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유감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TBS 라디오를 듣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거든요. 1부 끝나고 8시 뉴스 하기전에 나오는 라디오 광고가 있는데 화자가 남잡니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일단 목소리 따뜻하고..(성우니까..) 발음도 좋은데 말하는 게 상당히 거슬려요. 뭐라고 하냐면.. 자기집에 시집와서 몇년째 김장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멘트인데.. 1. 작년에 김장하느라고 몸살 난 거 안다. 2. 너를 위해서 질좋은 국내산 절인 배추를 준비했다. 3. 올해는 김장 빨리 끝내고 오랜만에 데이트 하자. 뭐 이런 내용이예요. 


흠.. 거슬려요. 


일단 김장은 여자가, 특히 아내가 혹은 엄마가 해주는 거라는 인식이 먼저 거슬리고 기껏 아내를 위해 준비한게 동남아 스파 여행 같은 게 아니라 절인 배추라는 것도 거슬리고 절인 배추를 쓰던 절인 상추를 쓰던 김장 끝나면 쭉 뻗어서 쉬고 싶을텐데 지가 뭐 도와주겠다는 말도 없이 평소에 안하던 데이트를 하자니.. 같은 남자지만 참 한심하고 이 친구는 평생 가야 와이프가 왜 화났는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충북 괴산군 절인 배추 공제조합인지 협동조합인지에서 내는 광고니까 방송사를 욕할 문젠 아니지만 들을때마다 거슬리는 이런 광고.. 좀 한심하다고 봅니다. 뭐.. 이 광고 듣고서 아.. 그동안 내가 가정에 너무 무심했구나.. 하면서 절인 배추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광고도 하는 거겠지만. 


평소같으면 흘려 들었을 이 광고가 거슬리는 건 김장을 직접 해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장은 몸살이 날만큼 힘든 노동이기 때문에 온가족이 같이 하거나.. 외주를 주거나 그도저도 아니라면 김치를 끊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처음 해본 김장이긴 하지만.. 먹을만해서 다행입니다. 직접 담은 김치는 애정이 있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니.. 반찬 투정하는 남자들은 필히 김장해보시길 권해드려요. 

    • 그냥 풍경이 그려지는데요 시집와 몇년 차라니까 시어머니 지휘아래 며느리는 김장하고 남자들은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젊은 남편은 사실 도와주고 싶어도 괜히 어머니가 남자는 저리 가라고 어깃장 놓는. 근데 2018년인데도 아직도 저런 집들이 많나요 신기하네요. 사실 절인배추 쓰면 김장 2/3은 부담이 줄어들죠  

      • 노동 강도가 많이 줄죠.

    • 김치는 진짜 스킬보다 노동집약적 음식이라 김장 그렇게 많이 하고 싶다면 온 식구가 달라붙어 하는 게 맞죠.


      올해는 엄마가 김장 욕심을 버려서 딱 여섯포기만, 그것도 절인배추 사다가 했습니다. 너-무 좋아요. 엄마아빠 둘이서 하고 전 옆에서 수육만 삶았음 ㄲㄲㄲ


      내년에는 부디 아파트에서 간장 된장 담그는 것도 포기해주셨으면 ㄲㄲㄲㄲㄲㄲㄲㄲ

      • 대박이십니다. 메주부터 띄우신다는 얘긴데.. 아니면 메주는 따로 사서 하시는지..

    • 제가 싫어하는 DB손해보험광고와 비슷하네요.


      한가지 더 싫어하는 라디오 광고는 알바천국 광고에요. 알바한테 반말하면서 우리 가게에 뼈를 묻어달라는....

      • 뭐..웃자고 하는거겠지만 거슬리긴 하죠. 뼈를 묻으라니..

    • 고추를 하나씩 다 닦아서 말리고 고춧가루를 만들고, 신선하고 좋다는 새우젓 구하러 강화도 다녀오고 간수 뺀 천일염으로 절여야 쓴 맛이 안 난다고 꼭 간수 빼서 소금 쓰고, 속이 꽉 찬 배추 구하러 알음알음 배추밭 농가부터 믿을만한 채소 가게까지 두루 섭렵하고, 무채는 채칼 쓰면 물 많아진다고 칼로만 썰고. 풀 쑤고. 씻고 다듬고 절이고 버무리고...... 어릴 때부터 보던 엄마의 김장은 고통 그 자체였어요. 당신께서야 음식에 대한 철학과 자식 사랑의 힘으로 이룩한 결과물이지만 빛깔 곱고 시원하고 아삭한 김장 김치 먹을 때마다 목이 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쯤엔, 비가 와서 말린 고추 걷어오다 넘어져 발목을 접질린 엄마때문에 김장에 대한 적개심까지 생길 정도였죠. 김치.... 그깟게 대체 뭐라고 몸을 바쳐 담그나 그랬어요. 직접 담궈서 먹을 거 아니면, 김치 투정 같은 건 진짜 하질 말아야해요... 올해도 제발 김장하지 마시라고 또 여러번 엄마께 간곡히 애원할 예정이랍니다. 한식은 뭐랄까 너무 조리과정이 만드는 사람의 땀을 쥐어짜는 식의 음식이 많은 것 같아요.
      • 과정만 봐도 맛있겠습니다. 정성이 들어가면 맛이 없을수가 없는게 한식인데.. 이것도 케바케라. 무채쓰는 대신에 올해는 갈아서 넣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 죽어도 김장은 니가 해라 그 뜻이군요.
    • 절인 배추가 생각해서 해준 배려라니.. 절인 배추말고 사다주는 김치가 더 맛있어요.
    • 그나저나 누가 해주는 밥만 먹어본 사람들이 김치랑 국에 집착하는 걸로 보이네요. 어릴때부터 요리가 일상인 저는 국 별로 애착 없고 김치도 짜고 맵기만 해서 생야채 먹는게 더 좋더라고요. 요즘은 겨울에 생야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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