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몇 편

어제 댓글로 동시 한 편 올리다가 오랜만에 동시를 좀 찾아 읽어 봤어요.  


그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시 몇 편 옮겨 봅니다. 







뽀뽀의 힘

 

        김유진

 

 

쉬는 날

잠만 자는 아빠

 

곁에서 맴돌아도

툭툭 건드려도

두 팔을 잡아끌어도

꿈쩍 않더니

 

쪽!

뽀뽀 한 방에

 

“아이구, 우리 딸.”

 

반짝

일어난다

 

 

 

 

 

 

저울

 

           최수진

 

 

동생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저울질하고 있어요

 

큰 거 먹으려고요

 

동생은 저울이에요

무게를 너무 잘 달아요

 

 

 

 

 

 

눈 잘 자

 

            박성우

 

 

아빠? 응!

 

엄마들은 왜 아가 재울 때

‘코’ 잘 자, 해?

눈이 자니까

‘눈’ 잘 자, 해야지!

 

코가 진짜 자면 큰일 나잖아, 그치?

 

아빠, 눈 잘 자.

엄마, 눈 잘 자.

 

 

 

 

 

 

청소 시간이 되면

 

            김용삼

 

 

수업이 끝나고

우당탕탕 청소 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나

의자를 들고

벌을 서지

 

아니지

벌을 서는 게 아니지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 주느라

힘든 의자를

 

책상이

또 하나의 의자가 되어

잠시

앉혀주는 것이지

 

 

 

 

 

 

똥개가 잘 사는 법

 

            김응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도 못 얻어 먹고

신발도 못 얻어 신고

개집에서 쫒겨났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그냥 똥개로 살기로 했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 대신 뼈다귀로

신발 대신 맨발로

세상을 누비고 다녔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마음껏 똥개로 살아갔대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임복순

 

 

설탕 두 숟갈처럼

몸무게가 25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작은 북방사막딱새는

 

남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삼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를 난다고 한다.

 

살다가 가끔

내 몸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몇 백 배 더 무겁고 힘들고 괴로울 때

 

나는,

설탕 두 숟갈의 몸무게로

지구 한 바퀴를 날고 있을

아주 작은 새 한 마리

떠올리겠다.

 

 

 

 

 

 

우물

 

       권정생

 

 

골목길에 우물이

혼자 있다

 

엄마가 퍼 간다

할매가 퍼 간다

 

순이가 퍼 간다

돌이가 퍼 간다

 

우물은 혼자서

물만 만든다

 

엄마도 모르게

할매도 모르게

 

순이도 못 보게

돌이도 못 보게

 

우물은 밤새도록

물만 만든다

 

 

 

 

 

서 있는 물

 

       김금래

 

 

바다가 되기 싫은

물이 있지

 

가던 발길 멈추고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물이 있지

 

세상 물들이 모두

바다로 갈 때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 벌리고 서 있는 물이 있지

 

잎으로 꽃으로 피는

물이 있지

 

 

 

 

 

 

    • 어른이 좋은 동시는 이미 동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런데 동시는 애 어른 다 좋으라고 쓰는거겠죠.


      이젠 어른을 초과했는지 사람이길 포기했는지 별로 감이 안와요.

      • 감이 안 온다고 하시는 가끔영화 님을 위해 동시 한 편 더~ ^^ 






        사슴 뿔


         


                    강소천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꽃이 피니?


         



          • 왔군요!! 다행이에요. ^^ 


            (감이 온다고 하실 때까지 시 한 편씩 더 올리려고 했죠. ^^) 


            요즘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 시 한 편~  








            바람


             


                     강소천


             


             


            ―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나? 길거리에서


            바람개비 돌렸지.


             


            ―그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난 오늘 공중에서


            연 올렸지.


             


            ―얘, 오늘 밤엔


            너 뭐 할 테냐?


             


            ―난, 숲속에 들어가


            소롯이 자야겠다.


             


            ―나두 일찍이


            자야겠다.


             


            ―아아 고단하다.


            ―아아 다리 아프다.


             


             



    • 몸무게가 설탕 두 숟갈이라는 북방사막딱새에 관한 기사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시인께서 아마 이 기사를 보신 듯... 


      https://goo.gl/736kfc




      북방사막딱새 (처음부터 나온 회색 새가 수컷이고 나중에 날아온 약간 갈색의 새가 암컷인 것 같아요.) 









      그냥 가기 섭섭하니 시 한 편~ 






      코알라 시간표


       



                박성우


       



       



      1교시 : 잠자기


      2교시 : 잠자기


      3교시 : 잠자기


      4교시 : 잠자기


      급식 먹고


      5교시 : 잠자기


       



      아, 코알라는


      잠자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 자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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