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즐거움 중 하나

사는 즐거움 중 하나가 상응( correspendence)에 있습니다. 상응의 우연한 출현, 혹은 퍼레이드에 정신이 살큼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에는 오래 살아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 -

예1)  어제 프랑스에서 온 클라이언트가 로베르 레디기앙의 영화 < 청년 마르크스>를 언급했는데, 얼마전 마침 그 영화를 봤습니다. 
예2) 제가 풀풀 흩날리는 눈발을 심란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친구가 같은 느낌으로 그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내줍니댜.
예3) 누가 제게 '문설주 기댄 귀'에 대해 싯구를 인용해 보냈는데, 마침 제가  '듣는 눈'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죠. 

예4) 제가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제주에서 누군가 달을 보고 있다가 '달이 떠서 네가 생각났다'며 전화를 합니다. 
예5) 변환하는 매체로서 한나무에 세가지 색깔을 품고 있는 삼색도 생각이 간절한 참에, 어제 누군가가 삼색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럴 때, 그/그녀가 없는 곳에는 '나'도 없는 거겠다는 느낌이 슬핏 스쳐갑니다.  

그런가 하면 서로 알지 못해도, 만나지 못해도, 그들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느낌을 주는 상응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제 새벽에 본 손흥민의 '원맨 수퍼쇼' 골 영상 . 
제가 시작해볼 수조차 없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목표점에 멋지게 도달하는 것을 보며 '깨어나는 것'도 일종의 상응입니다.  - -

* Son의 경기를 보고 나서 찾아본 시 한편. 
- 아, 우리는 어떻게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 우리는 어떻게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선홍색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장미가 그 곳에 피기 전에는, 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장미가 그 곳에 피었을 때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 시작하지 않은 것이 목표점에 도달했구나.
하지만 모든 것이 워낙 그런 게 아니었던가?

    • 생각해보자 그럴때는 거의 없어도 이렇게 남말 들을때도 좋고 그냥 억지로 뇌가 시켜 하면 만들어주니 살만합니다
    • 참 어제 봤는데 단독드리블이 뭐 대단하다고 했다가 보고 아주 특별했어요
      • 그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잡은 것과 줌/슬로우 버전까지 담은 영상을 https://www.tottenhamhotspur.com에서 봤는데, 링크해보려니 사라져버렸네요. 그래도 다른 영상들이 많... - -


        https://www.youtube.com/watch?v=C-CefuZ6h1k


        이 영상이 비슷하군요.




        조카는 그 경기를 본 후 두 팀을 고양이와 쥐로 우화해서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해요. 고양이는 X축에서 수평으로 이동하고 쥐는 Y축에서 수직으로 이동하게 만들 거라나 뭐라나.



        무슨 말인지 아직 모르겠으나 공간지각력을 수학적으로 변형하는 사고력이라 깜놀했죠.  '코딩하는 초딩'이 많다는건 알고 있으나 , 여섯살바기가 이러니 어째 나의 시대는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저무는구나 싶은 느낌이... ㅋㅎ



    • 몇 년 전 과르디올라와 무링요가 둘 다 라리가에 있을 때 챔스 경기에서 엘 클라시코가 열렸었죠. 오심과 양 팀의 알력으로 난장판이 된 경기였는데 메시가 골을 터트립니다. 그 진흙탕같은 경기를 구해준, sublime한 골이었어요. 그런 것때문에 때로는 아주 수렁으로 빠지는 경기도 참고 보게 되는 거죠. 마라도나 역시 월드컵에서 가장 추악한 골을 넣고 몇 분 안 지나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었죠.

      • '축알못'이지만, 화제가 된 경기는 챙겨보는 터라 언급하신 경기는 저도 봤어요. ㅎ "그런 것때문에 때로는 아주 수렁으로 빠지는 경기도 참고 보게 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학문/예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각을 세련되게 하는 운동선수들이 있죠. 수준이라기 보다, 뭐랄까 뉘앙스를 구별하게 하고 아이디어를 주는 실력을 갖춘 선수. 그런 이들은 어느 분야든 반드시 존재하고 우릴 감탄하게 만들어요.

        •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새는 꼴이기는 하지만 마돈나가 마이클 잭슨 추모하면서 무하마드 알리의 펀치처럼 강했고 사람들이 꿈꾸고 글쓰게 만들었다고 했죠. 그래서 제가 이름값만 높았지 연기력이나 매력이 떨어지는 배우들을 안 좋아합니다. 닉 혼비가 <피버 피치>에서 브라질 팀을 보고 외계인들이 다른 세상의 경기를 보여 주고 간 느낌이었다고 썼죠. 예체능에는 확실히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새로운 경지를 보여 주고 감각을 고양시키는 사람들. 영화에서는 말론 브랜도같은. 그런 사람들이 icon이 되는 거고요. <머니볼>에서 "How can you not be romantic about baseball?"이라고 말하게 하는.

          • 사놓고 읽지 않는 게 닉 혼비의 소설들이에요. (이상하게 꼬박꼬박 사긴 해요. ㅋ) <피버 피치>, <어바웃 보이>도 영화로만 접했... 


            헐리웃에서 닉의 아스날 사랑을 야구로 바꿔 영화로 만들기도 했죠.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안 봤... ㅎ


            반면, <머니볼>은 책만 읽고 영화는 안 본 작품이에요.  (그 주연배우가 제겐 영 비호감이라... 에취!)


            친구의 평으로는 아론 소킨의 시나리오 중 최악인 작품이었다고. - -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9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3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9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3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7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41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8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90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