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이야기가 없네요?!

소설은 안읽었습니다. 

영화도 사실 당기지는 않았는데 파트너의 요청+약간의 사명감으로 보았어요. 


왜 이영화가 당기지 않았을까...  중산층 여성이 여성을 과잉대표하는 듯 해서 그런 것 아닐까? 라는 파트너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영화는 생각보다 볼만했고요, 스카프 아줌마 장면이랑 주인공이 외할머니에 빙의돼서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 줄줄 나고 그랬습니다. 

영화 보고 나니 82년생 김철수 이런 식으로 미러링 하는 남초 게시글들이 더욱 어이없...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성폭력에 대한 위협을 절대 체감할 일이 없으니 저런 미러링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름에 휴가갔을 때 수영복 갈아입으러 해수욕장 화장실에 갔더니 화장실 문 앞으로 커튼이 있더군요. 그 왜, 병원 입원실 침대 주위로 사생활 보호때문에 빙 둘러쳐지는 그런 커튼요. 처음엔 이거 뭐지? 용도를 몰랐는데 알고보니 몰카방지 커튼이었어요;; 


하여간, 


솔직히 정유미 캐릭터가 넘 답답, 공유도 넘 답답. 왜 저 부부는 대화를 안하지?? 빨리 동영상 보여주고 병원 가보라 했어야지. 그게 무슨 엄청 부인 생각해서 말을 아낀 양 묘사되는 게... 그냥 본인이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있고, 그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건데. 이런 것까지 다루기에는 영화 주제에서 벗어나서 그랬겠거니 하지만 애초 별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정유미 캐릭터는 에피소드를 전개시키기 위해 도구화된 캐릭터여서 그냥 뭐 그래요. 정유미의 입을 빌어 경유하는 이야기 모음들이 중요한 영화라서요. 그럼에도 수동적이고 수난받는 전형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진 건 여전히 마음에 안들어요. 수동적이어서 당하는 것 같잖아요. 애초 캐릭터라는 게 없긴 하지만요. 


시어머니한테 취직했다고, 아범이 육아휴직할 거라고 말하는 장면의 천진난만함에서는 기함하겠더라고요. 그런 건 남편한테 말하게 하고 시가에서 연락오면 쌩까고 나몰라라 하라고!! 감정노동이 익숙해서일 수도 있고, 시가에서 한약도 지어줬는데 며느리된 '도리'로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겠지? 라는 생각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요! '다음 이야기 전개를 위해 간다앗. 그니까 여기서 상대 반응 이끌어내주시고~' 하는 장면 설정이라서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둘째라는 성장환경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보통 집안에서 둘째는 맏이와 막내 사이에 끼어 인정 투쟁이 빡세다고 하더군요. 


공유가 좋은 남편인 양 나오긴 했지만 실은 아니에요. 시어머니 반발에 물러서는 정유미의 결정에 '어어.. 그럴.. 래?' (헐..)  하는 식의 비겁함이 잘 묘사됐어요. 이런 모습이 '잔잔한 모모모' 라고 회자되더군요. 사실 이 영화에서 계 탄 캐릭터는 남동생이죠. (소설에선 어떤지 모르지만. 왠지 존재감 1도 없었을 것 같은데. 소설과 다르다면) 나름 이런저런 걸 고려해서 캐릭터를 만든 것 같았어요. 


뒷 부분은 쳐내도 될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단적으로 한약 내팽개치는 장면까지는 없어도 됐다고 보고(과잉), 그 뒤로도 사족같은 씬들이 몇 있죠. (옛 상사 사무실 방문 장면이라든가) 영화적으로 눈에 띠는 부분이 있다면 고루 연기들이 좋아요. 예수정, 강애심과 같은 배우들의 등장도 등장이지만 연기 디렉팅이 잘됐다고 느꼈습니다. 감독 경력을 보니 배우로서도 커리어가 꽤 있군요. 단편 자유연기 감독이었던 건 몰랐네요. 


조커는 안봤어요. 보기 싫었고, 그거 안봐도 인생의 쾌락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도 않고, 내 피같은 돈 보태주기도 싫었고. 82년생 김지영. 다 아는 얘기고, 막 사이다를 콸콸 멕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표 팔아주고 싶었어요. 메이저 영화에서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게 필요하고, <파업 전야>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이 영화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조커보다도) 영화관 앞줄에 단체로 온 여학생들이 보였습니다.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제 옆에 앉은 분은 훌쩍거리기도. 


결론: 잘 봤습니다. 




    • 예민한 이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유투브 가 보시면 거기 댓글로는 말들이 많을걸요. 귀담아 들을 게 별로 없고 혈압이 상승해서 그렇지. 며칠동안 열 뻗쳐있다가 그 주변을 얼씬거리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 조국 관련 이슈를 피해가는 그런 심정들 비슷한 것이려나요. 키드님 댓글이 감사하네요 ㅎㅎ 

    • 듀게분들은 김지영 책 좋아하는 분들도 그리 많지 않으시지 않을까요. 김지영 책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긴 하시는데 책을 막 칭찬하는 글은 별로 못 본 기억입니다.
      • 저는 읽을 생각도 안 했어요. 당연히 영화 볼 생각도 안 했죠.

      • 칭찬하고 호평해봐야 일군에서 고깝게 보고 자칫 싸움도 날 것이 뻔하니 귀찮거나 무서워서 피하는 심정 아닐까요.
      • 소설은 완성도면에서 퀄이 많이 떨어진다고 들었어요. 여초 게시판 경험담들만 모아놓으면 그게 소설일 겁니다(....) 저도 그래서 딱히 소설 찾아볼 생각은 안 들었고요. 시가 관련한 에피소드들 보며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라 82쿡 김지영 같았... (근데 왜 이 사이트명은 '82'는 어디서 유래한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 빨리(82)요리요.  거기 글들 읽다 보면 속도 답답해질 때도 있지만 재미있는 글도 많아요.

          • 아... 역시! 잼난 글도 많죠. 근데 확실히 연령대는 높더군요. 언니들 왜 그럼? 이런 생각드는 댓글들도 꽤 있구요.
            • 제 친구 얘기로는 50대들이 주류인 것 같다고요.
    • 저는 무엇보나 '명작이 아니니 망작이다', 이런 식으로 꼬투리만 잡고 유의미한 부분은 과장이라고 일축하는 말들에 지쳐서, 영화 보고 리뷰 쓰기도 망설여져요. 코미디로 풀어도, 드라마장르로 풀어도 어쨌든 성차별을 정면으로 다루면 아주 몹쓸 영화 취급하는 사람들이랑 싸우느라 골치가 ㅎㅎ
      • 뭔 말인지 알아요. 저역시 넷에서까지 굳이 다투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뭔가 생산적이지가 않... 돈주고 봤으니 여기까지. 한편 블랙 스플로테이션 영화를 백인들이 굳이 찾아보고 리뷰 쓰고 할 필요가 없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관심도 덜 할수밖에 없겠죠. 

    • 어제 친구들과 함께 이 영화 봤습니다. 책은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는 평범했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이슈로는 지난 80년대부터 죽 해왔던 얘기들을 반복하는 터라 솔직히 새로운 건 없었다 싶었지요.(물론 화장실 몰카나 아기 키우는 전업주부에 대한 혐오 같은 새로운 이슈도 나오긴 합니다만)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새로운 게 없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 같아요. 제가 인지하는 한, 80년대 이후로 여성이 처한 현실이 별반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기도 할 테니까요.

      • 맞아요. '새로운 게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보는 게 저어되기도 했어요. 사실상 익숙한 사건들의 나열이라. 다만 소설과 달리 이들이 피부와 옷을 입고 눈 앞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입고 움직이는 데서 영상이라는 매체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 이 영화에 대한 반응들 중 한가지 재밌는 건, 제 주변의 70년대 전후 출생한 몇몇 여성들의 반응이었지요. 곧 50이 되는 이 사람들은 영화에 묘사된 김지영의 고민을 '엄살'이라고 하더군요. 대체 요즘 애들이 무슨 고생이냐? 우리 때는 더 했어…그리고 공유 봐라. 세상에, 그렇게 착한 남편이 어디있니? 공유가 남편인데 대체 무슨 고생?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우는 소린지…대충 이렇게들 얘기하더라구요.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소리지 않나요? 맞아요. 남초 사이트에서 흔히 벌어지는 군대 논란 보는 것 같더군요. 요즘 군대가 군대냐, 요즘 군대 너무 편해졌지. 맞아맞아 우리 때는 군생활 어땠는 줄 알고 이것들이 다 빠져서는…이런 생각이 드니 그냥 혼자 웃게되고 마네요. 씁쓸하죠.

      • 일반적인 남성들 반응은 디폴트라서 (남자니까) 차라리 그런가보다 하는데 같은 여성들이 그러면 더 힘이 빠지긴 하더라구요(김모 아나운서 경우처럼요. 네네~ 그분도 자기결정권이 있죠.)
    • 빙의라는 소재가 있지만 공포물같지않고 잔잔한 드라마같아서 보기가 싫어요 공유도 안 좋아하고 결혼할 생각도 없고 김지영이 귀신들려서 남편살해하는 내용이면 재밌겠네요

      전 예전에 비급며느리란 다큐보고 책도샀었는데 재밌더군요 극장가서 로맨스나 일상물은 어지간함 안 봐요
      • 공포물 전혀 아니죠 ㅋ 빙의 설정은 걍 수단.. 로맨스, 일상물 저도 싫어하고(특히 잔잔한 일본영화들 안봄) b급 며느리조차 일상다큐라 안봤어요. 흥미도 없고. 솔직히 그 영화는 제작 프로세스도 맘에 안들어서ㅜ 그래도 부인이 책도 냈다니 그나마 좋더군요. 김지영은 상업영화물에서 이런 게?! 음.. 뭔가 밀어줘야할 것 같네 싶었어요. 김지영이 ㅈ ㄹ 을 덜해서 그게 불만이죠. 어우.. 답답.
        • 김지영이 너무 수동적이라 주인공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영화를 깍아내리는 의견도 봤어요
      • 김지영이 귀신 들려 남편 살해하면 ㅋㅋ 김지영 인생도 거기서 끝인데요. 혹은 남편이 죽어도 싼 놈이 돼야 하거나 ㅋㅋ
        • 파국으로 끝날 수도 있죠 공포영화니까요 아님 공유가 좀비로 부활한다거나... 


          귀신들린 아내와 좀비 공유가 콤비로 사람들을 살해하고 먹이로 먹는 겁니다.


          부산행2요

    • 가사와 육아를 절대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자가 집에서 노는 거라고 하죠. 남편이 밖에서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살림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어…이런 대화가 영화 오프닝에서 나오는데, 남초 사이트에서 82k 김지영 어쩌구 하면서 킬킬대는 유저들이 보통 이런 사고 방식들을 갖고 있죠. 어떨땐 대체 이 벽을 어떻게 깨야 얘네들이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 등에 빨대 꽂힌지도 모르고 죽겠다고 밖에서 벌어다 집에 있는 여자한테 다 갖다 바치는 등신같은 남자들 어쩌구 하는 얘기들 들을 땐 허탈하다 못해 그냥 피식 웃음만 나오고요.

      • 저는 그냥.. 노예해방 되고 나서도 옛 시절을 잊지 못하는 남부 백인들같은 거 아니냐, 시대는 변했어. 그리고 그런 마인드를 견지하는 한 결국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될거야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일종의 포기죠(...) 그런데 더 젊은 남성들의 보수화를 보면 이 진통과 백래쉬가 다음 세대에도 진행될 것 같네요. ㅠ
        • 변화의 과도기라서 그렇다는 말들도 있더라고요. 옛날 아버지 같은 권위나

          존경은 못 누리고, 경쟁은 더 심화되고, 여자는 모자라고(성비 불균형이 현재에도 문제인지는 잘 모르지만)...
      • 자기 애 키우고 같이 사는 집 치우는 아내에게(게다가 대부분의 여자들은 애가 좀 크면 맞벌이도 하죠) 생활비 준다고 스스로를 희생자 취급하는 남자들은 제발 결혼을 안했으면 좋겠네요...ㅜㅜ
        • 제도의 희생자가 아닐지. "결혼해서 일가를 이루어야 한다. 처자식을 벌어먹여야 한다."거기에 발 맞춰 가다가 능력치가 안되거나 힘에 부치면 식구를 향한 갑질을 하는거죠. 정말로, 결혼이 맞지 않는데 사람들 따라 자기도 해서는 여러사람 힘들게 하는 일이 많기도 많았죠.
          • 요즘은 그런 결혼 강요하는 분위기 없으니까 젊은 남성들만큼은 스스로가 모두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은 분들은 결혼을 안했으면 해요
    • 영화는 안봤고 소설은 읽었는데 전 되게 괜찮게 봤어요. 읽기 전엔 네이트판 썰들 극적으로 모아논 얘긴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건조할 정도로 각종 통계와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보편적인 얘기를 아주 담담하게 쭉 하는 데에 감탄했어요.
    •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 꽁트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그보다 담담해서 성별 무관 보편적 정서에 맞게 완급조절이 잘 된 느낌이구요. 젠더 갈라치기가 흥하는 요새 흐름에서는 이 정도 톤앤매너가 적절해보여요. 남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로 두고, 사회 구조적인 부분을 돌아보게 한 것들고요.
      • 네.  이 정도 호평이면 정말 용케 잘 피했다싶게 잘 만든 것 같아요. 책은 아마도, OOO씨는~ 이렇게 문장이 시작해서일까요.

    • 소설부터 읽어보고 관심이 생기면 영화도 나중에 한 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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