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대한 잡설

0. 조국 후보자. 황우석 이후 떠오른 가장 '뜨거운 감자'네요. 황우석 사태 때처럼 윤리와 진실 여부를 두고 언론과 지식인, 네티즌이 뒤엉켜 격돌하고 있습니다. 근데 게시판마다 비판의 초점이 으깨진 토마토처럼 중구난방 흩어져 있어, 뭘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할지 사람들이 더 헷갈려 하는 것 같아요.

1. 진실은 알몸이지만 얼굴을 가리고 있다죠. 그 얼굴을 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라는 탐색으로 어떤 문제/인물의 배면이 드러날 때마다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얼굴을 가린 신부新婦여, 너의 모습이 내 삶의 중요한 조건이니 베일을 벗어다오,'라는 은유가 생각나는 며칠입니다.
가린 것도 그 자체로써는 하나의 드러남이기에, 형형한 진실의 빛을 쬐지 못한 채 민주사회의 시민은 불투명한 사안들 속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쇠잔해가고 있군요. 격렬하게, 혹은 서서히.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얼굴 가린 신부'란 그가 포함된 우리이기도 합니다. 삶의 기본 형식이 기다림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함에 있죠. 자신의 진실을 스스로 가리고 짐짓 '모른다'고 하는 일이, 우리 삶의 방식이고 표정이며 심지어는 지혜이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시간은 진실을 드러내 보인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소포클레스에게 진실이란 오이디푸스가 기억/인지하지 못한 과거 행위들 총합이 보여준다는 의미였어요. 
정치계의 검증이 이뤄질 때마다 한 인물의 정체성이 둘로 쪼개지는 것, 조사하는 자가 실은 조사받아야 할 자라는 걸 목도하는 게 참 적지 않은 스트레스입니다. 

3. postfaktisch.  3년 전 독일 언어협회가 올해의 언어로 뽑은 단어입니다. 영어로 post-truth 정도의 뜻이에요. (옥스포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뽑기도 했음.)
Fakt는 fact에 해당하는 단어고 truth는 바로 fact를 뜻합니다. 즉 사실을 '벗어난' 또는 사실과 '상관없는'이라는 의미의  단어조합.
기묘한 말입니다. Post-truth라는 조합 자체가 기묘하죠. '탈 진실' -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서라면 진실이든 사실이든 모두 무시하고 말 자체의 놀이로 바꾸는 행위가 이 말에 담겨 있어요. 실제와 상관없는 말장난.

4. 청문회를 기다리며, 저는 조국 후보가 Post-truth라는 아무말 대잔치를 보여주시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의 설명/해명이 안타까울지 경멸스러울지 조마조마합니다. 이 사회가 어떤 거짓과 위선을 통하지 않고서는 바라보기조차 어려운 세계라는 걸 부디 그가 새삼 입증하지는 말기를...



    • 남 위에 스는건 여러가지지만 정치를 한다는건 인간적 명예와 누구나의 실패적 인생과는 상관없는 구조라 정치적 검증 자체는 뭐라 할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되길 바랍니다
      • 한국은 언제나 요지경 속이에요.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는 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님, -_-
        조국이 다수의 야유에 굴하지 않고 권력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런지... 실은 저는 미리 한쪽 눈 감았어요. 

    • 조국이 오늘자 본인 피셜로 ‘사회적으로 받아온 혜택’이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결국 기존의 ‘특권’을 본인도 누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혜와 혜택이라는 어감의 차이가 있는데 이런 것도 ‘post-truth’에 해당되는 것일까요?


      물론 이 분야에서 현존 인류 중 가장 최악인 트럼프에 비하면 우수울 수준이라도 말이죠.

      • 그가 특권의 삶이었음을 자인하고도,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적 호소가 여론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걸 알아서  post-truth의 태도를 취할지 아닐지가 궁금합니다. '탈 진실'은 트럼프가 당선으로 꽃피워서, 박근혜 탄핵 때 진보진영이 보수/극우를 꾸짖는데 활용했던 개념인데 말이에요.

        정치와 상관없이 조국은 우리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하는 입장이죠. 계속 대중의 존경심을 유발하고 도덕심을 높여주는 동력이 돼야 할 집단에 속한 사람이 이 무슨 착잡한 모습인지 모르겠어요.
        우리 사회는 진실을 믿기 보다 진실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 믿는 이들이 많아 보이니 그걸 발판으로 삼아 부양할런지...

    • 예전 인터뷰인데 조국 스스로 자긴 청문회 통과 못한다고 했죠. 그때 이유로 들었던 것이 사노맹과 위장전입입니다. 위장전입은 나중에 아니라고 했죠. 집안어른들이 해놓은거라고 들었는데 아니었다고. 이분 의외로 집안일엔 허당이구나 싶었죠. 짐작컨대 자식 교육문제도 와이프가 전권을 휘둘렀을 가능성이 있어요. 강남에선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고. 공부로 승부했던 자기때와달리 시험도 없이 대학에가는걸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아마 문통이 도와달라고 했을때 동생문제와 자식문제는 생각도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청와대도 그간 인사검증하는걸 보면 치밀하게 일처리하는 조직은 아니더군요. 아마 모르고 지명했을 가능성이 커요. 집권 후반기는 무조건 조국 검찰개혁으로 간다고 그림을 그려놨겠죠. 아, 그러나 한국의 국민정서법 중 병역, 부동산과 더불어 최고 레벨인 교육문제로 국민감정을 건드리고 살아남은 정치인은 여태까지 없었어요. 조국과 청와대가 과연 뭘 가지고 이 높은 파도를 넘을까요. 절차적으로 문제될건 없다. 교육 시스템 탓 어쩌고 긴 혓바닥을 놀리면 아마 정권 재창출은 커녕 검찰의 역공을 받고 구치소로 갈지도 몰라요. 청문회 기다리지 말고 집안문제로 심려끼쳐 송구하다. 국민앞에 무릅꿇고 사죄하고 검찰 개혁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자회견 자청해서 정면돌파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기자회견 후 여론조사기관 3곳에 의뢰해서 기회를 주자는쪽이 과반수 안나오면 깨끗하게 물러나는 것으로.
      • 전 요즘 입시제도의 문외한이에요. 조국 따님의 입학과정을 보며 그런 정보와 수고가 있다는 걸 알았고, 수시제도를 도입한 배경을 짐작하게 됐습니다. (성공한 베이비붐 세대는 그런 식으로 자상하게 자식들을 배려하는 시대구나... - -) 우리나라의 공교육 제도는 쓸모 없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확실히 하게 됐고요.


        이번 기회에 능력 있는 이들이 자식에게 가능하면 면하게 싶어하는 그런 것들을 잘 찾아내어 개선하면,  의외로 한국이 평등한 사회로 가게 될 첩경을 마련될 것 같은데 어려울까요? 안 그러면 '아빤 강남스타일!'의 반복만 계속될 텐데...




        • 입장권을 현장판매만 하는 극장이 있어요. 입구가 좁은데 사람이 많이 몰려요. 그럼 줄을 서야지요. 그게 당연한겁니다. 지금 수시입학은 이런 줄세우는 방식이 문제 있다고 해서 바꾼거죠. 아예 문을 여러개 만들어서 극장이 원하는 사람만 입장시키는 방식으로 바꾼거죠. 줄서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죠. 오히려 편법과 반칙이 횡행하게 만들었어요. 희소한 자원을 가장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은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거지요. 일년에 한번 시험 치는게 너무 가혹하다면 횟수를 늘려 예컨대 일년에 3회를 보도록 하는 방법도 있죠.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어야하니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은 공부로 평가받아야지요. 힘들어도 그게 맞는거지요.

          중국과 한국을 다녀본 한 거래처 외국인이 전에 참 이상하다는거에요. 뭐가? 물으니 자기가 보기에 중국이 사회주의국가라는 것과 남한이 자본주의국가라고 하는 것이 아주 미스터리하다고. 중국은 지금 굉장히 자본주의적인데, 한국은 사회주의적으로 보일때가 많다고. 이건 그사람이 양국을 다녀보면서 느낀점이라 더 깊숙히 따져묻진 않았습니다만 어느 외국인의 눈으로 봐도 한국은 최소한 사회주의한다는 중국보단 평등한 나라에요. 한국사람 성향이 특히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느껴서 사회가 전반적으로 평등지향성이 높아요. 이번 조국건도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입시에서 공평하게 처리되지 못한건 못봐주는 한국인의 성향상 아마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지는 못할것입니다.
          • 공짜로 특별과외 받는 이 느낌을 짐작하실런지. ㅋ


            듀게에 주황색 등도 켤겸 (주렁주렁 열리면 얼마나 예쁘게요~) 따로 스레드 여셨으면 좋았을 걸 아깝사옵니다.

            • 전 그렇게 성실하지 못해 제 글에 답글을 다 못달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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