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리버'를 다 봤습니다

 - 스포일러는 없구요.




 - 제목의 철자도 'River'이지만 강이 배경인 게 아니라 그냥 주인공 이름이 저겁니다. ㅋㅋㅋ

 무대는 런던. 그곳엔 이름이 '리버'라는 이름의 적당히 유능한 형사님이 계신데요. 드라마 시작 시점에서는 3주 전 오랜세월 함께 했던 여성 파트너를 잃고 멘탈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상태입니다. 그 파트너는 부모 형제도 없는 59세(극중 나이입니다) 미혼 독신남의 유일한 친구였거든요. 당연히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잡아다 죽은 파트너와 유족들을 달래고 싶지만 경찰서에선 트라우마가 걱정된다며 다른 사건 담당으로 빼 버렸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째라 정신으로 파트너의 사건에 매달리는데... 이 형사님에겐 또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자꾸만 죽은 사람들이 주변에 나타나서 일해라 절해라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하고 시비 걸고 귀찮게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우리 형사님은 그게 다 환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 신경도 안 쓰고 큰 소리로 막 대화 나누다가 사방팔방에서 미친놈 소리 듣고 다녀요. 그러다 결국 상관들에게 정신 건강 평가를 강요받게 된 주인공은 미모의 여성 정신과의를 만나게 되는데...



 - 설정만 읽어보면 코미디나 환타지 느낌이지만 어마어마하게 진지한 궁서체 리얼리스틱 수사극입니다. 동시에 사회성 짙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배경이 런던이긴 한데 관광지스런 비주얼은 전혀 없구요. 시종일관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들로 북적거리는 허름한 거리들을 보여주고 극중에서 주인공과 관계를 맺는 등장인물들 중 대다수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구요. 주인공조차도 (배우의 국적을 살려서) 스웨덴에서 이민 온 사람으로 설정이 되어 있죠. 그러니까 PC함을 살리기 위해 다문화 캐스팅을 한 드라마가 아니라, 아예 본격적으로 영국 내 이민자들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에요.


 동시에 이런 이민&불법체류자들의 이야기는 좀 더 보편적인 주제로 연결이 됩니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해서 스스로를 타인들과 격리시킨 채 쏟아지는 고독감에 침잠해가는 사람들의 고통... 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런 사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주인공 '리버'의 캐릭터구요. 이민자이고 영국 땅에 친척도 없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 하나 없구요. 그나마 하나 있던 걸 잃어버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엔 본인 잘못도 있는 것 같고...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고독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캐릭터이고 이런 모습을 스카스가드 할배께서 정말 리얼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으로 잘 살려냅니다.



 - 그래서 이 드라마의 핵심은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이게 상당히 복잡한데 일단 이민자이고. 어려서 학대 수준의 대접을 받으며 자랐고. 본인조차 진짜라고 믿지 않는 귀신들과 늘상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현실 세계 사람들과는 관계를 못 맺구요. 동시에 꽤 유능한 형사이고 냉철하게 머리는 잘 굴리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 해서 자꾸만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모자란 인간입니다. 가끔은 본인은 아무 악의 없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소름끼치는(...) 행동들을 해서 시청자들에게 쌩뚱맞은 스릴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어라??? 엄......;;

 그런데 위에서도 말 했듯이 이런 캐릭터를 배우가 너무 잘 살려줘요. 스텔란 스카스가드 말고 다른 배우들도 아주 잘 해주는, 전체적으로 연기 품질이 아주 높은 드라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맨쇼'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질 정도. 불쾌하고 위험하면서도 보기 딱하고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그런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그 모든 면면이 설득력 있으면서 종합적으로는 참 복잡한 심경으로 응원을 하게 되는 거죠. 전부터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역량은 정말 대단합니다.



 - 이야기측면에서 봐도 꽤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뭐 대단한 반전이 나오고 엄청난 반전 트릭이나 참신한 수사 기법이 나오고 그런 드라마는 아닙니다만. 일반적인 장르 공식대로 전개되지가 않다 보니 막판까지도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미리 짐작하기가 어려워서 흥미를 놓지 않게 됩니다. 애초에 주인공이 도무지 믿고 따라가기가 어려운 캐릭터니까요. 50분 정도에 에피소드 여섯개로 끝나는 짧은 이야기이다 보니 늘어지는 구간도 없구요.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다 충분히 현실성 있게 적당히 꼴보기 싫으면서도 매력적으로 살아 있는 느낌이라 부수적인(?) 재미들도 쏠쏠하구요.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막판의 전개는 좀 막장이긴 한데... 그래도 그 때까지 쌓아 올린 이야기의 블럭들이 꽤 견고하게 버텨주니 상황의 어처구니 없음보단 그 비극성을 더 강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덤으로 뭐 마무리도 깔끔해요. 애초에 시즌 2 같은 거 만들 생각 없이 짜낸 이야기 같은데, 딱 그런 느낌으로 적절하게 마무리됩니다. 애시당초 '해피'하게 끝낼 수 없는 성격의 이야기라는 걸 감안할 때 가장 납득이 가는 방향으로 잘 끝낸 듯.



 - 암튼 길게 얘기할 것 없구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어지간하면 보세요. 저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 덤으로 극중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노래 하나.



 - 덤의 덤으로, 사고뭉치 남자 요원을 믿어주고 받쳐주는 유능한 여성 상관... 이 어느새 트렌드가 된 것 같네요. 좀 공식화된 느낌이지만 배우도 좋고 상황 설정들도 좋아서 괜찮았습니다.

    • 길게 얘기하시구선 길게 얘기할 거 없다고 하시면 ㅋㅋ

      이 배우도 참 다작하는 것 같아요. 능력자네요. 라스폰 트리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느낌이었는데 헐리우드 영화에도 제법 나오고, 소개하신 건 영국배경이고....
      • 원래 제가 말을 짧게 못 하는 성격이라(...)




        아들들의 활약까지 생각하면 '스카스가드 가문'의 전성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말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오는 스카스가드! ㅋㅋ

        • 헉. 설마했는데 이 분이 그 아버지인 거에요?!! 작은 아부지뻘 정도도 아니고 아버지;;; 대단한 부자네요(파더앤썬,리치맨 중의적으로 ㅋㅋ)
    • 넷플릭스는 한달간 무료구독하고 로마와 카우보이의 노래라는 알짜배기만 보고 바로 관뒀는데(...)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주연이라니, 한 번 보고 싶긴 하네요. 이 분 연기 중에 최근에 좋았던 게 떠올리자면 밀레니엄이라...

      • 맡는 역할들이 대부분 '멀쩡한 척하다가 알고 보니 빌런' 이런 것들이 아쉬웠는데 이 드라마에서 아주 능력치를 제대로 보여줘서 좋았어요. ㅋㅋ

    • 제일 기억에 남은건 어벤저스랑 님포매니악 ㅋㅋ
    • 전 넷플릭스 초창기에 봤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전체적으로 묘하게 재밌는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 같은 것 없고 헐리우드 수사물처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해커도 없이 리얼한 수사과정을 보인달까요.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가 좋았지만 나이 들어 치매 걸리면 나도 반생반사로 저렇게 귀신이랑 대화하며 살게 될까 하는 걱정 같은 것도 하면서요..; 그래도 마지막에 귀신이랑 춤 추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나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슷하게 재밌게 본 것들로 해피 밸리랑 브로드처치, 트랩트, 힌터랜드, 더 폴(스컬리 요원 ㅠ), 마르첼라가 있네요. 늘어놓고 보니 뭐가 이래 많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초기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수사물은 거의 다 봤네요 ㅋㅋ 


      이 중에선 해피 밸리 재밌어하실 것 같아요. 터프한 중년 여경찰의 찌든 생활상...ㅎ


      전부 템포가 좀 긴 수사물들인데 템포가 길어서 한번에 연달아 보시는 게 나은 것 같아요.
      •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마무리가 참 맘에 들었어요. 한 시즌으로 끝내버리기로 작정한 드라마만이 가능한 깔끔한 마무리랄까요. ㅋㅋ 요즘 워낙 이렇게 깔끔하게 맺어주는 경우가 드무니.




        말씀하신 것들 중에 '브로드처치'를 다음 걸로 볼까말까 고민하던 중이었네요. ㅋㅋ 해피 밸리도 기억해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악. 볼 게 너무 많아. 수사물의 세계는 그냥 모르고 살래요(라며 제목 기억하고 있다....)
    • 감사~ 요거 관심있는 설정이라-근데 분위기가 좀 암울해서.. 치어업이 필요한 시기라서요-볼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찜해놔야 겠네요.
      • 그래도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음... 더 가라 앉아버리거나 그러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ㅋㅋ


        넷플릭스야 어디 도망가지 않으니 나중에 꼭 보세요.

    • 재밌겠네요. 한 회에 사건 하나가 아니라 쭉 이어지는 거겠죠?
      • 네. 살해당한 파트너에 대한 수사가 메인이고 중간에 소소한(?) 사건들이 하나씩 병행되는 식인데 그 병행되는 사건들도 '한 회에 하나'라는 식으로 딱딱 끊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전체 이야기에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 오 요거 재밌어 보여요. 이런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수사물 좋아합니다.

      이분 나오는 ‘사라짐의 순서-지옥행 제설차’라는 영화 재밌게 봤어요. 거기서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열일하십니다. 노르웨이가 배경인데 사방에 눈이 쌓여있는 살벌한 풍경이 마음에 여유를 주더라고요.. 아무튼 이 아저씨 좋아해서 왠지 보게 될 것 같네요.
      • 배우 아저씨 맘에 드시면 꼭 보셔야 합니다. ㅋㅋ 정말 괜찮은 캐릭터를 아주 근사하게 연기해주시니까요.
    • 믿고 보는 로이배티님 추천 드라마. 저번 주는 다크에 절어 있었는데 이번 주말은 이거네요.
      • 다크는 재밌게 보셨나요. ㅋㅋ

        늘 강조하지만 전 아무 거나 재밌게 보는 사람이라 재 추천을 그냥 믿지는 말아주세요. 으허허.
        • 다크는 아주 좋았습니다. 빨리 2020년이 되길...
    • 너무너무 좋아했던 드라마였어요. 전 지금도 우울할 때면 가끔 아럽투럽 틀어놓고 몰래 춤춘답니다. 

      • 아 그 노래 장면 너무 좋아요. ㅋㅋㅋ 볼 때도 좋았는데 다 보고 나니 자꾸 생각나서 유튜브로 노래 틀어놓고 흥얼거립니다.


        마찬가지로 다 보고 난 후 생각해보니 지금껏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역대급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듀게에 어떤 분이 글 적으셨던 게 기억나서 고른 건데 그 글 쓰신 분이 누구셨는지 모르겠네요.

    • 드라마는 안봤는데 링크해주신 노래가 너무 좋네요. 계속 듣다가 가사보고 따라서 흥얼거리는 중입니다. 영국사람들이 가라오케 같은 곳에서 잘 부르면 분위기 흥겨워질 것 같아요
      • 네 노래 정말 좋죠. 되게 가볍고 흥겹고 듣기 좋은 노래이고 오래된 곡인데 이 나이를 먹도록 한 번도 못 들어봤네... 라고 생각하며 반복 재생 중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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