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의 친문

제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쁜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이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죠.

저 자신이 친문은 아니지만 제 주변엔 이른바 "친문"들이 많습니다. 친구들 중에서 좀 더 가깝다 싶은 사람들, 일가 친척들 중 더 가깝다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친문들이 많습니다.


언젠가부터 이들을 아래 두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 순수한? 또는 순진한 사람들

제 친구들 중에 특히 많은데, 서울 또는 강남에 굳이 살려고 하지 않고,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살 생각 안 하고, 애들에게 중요한 건 학원 보내고 선행교육 하는 게 아니라 많이, 잘 놀게 하는 거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죠. 

꼼수 쓰는 거 싫어하고, 다들 살짝 아웃사이더이면서 (굳이 구분하자면 사회 기득권층에 가까움에도) 다소간의 피해 의식과 주변부의 정서를 가진 이들.


2) 강남 좌파

제 일가 친척들 중 많은데, 특목고/자사고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치동 학원 보내며 어마어마한 선행 교육을 시키고 (역시나 조국 씨처럼 남자들은 입 바른 소리하고 여자분들이 주로 교육을 챙기는데, 남자분들은 입 바른 소리하면서도 따라가죠..) 부모님 도움을 상당히 얻어서 강남에 집 한채를 어떻게든 구해서 살고, 저에게도 강남에 집 사라고 진심으로 권해주는 이들 (물론 정말 생각해서 그러는 줄 아니까 고맙긴 한데, 불편함이 마음 한 구석에서 밀려옵니다). 둥글 둥글 사회생활도 참 잘 하시고, 적응력이 뛰어나지만 왠지 정치적으로는 유연하지 않은 분들.



1번 카테고리의 이들이 친문인 것은 이해할만 합니다.

그런데, 2번 카테고리의 이들의 심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제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신념과 삶의 discrepancy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좀 더 일반화하자면 강남좌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특히 요새 조국 씨 사태를 보면서 궁금증이 더해가네요..

물론, 그냥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위선자다..라고 이해하는 것도 하나의 해석이겠으나, 가까운 사람들이어서 이들을 잘 알기에 저는 이들이 실제 그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런 해석이 크게 맞지는 않는다고 여기거든요 (물론 반대로 이게 제가 조국 씨를 긍정한다는 얘기 역시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 미국에서도 문화적 코드에 의한 정치적 양극화는 상류층에서 더 큽니다. 저분들을 강남좌파라고 해서 이상한거지, 좀 더 정확한 명칭인 강남리버럴이라고 하면 그닥 이상할게 없어요. 

    • 제가 순수하고 피해의식이 있다고 욕했나요?

    • 자기가 바라고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상이 있다고 해서, 당장 살아야하는 현실세계를 무시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죠.


      자기 인생도 아닌 자식 인생이 걸린 거라면 더욱 그럴 거고,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문제가 아니라면 가는 거죠.


      비트코인이 폰지사기라고 생각해도, 앞으로 3년 정도는 계속 오른단 확신이 있다면 투자하는 게 보통이겠죠.


      아주 깊게 보면 그것도 누군가의 돈을 뺏앗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들어가면 끝도 없고요.

      • 말씀대로 해석하자면, 자기가 바라고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거기 완전한 믿음이 있지는 않은 것 같네요. 

        • 어떻게 그게 그렇게 해석이 되나요. 돈 없어도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믿는다고 해서, 현실 세계에서 돈을 안 벌 수는 없는 거죠.

          • 평등한 교육을 받는 것이 학생들의 outcome을 향상시킨다는 믿음으로 평준화 교육에 찬성한다면, 본인의 자식들도 평준화된 고등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그것을 원치는 않고 가능하다면 자사고/특목고에 보내려고 한다면 앞의 믿음이 완전하지는 않다고 보는 거죠. 반면, 제가 아는 몇몇 분은 자녀분들이 매우 공부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평준화된 고교에서 보다 평균에 가까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long-term하게 좋을 거라는 믿음에서 일반고 보내는 분들을 봤습니다. 그 분들은 그러한 믿음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 내 주위의 반문 : 일베 아니면 일본

      뭐 이런 얘긴가요? ㅋ
      • 아마 님 주변은 그럴지도 모르죠

        • 순진하고 피해의식 있다는게 욕인가요? 하는 님 주변에 없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 그냥 현 정권은 야당복이 많은 겁니다. 제 1 야당이 저 따위니 어떻게 정권 지지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맹목적 지지자, 무오류론자.. 이런 사람들이 합리적 비판까지 싸잡아 저쪽으로 낙인 찍어 버린다는 거죠.
    • 적어도 순진한 사람들 *신 만드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죠.

      특목고, 명문대, 의전원 좋은지 모르는 사람들 어디 있습니까.

      장학금 받으면 좋고

      강남 살면 좋습니다.

      누군 몰라서 못합니까.

      뭐. 능력이 없어서 못 할 수도 있겠네요.


      강남좌파라는 말이 형용모순인 것은 사실입니다.

      시혜적 시선을 가진 기득권층이라고 할까요.

      그런 시혜도 감지덕지하다는 주장은 순진한 사람들 자존심을 뭉개는 일입니다.

      그가 욕을 먹은 것은 강남이라서가 아닙니다.

      좌파라는 말 때문이죠.

      황교안보다 낫다는 항변은 그래서 힘을 잃습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은 상태로 말만 앞서는 것에 대해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정도라도 기대할 수는 있겠죠.

      정말 최소한의 기대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가 자한당 알바라는 욕을 먹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미국처럼 될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2번은 강남좌파는 미국 리버럴 정도의 포지션이겠죠.

      1번은 리버럴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면 1번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면 가장 좋은 결과겠지만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정치에 상관하지 않거나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죠.

      미국 진보정당 포지션인 버니 샌더스 지지자 상당수가 힐러리 지지가 아니라 트럼프 지지나 투표 포기로 돌아선 것은

      꽤나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그렇군요. 저도 공부를 좀 해보겠습니다..


        제가 미국 리버럴이라든가 이런 개념에 잘 익숙치 않은데, 오바마는 (이분도 리버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오히려 교육에서의 경쟁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고 미국 민주당에서 (제가 잘 몰라서인지 모르겠으나) 수월성 교육을 반대한다는 얘기는 못 들은 것 같습니다. 왜 우리나라 강남좌파라고 할만한 분들은 오히려 수월성 교육을 반대하는 쪽인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공부를 더 해보겠습니다.


        • 미국의 경우는 민주당은 진보 리버럴의 기득권을 대표하고 공화당은 보수 부유층의 기득권을 대표하다 보니, 여기서 소외된 저소득층, 블루 칼라 등을 트럼프 같은 반지성, 포퓰리스트가 흡수해 버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 조짐도 보이고 있죠.
    • [그냥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위선자다..라고 이해하는 것도 하나의 해석이겠으나, 가까운 사람들이어서 이들을 잘 알기에 저는 이들이 실제 그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답 나와있는 것 아닌가요? :)
      타인의 내면에 대해 혼자 궁금해하실 일이 아니라 한번쯤 정색하고 물어볼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은, 그리고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 친지에게 정색하고 물어보는 일은 아주아주 힘든 일입니다.
    • 순진한 사람들은 이미 계층이동 사다리가 부숴진 한국에서 사교육에 매달리며 어떻거든 올라갈라고 아등바등 하는 서민들과 중산층들죠. 순진, 나이브함이란 그런데 써야 하는 말입니다.
      • 한국이 계층이동 사다리가 실제로 부러졌는지 여부는 아직 논의의 대상입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생각보다 한국에서 세대 간 계층이동이 활발하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이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문제는 계층이동 가능성의 축소가 아니라, 승자와 패자 간에 지나친 격차라는 거죠. 이긴 놈이 다 가지고, 패자는 굴러 떨어지는.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을 설명하는데는 이 쪽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여요. 

        • 그런 의견과 관점에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계층 이동이던 승자독식던 경쟁의 열차에 스스로 탑승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순진하다’라고 규정하는 본문을 지적하는 거에요. 순진한건 사다리건 승자독식의 정글이던 이미 결정이 난 구조에서 자신의 삶을 갈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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