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세계라고 해도

서있는 자리가 다르니 보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며 표현하는 것도 당연히 다르겠죠. 


오늘은 모처럼 신문이 있는 곳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게 되어 조중동과 한국경제의 헤드라인을 한자리에서 보게 되었는데 말이죠. 기사라는 것을 기대할만한 찌라시들이 아님에도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정부와 이 정권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지.. 이 새끼들과 이 새끼들 뒤의 데스크와 그 데스크를 조종하는 거대한 카르텔이 참 일관되기도 하고 꾸준하게도 저런 똥같은 기사들을 잘도 써내는구나 싶었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 서있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악을 쓰고 끌어 내리고 아닌것을 맞다고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는 이유가 있죠. 그런데 거기에 휘둘리는 갑남 을녀들은 휘둘리고 선동 당하고 뒤늦게 후회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2월말의 북미 회담 결과가 나와봐야 이 나라의 앞날이 어디로 갈지 조금이라도 가늠이 되겠지만 힘있고 돈있고 스피커까지 빵빵한 것들이 그동안 지지율이 무서워서 하지 못했던 온갖 이간질과 조작질과 선동질을 하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노무현 시즌2가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 거 아니다.. 나는 합리적이고 똑똑하고 시류를 잘 읽고 있고 이 정부와 정권의 페미 정책부터 시작해서 경제를 죽이고 있는 실정과 무조건 퍼주는 식의 대북 저자세 외교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 일본을 내치고 실업율을 솟구치게 만드는 그 모든게 싫어서 그러는거다.. 라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너무 많습니다. 돈이라도 받고 그 지랄하는 인간들이야 전술한 것 처럼 동기라도 있다지만 스스로 분노해서 과연 진짜로 그런가 의문도 가지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뭐.. 말을 보탤 가치도 못느끼게 되요. 


우리는 그들이 노무현을 죽이고 노회찬을 죽이고 세월호를 침몰 시키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구제역과 조류독감과 메르스를 창궐 시키고 북한과 각을 세워서 전쟁의 위협을 높이고 오로지 부자들과 가진 자들만이 잘 살고 더 잘살수 있는 법을 만들도록 내버려 뒀습니다. 그리고.. 이제 겨우 3년도 안된 문재인 정권을 헐뜯으며 또다시 같은 일을 하려고 하고 있죠. 


듀게에까지 문재앙 문재앙거리는 인간들이 들어와서 개소리를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뭔가 모를 한심함이 돋아서 몇줄 적었습니다. 

    • 문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살아나가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설득해 내는 것이 정치가 할 일 이라는거죠.


      정치가 이런 사람들을 무시한 결과가 유럽은 극우정당이고, 미국은 트럼프니까요. 

    • 이미 상황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이번 세대에 어찌해 볼 정도는 지나가버렸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최소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시간을 벌어주는 거겠죠.
    • 선배들에게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 있어요

      우리는 민중의 손으로 왕의 목을 자른 경험이 없어 이 모양이라는.

      단순히 목을 자르는게 아닌, 그 후에 민중들의 손으로 자신들의 대표자를 세우는 경험이 필요했지만, 우린 그건 못 했다는.

      60년 4월 혁명 후에는 군인들이 왕좌를 차지해버렸고, 87년 6월 혁명 때는 유시민 장관 말마따나 목숨걸고 직선제 쟁취해 놨더니 사람들이 노태우를 찍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실패했는가? 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1894년 겨울에, 전투원만 2만이 넘는 동학군이 고갯마루 하나를 넘기 위해 진군을 해요.

      동학군은 그 고갯마루 넘어 공주를 꼭 차지해야 했어요. 당시 공주는 전라, 경상, 강원, 경기로 길이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는데,

      한성부로 진격하고, 그들의 기반이었던 전라, 경상으로부터 물자와 병력을 충원해 집결시키기에 공주가 최적의 장소였거든요.


      그때 고지에서 이들을 맞은 조일 연합병력은 후방 전투지원군까지 합쳐 고작 여단 병력.

      조선관군은 우회하는 동학군을 유도해서 결국 동학군이 하나의 고갯마루를 향해 진격하게 만들어요.

      그곳이 바로 너무 가파라서 소가 다니는 것을 금했다는 고개, 우금치예요.


      문제는 그곳에는 이미 적이 후방 포대와 기관총 진지를 구축해놓고 동학군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과, 동학군 지휘관들에게 전술이랄 게 아예 없었다는 것.

      동학군은 그야말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으며 진격을 합니다.

      현대식 군사훈련도 못 받은 시민군이 부적 하나 품에 넣고 기관총에 전우가 쓰러지는 걸 보면서도 꾸역꾸역 고개를 올라요.

      그렇게 고지 150여 미터 앞까지는 어떻게든 진격을 해냅니다.

      우리가 K2 영점을 25m로 잡는 건 보통 250m 안에서 소총으로 교전한다는 의미지요? 마지막 동학 병사가 쓰러진 지점이 적 기관총 진지 150m 앞.

      점령 불가능한 고지인 걸 알면서도 올려보낸 공격이 40회. 병력 2만 중 1만 7천 전사. 적은 70명 부상.

      전 그때의 전봉준만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때 동학군들(aka농민)들이 뭐 대단한 군기가 확립이 돼 있어서 이탈하지 않고,

      눈 앞에서 사람들이 쓸려 나가는 걸 보면서도 꾸역꾸역 고갯마루를 올랐을까요?

      자유. 한 번 맛을 본 자유와 상식에 대한 갈망.

      그때도 동학교도를 비웃고, 일본에 붙었다 청에 붙었다 하는 사람이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동학이 전라도에 집강소를 세워 자치를 하며 그 자유와 상식의 세상을 보았는데, 어떻게 다시 옛날 그 시궁창에 몸을 담고 살겠습니까?

      그게 되나?


      2016년 우리도 똑같았잖아요?

      전략? 전술? 그런 게 어딨었나요? 그냥 그 추운 겨울에 광장에 나와서 촛불 들고, 카메라 들고, 소리 지르고...

      일베충, 넷우익, 뭐든 방구석에 앉아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주제에 비아냥만 거리는 병신 새끼들의 조롱을 들으며,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는 선대의 피. 비유가 아닌 진짜 피를 발판 삼아 드디어 우금치 고개에 설 수 있었다는 거잖아요? 누구도 다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문명이 있는 곳에서 꽃 피웠던 낭만주의는 아주 빠르게 시들어가고,

      사람들은 낭만주의와 함께 지상에 꽃 피웠던 낭만이 꿈꿨던 이상과 다름에 너무도 빨리 실망하고,

      더러 그것을 비웃는데 누구보다 빠르게, 또 열심히인 인간들이 나타나기 마련 입니다.

      루이 16세의 목을 뎅강 했다고 당장 시민들의 세상이 왔던가요?

      그래도 험로를 걸어 결국 시민의 시대는 왔고,

      왕족과 귀족의 시대는 저물어 갔지요.


      경복궁을 차지한 일본군과 썩은 조선의 탐관오리들이 보낸 관군.

      그들이 세운 기관총 진지 뒤에 앉아 비웃는 거나 하는 인간들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두 눈을 뜨고 들판을 달리는 우리를 헤매는 쥐떼라 부르며 스스로 정원에 매인 개를 자처하는 비겁한 놈들.


      60년 4월, 69년, 80년 5월, 87년 6월, 08년 여름, 16년 겨울을 넘어 마침내 우금치 고갯마루에 올랐으니

      언젠가, 그게 당장 내일은 아닐지라도 꼭 좋은 날이 올 겁니다
      • 추천 누르고 싶은 댓글이네요. 하지만 듀게에는 추천 기능이 없었지;;;

      • 추천기능 없으면 어때요, 본문글에 좋아요 100, 이 댓글에 좋아요 100 드립니다.
      • 저 역시 100 드립니다.


        이데올로기 관점도 있지만 조중동은 심하게 변태적이 된 기업들 입니다.

      • 큰 희망은 없지만 우리나라는 점점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 본문보다 열배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멋진 댓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 본문과 댓글들 읽다 울컥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듀게는 이런 곳이죠.
    • ... 좋은 글과 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저는 문재인 정부가 별로 진보적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오히려 보수적이면서 포퓰리즘적인 정부로 보여요. 그리고 경제적으로 무능하죠. 유일하게 성공한 게 있다면 대북정책과 북미관계개선에 성공했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노무현과 노회찬의 죽음에는 가족과 본인의 책임도 있었고요. 전형적인 감상주의로 포장한다고 현실이 나아지진 않죠. 경제가 현실이에요.
      • 사실 경제정책도 성공적이라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은 줄어들겠죠. 저도 실업률 어쩌구 그런 글 안 썼을 거에요. 그러나 중간지표만 보자면 충분히 아쉬워요. 그래서 문재인에 대한 화풀이는 거시적이기보다 미시적인 우리 주변의 생활에 대한 문제고요. 그게 곧 거시적인 흐름이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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