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을 보고(약 스포)

영화는 재미있는데, 후반부에서 활력이 떨어집니다. 뭔가 비밀이나 사연이 숨겨진 주인공이 나타나 자신의 비밀을 알아가고 숨겨진 진실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난 뒤에는, 특히 힘을 찾은 후에는, 좀 더 고뇌라던가 좋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지 못하고 마블식 액션과 농담이 채우게 되는데 이게 좀 아쉽네요. 호러 영화라던가 외계인 촉수물같은 내용도 섞여서 그런 거 질색하시는 분들은 약간 고려하셔야 할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밑그림을 그렸고 대결구조에서 변형을 준 건 신선하지만, 그 후반부는 좀 많이 본 MCU 영웅서사라 아쉽습니다. 그래도 용산 아이맥스에서 본 게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후반부가 비주얼 적으로만이 아니라 이야기적으로도 매력적이었다면 정말 블루레이 살만한 영화였을텐데 거기에 미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네요. 배우들은 하나같이 좋습니다. 브리 라슨의 캐릭터 캡틴 마블 캐릭터도 인상적이에요. 캐릭터로서 설득력이 완벽한 건 아니나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이상으로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군요. 페미니즘 때문에 영화 안 본다는 관객이 있건 말건 그녀의 캐릭터는 멋집니다.

아무튼 더 유능한 각본가들이 유니버스에서 벗어나는 더 좋은 이야기를 썼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역시 아직은 무리겠죠. 이런 아쉬움은 어디까지나 제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는 현실적인 서사를 좋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타 - 쿠키는 꼭 끝까지 안보셔도 됩니다. 고양이가 뭐 뱉어내는 내용이라...그리 중요한 스포는 아니니까 스포할게요.

기타2 - 첫번째 쿠키는 엔드게임 내용인데 그래서 더욱 엔드게임이 걱정되긴 하네요. 인피니티 워보다 재미없을까봐...

    • 기존 마블 공식 안에서 그래도 최대한 신선한 기원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 느낌이었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액션이나 스토리는 평타에 가깝고 배우, 캐릭터 매력으로 살리는 느낌.

      • 저도 그점은 꽤 칭찬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억상실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막장드라마가 잠깐 생각나더라고요.ㅎㅎ
        • 원래 정체가 뭐냐는 정도는 원작 코믹스를 몰라도 예고편이나 스틸샷 몇개만 봐도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너무 뻔하지 않게 잘 꼬아놨더라구요. 아네트 베닝의 캐릭터와 크리족-스크럴족 관계도 그렇고 

    • 개인적으로 V나 스타맨같은 추억속 80년대 미국드라마 냄새가 물씬 나서 즐겁긴했어요. 스타워즈의 레이처럼 너무 만능캐릭터를 만들어놔서 긴장감은 심히 떨어졌지만.
      • 전 그 드라마들을 보진 못해서 에일리언이나 외계인 호러코드는 있다는 정도만 인지했습니다; 90년대 문화코드는 많더라고요. 너바나의 음악이라던가 구형 데스크톱 컴퓨터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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