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야된다고 생각해요. 백신이 병을 키운다고 믿는 몇몇 부모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백신을 맞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죠? 결과는 불보듯이 뻔한 일인데 결국 부모의 욕심으로 비롯된 일이고 이는 국가적으로 관리해야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고등학교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 교육인 만큼 영향학적으로도 책임져야되야 하고 그런 뜻에서 채식의 자유를 보장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되는 나이니까요.
      • (1) "어린이의 채식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제가 아는 바 대로라면 주류 영양학계의 일치된 견해가 아닙니다. 일부 논쟁이 있지만 the American 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 Dietitians of Canada, the Australian 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 New Zealand Ministry of Health, Harvard Medical School, British Dietetic Association등 다수 전문기관과 조직들이, 전 생애주기(임신기와 영아기, 유아기를 포함하여)에서 채식주의가 적절한 관리를 포함한다면 건강상 이득을 제공할 수 있고, 영양학적으로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원문들은 영문 위키피디아 vegan 페이지에 걸린 출처링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에 반대하는 기관은 독일 German Society for Nutrition 정도인데, 이 기관 역시 "영유아에 대한 채식주의를 추천할 수 없다"는 정도의 반쯤 발빼는 주장을 내어놓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져오신 MBC 채식의 배신 다큐멘터리는, 영양학적으로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가정을 표본으로 삼았으며, 그 표본의 수 자체가 적었으며, 여타의 변인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방송된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인용된 전문가 의견은 근래의 연구들과 명시적으로 불일치하기까지 합니다. (비타민 B12가 동물성 식품을 통해서만 획득가능하다는 주장은, 김과 파래를 통한 섭취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조사된 이후 완전히 거짓이 되었고, 그 전에도 효모발효된 비건 멀티비타민이나 뉴트리셔널 이스트 등을 통해 섭취가능했기에 참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더 상세한 전문가 반론은 다음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vegedoctor.org/?p=12625




        "기본적으로 인간은 잡식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식단이 좋을 리가 없다"라는 주장은 분홍돼지님의 개인적인 견해로, 이 견해를 지지할 수 있는 주류 영양학계의 전문가 의견을 저는 찾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영유아, 아동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일부 남아있기는 하지만, 성인의 채식주의가 건강상 유해하다는 견해는 일반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비과학에 근거한 안아키와 채식주의를 동급으로 놓는 건 다소 오버하신 것 같습니다.

        • 벨기에 정부 자문기구인 벨기에 왕립의학원에서는 완전 채식주의 강요하는 부모, 기소 돼야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률 의견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23601005&wlog_tag3=daum




          스웨덴에서는 18개월 딸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하다가 징역형을 받았고, 호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네요. 우리나라는 아래와 같이 비슷한 사례가 방송에 나온 경우가 있습니다.




          https://fun.jjang0u.com/chalkadak/view?db=160&is_mobile_view=off+class%253Df_link_bu+f_l&no=422666




          위의 사례에서는 채식만 해온 아이는 근육이 부족하고 발육이 부진하며 부모도 B12가 공통적으로 부족하다고 하네요. 제가 안아키와 동급으로 비교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사례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류 영양학계에서 주장하는 것과 일반인의 사례는 다를 수 밖에 없거든요. 성인이 하는 채식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성인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요즘과 같은 영양이 과하게 공급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적당한 채식이 몸에 좋을 수 있으니까요. 저 자신도 고기를 먹을 때에는 꼭 쌈을 같이 먹거나 샐러드를 곁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의 채식과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채식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에는 고른 영양소가 필요하고, 채식주의의 적절한 관리만 있다면 영양학적으로 적합하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적절한 관리를 일반인이 얼마나 따라 갈 수 있느냐 입니다.




          길실밥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영양학적으로 적절한 교육이 이워지지 못한 가정은 생각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고른 식단을 먹이기도 어렵다고 토로하는 판국에 채식만으로 균형잡힌 식단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위와 같은 결과이며, 고른 식단을 제공하였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끝으로 한쪽에 치우친 식단이 좋을리가 없다는 주장은 제 생각입니다.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결론이기도 합니다. 주류 영양학계 전문가들까지 찾지 않더라도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는 말씀은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것 같은데, 굳이 누구의 이름을 빌려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1) 
            텔레그래프지가 "Parents who raise children as vegans should be prosecuted, say Belgian doctors"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기사를 내긴 했는데, 지면에 인용된 내용을 보면 부모들이 기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직접 벨기에 왕립의학원(ARMB)의 의사가 내놓지는 않습니다. 좀 과장한 것 아닌가 싶은데요. 어쨌거나 PETA등이 비난성명을 내는 등 여러가지 논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이런 비판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ARMB가 내놓은 입장이 다음 글 같습니다. "Clarification on the vegetalian diet for children, pregnant and breastfeeding women."

            http://www.armb.be/index.php?eID=tx_nawsecuredl&u=0&g=0&hash=3784cc718af628ab5de26a36de409a5ab3281506&file=fileadmin/sites/armb/upload/armb_super_editor/armb_editor/pdf/Avis/2019/Mise_au_point__version_anglaise_.pdf

            이 글을 보면, 전해전해 듣는 것보다는 ARMB의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보입니다.

            "The Academy has not issued any criticism concerning a vegetarian diet. It was, in fact, the opinion on a vegan diet during pregnancy, breastfeeding and infancy that has provoked the controversy. The ARMB does not dispute that this type of nutrition can modify the incidence of some diseases (metabolic syndrome, diabetes, cardiovascular disease and some types of cancer). Nor does it dispute the benefits of balanced, diversified diets, of course for people who are properly informed."

            ARMB는 먼저 자신들이 채식주의 식단에 대해 어떤 비판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비건에 대한 견해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하죠. 또한 비건 식단이 어떠한 질병의 유병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나, 적절한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 실천하는 균형잡힌 비건 식단의 이익에 대해 반론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여러가지 기발표된 연구들을 살피면서 아동 대상의 비건 채식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성들에 대한 경고와, 적절한 교육과 전문가 상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The purpose of the ARMB opinion is to inform the population about the necessity for careful dietetic supervision and about the risks run in the absence of monitoring. Its aim is not to attack or blame parents, even less to encourage legal proceedings."

            결론부에, ARMB의 견해의 목표는 대중들에게 식이에 대한 주의깊은 감독을 요구하는 것이며, 모니터링의 결핍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는 것이지, 부모를 비난하거나 법적 처리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것 같습니다.

            즉 상세히 보면 벨기에 왕립의학원의 입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과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유아 대상의 비건 채식주의가 논쟁적이기에 부모들에게 잘 알려져야 한다는 차원인 것 같고요.

            그런데 저희가 논의중인 경우라면, 각 학교에는 아동들에게 제공될 채식급식을 결정할 수 있는 영양학 전문가인 영양사가 붙지 않습니까? ARMB의 경고 속에, 비건급식을 제공하지 않아야 할 결정적인 논거가 되는 지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보 등 타협적 채식급식이라면 더더욱 근거가 없을 것이고요.

            다만 제 영어가 좀 부실하고 구글 번역에 많이 의존하는 처지라, 틀린 부분이 불편하시다면 지적해주세요.

            (2) 개별 사례에 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논거로서의 힘이 없거든요. 잡식아동이 영양실조로 죽은 걸 잡식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채식주의자는 없잖아요. 잡식아동도 부모가 게으르거나, 가공육만 먹이거나, 영양학적으로 엉망진창인 지식을 갖고 있거나, 소득이 없어서 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등 다양한 사정으로 인해 영양결핍으로 사망할 수 있는데, 그것이 잡식이 틀렸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채식주의를 악마화하기 위한 도구로 커뮤니티를 떠도는 글이 무언가 정당화된 주장을 함축하는 것처럼 취급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3) "주류 영양학계에서 주장하는 것과 일반인의 사례는 다를 수밖에 없다."라는 점이, 공교육 과정에 채식주의를 비롯한 먹는 것에 관한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가 믿는 이유입니다. 또한 AND와 ARMB를 포함한 영양학 전문가들의 입장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균형잡히고, 다양하게 분화된 식사를 아동에게 제공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러려면 무엇이 균형잡힌 식단인지 알아야 하고, 모델을 접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채식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시채식급식, 일반아동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간헐적(?) 채식급식을 제가 모두 찬성하는 이유입니다. 영양학적 고려를 충족한 채식급여의 제공이 "현실적으로 부모들에게 어려운 과제다"라는 점은, 영양사가 상주하는 학교급식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이 논점에서는 좀 별개 같습니다.

            (4) 멜라니 조이를 비롯한 동물권 연구자들은 "골고루 먹어야 좋다", "채식은 치우친 식단이다"라는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은 편견을, 그 자체로 육식정상성의 신화를 존속시키고 재생산하며 동물학대적 공장식 축산을 기능케 하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합니다. 저는 이 주장에 대단한 오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추가로 가져오시는 논거가 원문이 아니라, ARMB의 경우처럼 기사의 기사를 인용하신 거라면 더 답변하기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원문을 찾아내서 하나하나 뜯어 봐야 하거든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채식'만 나오면 분노하고 증오하는 이들이 점점 많이 보여 당황스러울 지경이에요. 하긴 많은 이슈에서 그저 자신과 다른 의견인 것만으로도 거품물며 욕을 하고 그러는 게 어느새 이 나라에서는 평범한 일이 된 것 같긴 합니다만 갈수록 노골적이고 즉발적이 되어갑니다.

      • 동물복지 차원으로 보면 화내다가 주춤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 그러게요... 근데 꿋꿋하게(?) 계속 화내는 사람들을 더 많이 접한 것 같아 의아합니다.

      • 많은 안티비건들은 유난히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이상한 건 이쪽에서 공장식 축산을 까도 저쪽에선 농사짓는 데에 희생되는 동물 얘기를 한다는 것. 서로 논점 조정이 안 돼요.
        • 정말 그래요; 논점 조정이 안 된다는 말씀 특히 공감합니다.

    • 군대 채식 보급은 찬성합니다
    • 제가 아는 가장 유명한 채식주의자는 이효리인데 이효리의 다른 면이 멋있다보니 영향이 좀 생기더라구요. 그렇다고 안 먹자니 부지런해야 하고 먹을 땐 찝찝하고 (오래 안 먹었다싶으면 그립습) 그렇네요.
      • 저는 자기 쇼에서 채식을 당당히 밝히고 게스트의 존중을 얻는 엘렌 드제너러스가 하는 게 좋더라고요.
    • 비건맛집이 보편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논비건을 끊긴 힘든데 맛있는 비건옵션이 많아지면 제 육식을 반 이하로 줄일 수는 있을 거 같거든요
      • 세대가 바뀌고 교양이 늘고 기술이 증대되면 오늘날과 같은 공장식 축산 현실에선 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 채식에 대한 저의 우려가 과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 글입니다. 채식주의 바탕에 있는 문제의식에 어느정도 동감을 하고 있습니다. 채식을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영양구성이 잘된 식단을 갖춰야 할텐데요. 참고할만한 책이나 자료가 있을까요?
      • 채식주의 관련 지침들을 확인할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하는 건, 이 분야에서는 채식주의자건 안티채식주의자건 과학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은 논거를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다수의 전문기관들은 그래서 "적절한 정보를 지니고 채식주의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식단상의 어떤 지침이건, 그 지침을 검토할 때 지침의 근거가 되는 학술자료들을 적절히 명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지침을 제시하는 사람이 전문가로서의 권위도 없고, 근거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냥 무시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개인 경험이나 일부 사례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한다면 더더욱이요.

        일반적인 지침은 영국 영양학회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www.bda.uk.com/foodfacts/vegetarianfoodfacts.pdf

        헬스라인의 식물식 시작 지침 자료도 참고할 가치가 좋아 보입니다.
        https://www.healthline.com/nutrition/vegan-diet-guide

        국내에서는 채식의료인 조직인 베지닥터의 칼럼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베지닥터 사이트에 올라오는 이의철 씨의 칼럼 등은, 각 지침마다 근거가 되는 논문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분은 근래에 이쪽에서 핫한 '자연식물식'을 최초 주창한 콜린 켐밸의 구체적인 식단 지침을 번역하거나, 감수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145763
        "당신이 병드는 이유"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1859345

        일단 채식식단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면, 베지미나씨의 조언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 분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영양학을 공부하려 하고 있고(eCornell Certificate Program Plant-based Nutrition 수료) 근래의 글일수록 전문근거들을 적절히 확충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비거니즘 운동을 하시는 분인 만큼, 학계에 상반되는 주장이 있을 때에는 비거니즘 쪽에 판정승을 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의심스럽다고 느낀다면 원문을 직접 검증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minimina0226/221604995462

        그 외에 채식과 자연식물식에 관한 다양한 서적과 자료들이 인터넷과 서점에 나오고 있습니다. 각 자료를 고르면서 얼마나 신뢰가능한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
        •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천천히 실행해봐야겠어요.
    • 채식나치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곧 나타날지도 모르겠군요 (벌써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본문과 댓글 모두 잘 읽었어요. 지금 당장 확실한 대안을 명확하게 내올 수 없다고 해도 문제의식을 갖는거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채식나치는 별로 못 들어봤지만, 채식주의자는 정신병자라는 표현은 요새 유행이더라고요. PC 진영에 일단 나치, 정신병자를 붙이는 흐름이 남초등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 다른 고기는 잘 먹으면서 개고기에 대해서만 난리치는 사람들보다는 이런 채식주의 주장이 비겁하지 않게 보입니다.

      •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 농장동물 등에 대한 동물권운동을 병행하고 있음에도, 그러한 사정은 살피지 않고서, 개고기만 반대한다고 취급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분명한 현실이죠. 채식주의자, 동물권 운동가들에게 자기모순적이라는 틀을 뒤집어 씌우고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 PC 진영의 '완벽하지 못함'을 '자기모순, 위선'으로 치환하려는 안티PC 진영의 오래된 전략이기도 하고요.  


        반려동물 식용금지 운동이 먹을 수 있는 종과 사랑-교감을 나누는 종간의 임의적 구별을 강화하려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여하는지, 혹은 그로 인해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얻어내는 동물처우의 개선가치들이 더 큰지를 두고 보면, 제 판단은 후자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채식주의 커뮤니티에 속하다 보면, 반려동물을 사랑하다가, 농장동물이 내 반려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채식주의로 전향하는 분들이 참 많이 보이거든요.

        • 글쎄요, 님이 롤모델로 생각하시는 전투적 페미니즘이 마초와 수구꼴통들을 상대하기보다 만만한 성소수자와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삼았던 적이 많았던 점에 비추어보면 전투적 개빠들이 소 돼지를 자기 운동의 희생양으로 삼으리라는 짐작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예, 짐작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그냥 자유로운 짐작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사례로부터 도출된 합리적인 추정이겠죠.

              • 반려동물식용금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맥락을 파악하는 관점의 합리성 문제는, 본격 논의하려면 또 별도의 논증이 필요한 논점일테니까요. 하여간에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걸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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