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차 마시려다가

서울우유 레트로 컵 세트가 있습니다. 아주 옛날에 유행하던 서울우유 로고를 새긴 컵 세트를 사면 옛스런 서울우유 로고가 새겨진 유리병을 사은품으로 줘요. 이게 이뻐서 이번에 처음으로 써먹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겔겔거릴 때마다 뜨끈한 물을 정수기에서 받아먹었죠. 커피포트가 없는 원시시대의 집에서 이렇게나마 몸을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맹물이 너무 맛이 없고 그냥 먹기 질리더라구요. 그래서 대추차를 타먹기로 하고 무려 두 봉지를 탈탈 털어놓은 뒤에 뜨거운 물을 콸콸콸 부었습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데 열전도가 심각하게 잘 일어나서 하마터면 병을 놓칠 뻔 했습니다. 이거 정말 실용성은 빵점이구나. 찬우유 먹을 때 말고는 쓸 데가 없다...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추차가 새기 시작하는 거에요. 기분 탓인가? 아까 뜨거운 물이 담긴 병을 찬물로 씻었더니 그게 아직도 흐르는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왠걸. 병에 금이 쩌저적 가있는 겁니다. 아예 세로로 해서 병 전체에 걸쳐서요. 괜히 식겁했습니다. 혹시라도 유리조각 들어갔을까봐 차도 버리고 병도 폐기해버렸어요.


뜬금없이 백종원씨가 생각나더군요. 골목식당 몇회차였는지는 생각안나는데, 와인잔에 미소된장국을 주는 돈까스집이 있었죠. 백종원씨가 그거 보면서 되게 화냈잖아요? 와인잔처럼 얇은 유리용기는 이렇게 뜨거운 액체를 담으면 쉽게 깨진다고. 제 깨진 병을 보면서 괜히 역정을 냈습니다. 그 돈까스집 사장 정말 미쳤네!! 어리석은 저에게 난 화를 애꿎은 경양식집 사장에게 쏟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뜨거운 음료는 좋게 좋게 텀블러에 마시기로 했어요. 지금은 <춘천, 춘천>을 보러가서 받았던 노랑 텀블러에 대추차를 받아 마시는 중입니다. 그렇게 맛있진 않군요. 하지만 따뜻한 걸 마시니까 기침이 멈춰서 한잔 더 마셔야겠습니다.

    • 백종원씨는 좋은 말로 할 것이지 왜 화까지 낸대요. ㅎㅎ

      유리에 뜨거운 걸 부을 때 불안하면 쇠젖가락을 넣으면 좀 낫다던데...가끔 그렇게하면서 안심합니다. 우유병 유리가 얇았나보네요. 저두 얼마전 다이소에서 가을시리즈로 나온 다람쥐 그려진 유리잔을 샀는데 한달도 안돼서 둘다 깨졌어요. 너무 얇고 가벼운 잔이라 못 버텼나봐요.
      • 이미 그렇게 팔고 있었거든요... 전 와인잔에 장국 담기가 음식점으로서 굉장히 위험한 행위였다고 생각해서 백종원씨가 과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네요...


        앞으로 유리컵에 뜨거운 액체는 잘 못부을 거 같아요
        • 저두 프로그램 어쩌다 보면서 백종원대단하다 정도로 느끼고 넘겼는데, 위근우 칼럼에서 백종원에게 전지전능의 아버지같은 권위를 넘겨주고 시청자가 같이 합심해서 식당주인을 질책하는 심리가 위험하다는 말을 들어서요. 생각해보니, 저두 그래서 그 프로그램이 불편했더라구요. 다른 얘기로 빠졌네요.^^;
          • 아 저도 그 칼럼 봤어요 부분적으로는 동의하는데, 어제 유리병이 깨지니까 백종원씨의 분노가 좀 많이 이해가 갔습니다 ㅋㅋ
    • 음. 위험한 순간이었네요. 
      유리컵은 겉만 고체고 속은 액체인 무정형 물질(자세한 설명 생략)이에요.  그래서 분자 운동이 느슨하므로 빛이 잘 투과되는 거고요.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내열유리 제품이 따로 있습니다.  한국은 식탁에 유리를 덮어 사용하는 하던데(이해 못하는 부분- -), 거기도 열전도율이 느리므로 뜨거운 냄비를 놓으면 쉽게 깨질 수 있어요. 냄비받침의 존재이유. 조심조심~ 

      • 어휴 무서워요 정말 조심조심
      • 어릴 때 친척분이 뜨거운 냄비를 놓으셨다가 식탁유리가 깨진 적이 있어요.


        식탁유리는 음식물을 흘렸을 때 편하게 닦기 위해 유리를 놓는 것 같네요

    • "아까 뜨거운 물이 담긴 병을 찬물로 씻었더니" 부분이 병에 금이 가는 원인으로 보이네요.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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