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영국 시트콤 '크래싱'을 봤습니다

- 스포일러 없구요.


- '주거지 지킴이'라고 자막으로 번역된 괴상한 주거 형태가 영국엔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영어로는 무슨무슨 가디언이라고 하더군요) 보증금 같은 걸 조금 내고 버려진 폐건물(...)에 들어가 사는 건가 본데, 런던의 집값이 너무 말고 안 되게 비싸서 생겨난 거라네요. 살다가도 그 건물이 철거나 재활용 결정이 나면 군말 없이 쫓겨나야 하는 희한한 주거 형태인데 당최 런던 집값이 얼마나 심하면 저러고 사나 싶기도 하고. '리버'의 주인공들은 알고 보면 다 부자였구나 싶기도 하고 뭐 그랬네요.

어쨌든 주인공들은 그 주거 지킴이로 문 닫은 병원에 들어가 사는 청춘들입니다. 대략 남자 셋 여자 셋의 황금 구성(?)을 갖추고 모여 살면서 좀 거친 영국맛의 드립을 날려대며 서로 잤다가 싸웠다가 신나서 같이 놀다가 뭐 그래요. 그리고 이 시리즈를 만든 피비 월러 브릿지는 소꿉친구 남자애를 따라 이 병원에 막 도착한 신입으로 등장해 남자놈 약혼자와 삼각 관계를 형성하며 특유의 막나가는 캐릭터로 계속 사고를 쳐댑니다.


- 일단 그 '주거지 지킴이'라는 게 참 희한하네요. 그걸로 시트콤을 만들 생각을 한 게 되게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구요. 기본적으로 주거와 생활이 희한하니 주인공들이 뭘 해도 희한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느낌도 들고 그럽니다. 당연히 실제 주거지 지킴이들이 그러고 살 리는 없겠지만요. 뭐 주인공들의 가난과 영국 런던의 현실을 깊이 다루거나 하진 않지만, 덕택에 이야기의 질감이 독특하고 재밌어지는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 영국 젊은이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늘 하는 생각인데, 정말로 영국 젊은이들은 저렇게 막(?) 살고 그러나요. 성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미국 드라마 젊은이들과는 뭔가 차원이 다르게 프리해서 '드라마니까'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또 의심(...)을 하게 되네요.


- 시트콤의 전체적인 톤은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만들고 주연한 '플리백'과 비슷한 느낌입니다만. 주인공 한 명에 집중하는 이야기였던 '플리백'과는 달리 이 이야기는 주요 등장 인물 전원이 주인공이다 보니 또 많이 다른 느낌이기도 해요. 둘 중 뭐가 낫냐고 굳이 따진다면 개인적으론 '플리백'이 여러모로 더 인상적이었지만 이 '크래싱'도 나쁘지 않아요. 독하게 웃기면서 대책 없이 막 나가고 되게 시니컬한 척하면서도 동시에 쓸 데 없이 낭만적이고 그렇습니다.


- 그냥 대충 정리하자면, 재밌습니다. 불편하고 독하게 웃기는 이야기, 짧게짧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시면, 그리고 영국맛을 좋아하시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편당 20분 남짓에 여섯편밖에 안 되거든요.

다만 아쉽게도 마무리가 완결이 아닌 떡밥성 마무리라는 거... 그래도 대부분의 인물들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데 주인공네 사연만 떡밥을 남기며 끝납니다. 그래도 뭐 그냥 그게 결말이라고 우기는 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은 걸로. ㅋㅋ


- 위에서 언급했던 '플리백'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컨텐츠입니다. 그게 참 재밌고 좋은데 그것 때문에 아마존 프라임 가입하기 귀찮으신 분은 이거라도 한 번 맛뵈기로... ㅋㅋㅋ


- 주인공과 삼각 관계가 되는 캐릭터의 여배우는 계속 보다 보니 '플리백'의 동생 배우와 인상이 비슷한 구석이 있더군요. 창작자들의 취향이란 참 일관되기도 하지.
    • 추천 잘 받았습니다. 플리백을 보고 피비 월러 브리지에 감탄하던 차라 꼭 보고 싶네요. 근데 클레어는 플리백의 언니가 아닌가요? 영어로야 시스터는 언니나 동생 다 가능한데 저는 결혼한데다 좀 더 책임감 있는 클레어가 언니라고 생각했거든요.

      • 어라?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는 클레어=동생이 우세. 영어로 검색을 하니 클레어=언니가 우세네요. 그런데 이건 영국 드라마이니 클레어는 언니가 맞는 걸로. ㅋㅋ


        근데 왜 저는 동생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아마존 프라임 한글 자막이 문제였던 건지 요즘 한창 엉망인 제 기억력이 문제였던 건지...;
        • 프라임 비디오 자막에서 동생으로 나옵니다. 저도 초반에 왜 동생이지? 싶다가 그래 동생해라 하면서 봤습니다. ㅎㅎㅎ

          • 그렇군요. ㅋㅋㅋ 저는 착한(?) 시청자라 걍 동생이 가족들 때문에 고생이 많아서 성격이랑 얼굴이 좀 성숙하구나... 이러면서 봤습니다. ㅋㅋ
    • 이거 플리백 보고 찾아봤었어요. 그래 인생은 이렇게 막살아야지 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던ㅎ

      피비는 그동안 에미상에서 여우주연상도 받고 아마존에서 전속 계약도 맺고.. 잘지내고 있나봐요. 플리백이 감독, 각본, 여우주연상 받았더라구요. 앞으로 계속 지켜볼 겁니다.ㅎㅎ
      • 저 시절(?) 지나고 나서 실제로 그런 생각 종종 해봤어요. 젊었을 때 좀 막 살아볼걸... ㅋㅋㅋㅋ


        네 되게 잘 나가는 인물이 되었더라구요. 뭐 플리백을 보면 충분히 그럴만 하죠. 열심히 작품 찍어내는 시트콤 공장이 되어줬음 좋겠습니다. ㅋㅋㅋ
    • 저도 플리백이 연상되는 요소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시기상 피비가 이걸 먼저 썼을고 같은데 플리백에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게이 이야기는 어쩜 게이들의 판타지를 콕 집었는지 유치하면서도 귀엽게 봤네요.
      • 네 유치한데 정말 귀엽긴 했어요. 두 배우들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ㅋㅋ 플리백에서도 귀여운 로맨스가 나오긴 했지만 크래싱의 커플들처럼 대놓고 귀엽진 않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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