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후기 (스포는 없는 것 같아요)


<홈>


굳이 영어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족이 아니라 가정, 건물 자체가 아닌 그 안의 생활, 그러나 집이 상징하곤 하는 보살핌, 돌아갈 곳, 쉼, 편안함(의 필요) ... 여러 단어들에 X표를 치며 고민하다 찾은 차선책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좀 더 문학적이거나, 마케팅적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이 단어를 포기하지 않았네요.


이전에, 해고 노동자의 아들분을 인터뷰해가던 영화 <안녕 히어로>를 보며, 한없이 발랄했으면 좋겠을 '청'소년의 얼굴에 점차 우울감 같은 것이 깃드는 걸 목격하며 가슴이 철렁해졌었습니다. 두꺼워져버린 표정 아래 가려진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긴급한 마음이 들어서요.


<홈>의 주인공 준호는 갑작스레 가족도, 가정도, 집도, 보금자리도, 멀어질 위험에 처합니다. 이전의 삶도 뭐 굉장히 근사했던 건 아니지만, 이후의 일들은 어떻게 손써볼 도리가 없는 어른들(도 해결 못 하는) 급의 일이라, 지켜보는 관객들도 염려가 돼요.

무엇보다도, 당장 처신을 해야 하는 상황, 어려운 사람을 마주해야 하고, 눈을 마주치거나(혹은 피하거나), 대화를 해야 하거나(침묵해야 하거나), 혹은 한 공간 안에서 자기 존재 자체를 잠시 지워버리고 싶을 듯한(혹은 너무나 적극적으로 외치고 싶을) 순간들에서의 표정을 보다 보면, 휴. 무거워진 마음이 지금도 가시질 않네요.


<홈>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근 10대 인물들이 큰 역할을 했던 영화들, <당신의 부탁>, <플로리다 프로젝트>, <우리들> 등이 얼마나 잘 연출된 영화들이었는지 도리어 깨닫게 되네요. 무엇보다도 <우리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겠죠. <우리들>의 인물들이 얼마나 전형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웠는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대사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새로웠는지, <당신의 부탁>의 10대 소년이 얼마나 덜 보여주면서 많은 걸 보여줬는지.


마음을 쿵 울리는 스틸컷 같은, 의미가 너무 심장하고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종종 눈에 띄었고, 요리를 할 때 어떤 한 맛이 유독 돌출되는 것은 그 맛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맛과의 밸런스 때문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 다음 작품은 분명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왠지 그 작품의 제목은 '홈'과는 다를 것 같고요.



    • 말씀하신대로 영화가 너무 나이브하고 아슬하게 신파에서 줄타기 해서 별로였어요. 진짜 아역 배우가 하드캐리 하는 영화. ㅜㅜ 좀 억지? 스러운 장면도 많고요. 중학생 아이에게 편의점 맡기는 것도 그렇고, ( 아래는 스 포 일 러 )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많은데 특히

      애가 그렇게 두드려 맞고 왔는데

      아무런 반응을 안하고 할말하고 걸어가는 ‘아버지’도 그렇고요.


      좀 안이한 영화 같았어요.
      • 매끈하고 자연스러운 완성품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새삼 생각이 들었어요.
        • 네 그런거 같아요.

          연기도 쎈캐릭터 연기가 오히려 쉽고 그 반대는 어렵다는거 처럼

          약간 힘빼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들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0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