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의 카톡 6 (하이퍼-센시티브하다는 것)


머저리> 어,누나. hyper- sensitive하다는 게 무슨 뜻이야? 
머저리 누나> 맥락을 말해.
머저리> '감각의 제국'을 이제야 봤지 뭐야. 누난 일찌감치 봤지?
머저리 누나> 고딩 때 영어자막판으로 봤다만 노재팬 열풍이 거센 이 더위에 그 옛영화를 찾아 봤다고?

머저리> 거기서 아베 사다가 끼치산에게 이런 말을 하잖아? 
머저리> "의사가 말하길, 나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하이퍼 센시티브하다더군요."
머저리 누나> 기억 안남. 그래서? 

머저리> 하이퍼 센시티브하다면 미세한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이 가능하다는 얘길텐데
머저리> 왜 그렇게 극도로 자극을 추구해 나갔을까?
머저리 누나> 그게 사람과 기계의 다른 점이겠지.
머저리 누나> 고감도의 기계는 미세한 것까지 민감하게 탐지해 내지만 사람은 감각이 단련될수록 소박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니까.

머저리>그렇군.
머저리 누나> 새로운 것, 더 강한것, 더 거대한 걸 수용하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이겠지.
머저리> 올~   결국 자극의 인플레이션을 통해서만 하이퍼 센시티브함은 유지될 수 있는거네?
머저리 누나> 그런 거겠지.

머저리> 누나 결벽증으로 이 영화 보고 충격받지 않았어? 
머저리 누나> 그닥 충격적이지 않았어. 육체는 슬픈 거구나 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고 굉장히 쓸쓸했어.
머저리 누나> 이것저것 다 실험해보는 모더니즘의 흐름이 생각나더라. 해볼 수 있는 건 다 시도해보고, 더 추구하고 싶은 자극이 없으니 이제 우린 나른하다는 서구의 지적 감각.
머저리> 동의함.

머저리 누나> 감각이 느린 것도 나쁜 것 만은 아닌 것 같아. 그건 판단 유보나 판단 중지가 좀 오래간다는 의미이기도 한 거니까. 하이퍼 센시티브한 것도 대단한 재능이긴 하지만 말야.
머저리> 근데 아베 사다의 하이퍼 센시티브함은 헤프다는 의미 이상은 아닌거 아냐?
머저리 누나> 남의 욕망/태도에다 헤프다는 표현쓰지 마! 주로 여성에게만 사용하지?
머저리> 흑
머저리 누나> 카톡 일주일 금지. 성찰해보시고요, 빠이~ 
    • 난 저영화 안봤음 세미포르노라 그래서.난 담엔 확실한 무딘 종자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은 무딘게 무딘줄을 몰러
      • 호~ 그래서 안 보셨다니 가.영님이 '신선함' 1을 획득하셨습니다.ㅋ  남성은 '난장판'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기 어려운 걸로 알고 있는 것도 제 편견 중 하나인 듯.

    • “머저리” 동생 불쌍해요. 헤프다 대신 과잉, 잉여라고만 했어도 누나의 압제에 굴복 달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너무 오래전 본거라 가물 가물한데 과하고 거북하고 역겨워서 보기 힘들었던 느낌만 남아 있군요.
      • 뜬금없이 추억 속 경구가 떠오르네요. 공안검사들이 운동권 피고인 공소장 첫머리에 흔히 썼다는 문구- "자신의 불행을 사회의 책임인 양 오신망상하여 정부를 잘못 믿고 헛된 생각을 한 나머지...." 
        '머저리'님의 무신경한 언어습관을 바로잡으려는 저의 지적을 압제인 양 오신망상하여 동정하시면 아니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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