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예찬

아 이 정다운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부드럽고 조용하며 슴슴한 이것은

시금치 예찬을 하자니 백석 시인의 국수 싯귀가 문득 생각나서 응용했어요. 물론 백석 시인이 얘기한 그 국수는 메밀국수죠.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평양냉면이요. 그래도 하얗고 가느다란 국수를 먹을 때면 늘 백석 시인이 떠올라요. 국수 삶는 뽀오얀 흰 김이 피어오르는 걸 가만히 바라봤을 그의 시선이.

그런데 국수 예찬 못지않게 시금치 예찬이 하고 싶어졌어요.
요즘 시금치의 매력에 푹 빠져 있거든요.
음 이게 참 국을 끓여도 좋고 무쳐도 좋고 덮밥에 대충 넣어도 좋고. 특히 카레에 시금치 넣으면 정말 맛있잖아요. 씹는 소리가 일단 수선스럽지 않고 젓가락으로 집으면 그대로 술술 잘 감겨서 입안에 들어와요. 시금치 된장국을 끓일 때 시금치를 애초에 넣고 끓이는 게 아니라 시금치를 미리 살짝 데쳐서 투하하는 식으로 끓여야 맛이 좋더라고요. 끓는 물에 소금 두 스푼 넣고 5초 정도 데친 후 찬물에 헹궈 꾹 짜서, 멸치 다시 육수에 된장 적당히 풀고 끓이다 넣어요. 시금치국의 소박하고 온화한 맛은 그 단순한 재료 조합에 있죠. 전 만드는 사람도 수고롭지 않은 그런 음식들을 좋아하는데요. 그러니까 슥슥 몇 가지 재료로 휘릭 만드는 그런 음식말예요. 만드는 사람이 너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음식은 좋아하질 않아요. 가령 북어 가루 무침 같은 양반댁 음식 같은 거요. 북어를 두드리고 결대로 찢고 그것도 모자라서 찢은 북어포를 손으로 비벼 곱게 가루를 낸 다음 포슬하게 무치는 식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혀의 만족을 위해 손가락을 혹사해야 하나 싶거든요 전. 누군가 그런 수고로운 음식을 해줘도 그러지 말라고 강하게 얘기해요. 아 얘기가 다른 길로 샜는데요 여튼 시금치국이 의외로 바게트 빵이랑 어울리더라고요.. 고소한 바게트빵을 씹고 시금치국을 후룩 마시면 수수한 그 맛의 어울림에 마음이 순해져요. 파스타에 넣어도 좋고. 겨울철 시금치가 은은하게 달달한 맛이 좋더라고요. 김밥에도 오이보다는 시금치를 넣은 게 더 좋고...

시금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ㅎㅎ
    • 시금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군요!

      • 시금치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 뽀빠이. 맞다 ㅋㅋ 어린이들이 시금치 싫어하네요. 수영님은 어린이 입맛.
    • 시금치 된장국은 가장 완벽한 건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금치에 파스타는 진리입니다.  심지어 피자 토핑으로도 끝내주죠! 

      • 거창하지만 시금치 된장국 한사발이면 웬만한 시름도 잊게 한다고 생각해요 ㅋ ㅑ! 만두피에 시금치 토마토 올리는 간단 시금치 피자 맛있더라고요
    • 시금치도 겨울이 철이죠 더 추워져서 이제 저장무와 저장배추 외에는 하우스재배 야채밖에 구하기 힘들어질 때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제철 야채가 시금치 아닌가 싶습니다 


      시금치 하면 한식도 좋지만 에그베네딕트나 오믈렛, 라자냐도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맞아요.. 연초록빛의 순정한 겨울 채소라니.. 시금치를 보면 온순하게 생명력있어 보여요. 이탈리안 요리랑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시금치 데쳐서 리코타 치즈에 호두 좀 뿌리고 씹어먹기만 해도 맛있더라고요..
    • 참 이상한 음식이랄 수 있어요 먹기 아주 쉽고 맛있는데 사게 되질 않아요.


      시금치 농사짓는 분이 있었는데 생으로 먹었어요 난 아직.

      • 시금치를 생으로 먹다니.. 가영님은 사실 토끼.
    • 저도 채소 단맛이 그렇게 좋더군요. 양파, 당근, 파프리카 등. 시금치는 버터에 볶는 것도 추천합니다.
      • 당장 해볼게요. 버터에요? 버터에다 살짝 그을리는 수준까지 볶아도 어쩐지 맛있을 거 같고.... 파프리카는 항상 볼 때마다 꼭 가짜 같아요. 진짠데, 너무 가짜 같이 진짜 같은. @.@
        • 이쁘게 생겨서 그렇죠 ㅎ
          • 좀 많이 이쁘죠. 어이없게 완벽한 쨍한 컬러감 좀 보세요 크..
    • 북어가루를 그렇게 무식하고 힘들게 만들었었군요. 요샌 그냥 북어포 사서 믹서기에 갈아버림 되니까요.

      알베르토가 오늘 뭐 먹지?에서 시금치를 갈아서 밀가루에 반죽해서 메밀전병처럼 요리하던데 시금치를 그렇게 응용하는구나 싶어 신기했어요. 순한 맛에 싸니까 다양하게 응용하나봐요. 정말 맛있어보였는데 귀찮아서 여태 못해봤네요.
      • 그러니까요... 양반 대감의 주안상을 위해 종부의 손가락은 그렇게 북어를 두드리고 찢고 비비고....


        심플하고 좋은데요. 시금치 수제비도 생각나네요
    • 아. 입에 침고여요. 글 정말 정갈하게 잘쓰십니다. 당장 시금치를 사러 가야하겠습니다. 

      • 위꼴사 대신 위꼴문으로... ㅎㅎ 당장 사서 드시고 비타민 철분 보충하세요^^
      • 그러게 참 예쁘고 아름답게 쓰셔요. 22222
    • 시금치와 치즈가 들어간 인도식 카레 팔락 파니르도 맛있죠. :)

      • 팔락 파니르. 어감도 그렇고 비쥬얼도 그렇고 뭔가 이계의 음식 같네요. 맛이 궁금해요.. 전 일본식 카레에 시금치 듬뿍 넣어서 먹는 것만 해봐서...
    • 오...여기 진정한 어른들이 모여들 계시네요!


      그러고 보니 시금칫국에 바게뜨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사...사실...시금치는 빼고 국물만 바게뜨하고 먹고 싶긴 합니다)
      • 뽀빠이 만화가 시금치를 너무 안 먹는 어린이를 위한 시금치 먹이기 만화니까, 일단 시금치 좋아하면 진정한 어른이 된 걸로. 허무하고 당당하게 퉁치기로 해요 ! 히...
    • 시금치 페스토 해드셔 보세요. 블렌더만 있으면 만들기도 쉽고 치즈빼곤 거의 집에 있는 재료라 만들어 놓으면 빵에 발라먹어도 파스타 소스로 해먹어도 그냥 아주 든든해요.
      • 시금치 페스토 만들어두면 여기저기 잘 발라먹겠어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라면에 시금치 페스토 넣음 이상할까요? 토마토 라면도 짱 맛있는데 시금치 페스토도 왠지 괜찮을 것 같고... 괴식이라고 기겁할 사람도 있을 것 같고.. ㅎ 팁 감사합니다^^
        • 파스타나 라면이나 뭐 큰차이 있나요 .ㅎ 전 사실 파스타로 칼국수도 끓여막고 라볶이할때 사리로 넣는걸요. 우리나라 밀가루 면보다 덜퍼지고 좀더 단단한 식감이라 이렇게 먹음 더 맛있더라구요. 사실 시금치 페스토를 울아가 밥에 비벼줄려고 만들어 놓은 거거든요. 밥에 비벼먹어도 굳. 우유 따뜻하게 데워서 넣어먹어도 좋을것 같아요.
          • 라볶이에 파스타면... 느낌 와요. 오 이걸 왜 생각 못했죠 꼭 해볼래요 궁금하네요. 얼추 맛이 그려지네요. '울아가'라고 하신 게 왠지 따뜻해요.. ㅎㅎ아기가 평화롭게 잘 자라면 좋겠어요.. 머리카락이 토끼털처럼 보드라운 아기가 하얀 밥위에 연초록 시금치 페스토를 뿌려서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연상해보니 참 귀여울 것 같아요^^
    • 따뜻한 글 좋아요. 감사해요.

      시금치된장국 저도 좋아해요. 가족따라 물건너와서 살기 시작한 요즘, 한국에서 밥상에 슥 오르던 음식들이 그립던 참이네요. 오늘 장보러갈 예정인데 시금치 한뭉텅이 사다가 한냄비 끓여먹어야겠어요. 아. 바게트도요 :)
      • 아기새님 닉네임보면 어쩐지 조용히 속삭이는 느낌이 들어요.. 맛있게 드셨나 모르겠어요. 타국 생활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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