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父任葬禮式參觀記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엔 아침시간이었으나 바로 서울역으로 향하여 부산행 KTX를 탄 후 시외버스로 도착한 통영에서 다시 택시를 타니 영안실에 도달했을 땐 이미 캄캄한 밤중이다. 백모님과 수미(가명)는 넋이 나가 있는 상태, 뭐라 위로를 드릴 말도 없고 덕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80 중반이 넘으셨으니 적은 연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의 상황이 호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평소 심장이 안 좋으셨다. 고혈압에 심근경색을 달고 사셨던 분이라 의사는 항상 심한 운동을 피하라고 했단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매일 동네를 몇바퀴씩 전력질주를 하고 아파트 아래에서 옥상까지 계단으로 뛰어서 다니셨다. 말리는 가족들에게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해야 몸이 가벼워진다며 웃어넘기고... 아무도 드러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친척들은 모두 일종의 간접적인 자살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자살이라... 이유가 있을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이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자살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건희 막내딸이 인생이 힘들어서 자살을 했겠는가? 양신규 교수는 세상에 불만이 그렇게 많았을까? 하지만... 백부님의 경우 자살할 이유를 대라면 바로 말할 수 있다.


이 분은 평생을 거제에 위치한 작은 회사에서 보내셨다. 돌아가실 때의 직책은 부사장... 하지만 이게 본인이 원하는 인생이었을까? 내가 아는 것은 그가 20대의 나이에 마산시 시의원으로 당선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당선된 지 한 달이 안되어 박정희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바로 구속이 되었다는 것 뿐이다. 그때 어떤 정당으로 나왔는지, 그리고 그때나 이후나 이분의 정치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평생 정치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으셨으니까...


이 분은 어렸을 때 나를 꽤 귀여워 하신 편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엔 오히려 관계가 뜸해졌지만... 내가 기억할 때의 모습은 이미 연세가 드신 데다가 과한 약주 탓으로 좀 일찍 노안이 되신 편이었다. 그러나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미남의 모습이다. 만일 박정희의 쿠데타가 없었다면... 혹시 이분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 완전히 펼칠 수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 내가 이걸 가지고 박정희 욕을 하려는 건 아니다. 누구나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박정희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호남인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례 방법에 있어 친척들 간에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이분은 예전부터 사후에 반드시 화장을 해서 가루를 바다에 날려버리라고 약속을 받아놓았는데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선산 묘소에 이분 자리도 이미 마련되어 있고 비석까지 이미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없애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화장은 하되 일부는 바다에 뿌리고 나머지를 선산에 묻는 것으로 절충이 되었다. 사촌이야 나이가 젊으니 견디겠지만 연로하신 백모가 걱정이 되었는데 발인이 끝난 후엔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모습이라 조금 마음이 놓였다.


내려갈 땐 무거운 마음이었으나 올라올 때의 마음은 담담하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또 오되 땅은 영원히 그곳에 있도다" (전도서 1:4)

    • 글을 읽고 나니, 보들레르 <악의꽃> 마지막을 장식한 시가 문득 떠올라서 붙여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양신규라는 이름을 간만에 접하면서 심쿵했어요. 기억에서 일부러 접어두고 있던 이름이라...

      오 죽음이여, 노련한 선장이여,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라!
      이 나라가 지겹다, 오 죽음이여 출항할 준비를 하자!
      하늘과 바다가 먹물처럼 검다면, 
      네가 아는 우리의 마음은 빛으로 충만하다!

      우리에게 네 독을 부어 기운을 차리게 하라!
      그 정도로 머릿속에 불길이 타오르니, 우리는 심연의 극단으로
      뛰어들기 원한다, 지옥이든 천국이든 무슨 상관이랴?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미지의 극단으로!"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작보다 끝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부고 하나 하나가 심상치가 않네요. 

    • 큰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 호상이라 말하고 싶네요 특히 연로하면 자기몸은 자기 밖에 몰라요 체력이어가기 하신게 최선의 선택이었단 생각입니다 큰아버지 명복을 빕니다 통영은 기억나는게 매형 학교가 전지훈련을 거기서 했는데 어디 가다 들려봤어요 합숙소 근처 한식집에서 만두국을 먹는데 곱상하게 생기신 아주머니가 얼마나 만두를 많이 넣어서 주는지 아직도 애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어요 기억나는게 왜 이리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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