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감독의 <분노> 짧은 감상

-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데, 정말 서로 닮은 배우 3명이 딱 캐스팅 된 게 신기했어요.
사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조용히 자라나는 과정이나 갑자기 홱 돌아버리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양의 나무>라는 영화가 연상되기도 했네요.


- 음.. 요즘의 한국 여학생이었다면 스스로 신고하지 않았을까? 특히 미군 관련 사건사고이면 뉴스에도 나고, 한국이라면 여론이 반응하지 않았을까.. 근데 같이 있던 어른은 밤늦은 시간에 아이들을 최소한 선착장까진 데려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보통 그렇게 하지 않나..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덤앤더머를 보는 것 같기도 했던 여학생의 친구 둘.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여학생 에피소드는 공감이 잘 안됐어요. 분노라는 테마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임에도.
나머지 두 에피소드는 좋았고요.


- 제목은 `분노'이지만, 영화 전반에서 더 진하게 느껴진 정서는 오히려 무력감? 무기력함이었던 것 같네요.

믿음, 불신, 배신, 분노의 개인 내적 감정만을 다뤘다고 하기에는 인물들의 상황이나 겪는 사건들이 결코 개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내가 나선다고 뭘 할 수 있나' 같은 대사나 행동들이 많아요.
문제 해결 방식도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뭘 때려 부시고 사고를 치거나, 피해자 혼자 숨기고 살거나, 혹은 약자끼리 서로 기대면서 작은 위로를 얻거나.. 그게 전부에요. 사회적인 차원의 해결이나 시도는 부재합니다.

아침에 라디오에서 마침 후쿠시마 주민들 얘기가 나오더군요. 나라가 이제 더 이상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살아라고 했다고, 그 주민들은 알겠습니다 그랬다고.

생업도 가끔 파하고 데모에 나가는 아버지가 나오는데,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냉소적으로 바라봐요.
그리고 본인에게 닥친 문제는 개인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대처해버립니다.

출구도 없이 불신지옥의 거대한 세상과 개인 만이 존재하는 느낌.. 숨막는 공기가 짓누르는 느낌.
어딘가 정신병적 징후도 느껴지는 것 같고.. 뒷맛이 참 찜찜하고 미묘한 영화였어요.

섬세한 연출이나 호화 출연진들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 재밌게 봤죠. 정말, 남배우 셋이 비슷하게 생겨서 캐스팅은 잘했다 싶었던. 강간씬의 표현수위는 좀 부대꼈어요.
    • 일본영화 속 여학생들은 판타지적인 묘사인지 진짜로 그런건지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하고 위태위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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