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당갈~ (약스포)


재밌게 봤어요. 이야기할 거리가 참 여럿 있는데, 영화 안에서 그것들 스스로가 서로를 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인도 최초의 여성 레슬링 선수 이야기, 라기보다는 '~를 만들어낸 아버지의 이야기!' 쪽이 더 정확하겠죠.ㅎ


이 영화의 추가 묘-하게 조금 다른 데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바로 이 지점일 것 같아요.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아내의 의견은 묵살하는, 영광적인 순간에 그 성취를 해낸 딸의 표정이 아닌 아버지의 얼굴로 바로 포커싱을 옮기는 카메라(솔직히 이건 좀 짜증스러웠어요. 뭘 이렇게까지..ㅎ), 딸의 인권 향상같은 결과를 냈지만 실은 아빠가 못다 이룬 꿈을 압박하다보니..? 나레이션은 삼촌이 적격이었을까? 같은 질문들이 흥겨움 아래 하나 둘 쌓입니다.


'당시' '실제' '인도 현지의-' 라는 것을 고려하면 성취와 한계가 뒤집어질 수도 있겠고요.


오히려 제가 흥미로웠던 것은,ㅎㅎ 이 '위대한 아버지'서사에서도 숨길 수 없이 빛을 발하는 여성들의 서사였어요. (마케팅도 그렇게 하고 있죠)

영화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1) 아버지가 딸들을 인도판 위플래시로 훈육 시작, 2) '태릉선수촌'(..)에 가서 신 기술 익히며 아버지와 갈등, 3) 하지만 아버지가 옳았고 그걸 따르며 마침내 승리! 인데,

2)에서, 두 자매의 대립이 불거질 때, 이때 영화가 새롭게 부각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계를 보니 70분쯤 지나있었는데, 앞의 흥겨움과는 다른 새로운 긴장감, 흥미진진함이 돋더군요. '앞의 것들 걍 빠르게 훅훅 전개하고 여기서부터 본격 시작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요. 하지만 <당갈>은 아버지의 이야기니까ㅋㅋㅋ 그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아야 완성되는 것으로 끝나죠.


말하자면, 아버지가 가르쳐준 페미니즘 (되게 감동적이면서 명언 같은 말을 할 때 사실 실소가 터져나왔어요;ㅅ; 진지하게 말하는데 웃어버려서 죄송-.-), 아버지가 허락한 페미니즘 (서사상으론 그렇지 않지만 비유하자면.), 아버지를 공격하지 않는 페미니즘, 이랄까요. 이렇게 보면 아쉬움과 지적들이 끊이지 않지만,

의도하지 않았는데 뻐렁치게 빛나서 추를 흔들 지경인 여성 서사의 존재감이 참 흥미진진하네요.ㅎ


'인도'가 '영국'을 이기지만 '아버지' 품에 안깁니다. 하지만 운동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멋지고 재밌습니다! 영화 오락이 현재 어디 와 있고 어디로 갈지, 유쾌한 기대가 되네요.


덧.

- 후반부 레슬링 장면은 진짜 자막에 눈이 오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신나는 오락이었고,

- 카메라가 여성을 담는 장면이 아무런 불쾌감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 사실 여전히, 둘째에게 마음이 좀 쓰여요.

당갈당갈~


    •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레슬링 장면은 액션영화만큼 흥미진진하고 여성 선수들 땅을 단단히 딪고 넘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이야말로 대사로 표현되는 어떤 메시지보다 울림이 크더군요. 너무 멋있고 상대선수, 특히 나이지리아 선수도 멋있었어요. 주어진 일에 오로지 집중하는 모습만큼 멋있는게 없는 것 같아요.

      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아버지의 고집만으로 결정된 부분이 걸리긴 하는데, 인도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만듬새도 참 주인공 아버지스럽게 우직하고 고집있네요. 헐리우드 영화같으면 패스하고 지나갔을 법한 것도 있던데, 게다 딸이 아버지랑 맞장 뜨는 장면은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어렵지 않던가요!

      주인공 아버지가 그 동네에서 미친사람 취급 받지만, 중후반부 아카데미와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는 것을 보고 인도 곳곳에 미친 아버지들이 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
      • ㅋㅋㅋㅋ그렇네요. 인도 곳곳에ㅋㅋ

        나이지리아 선수 잠시 잊고 있었네요. 정말 너무 멋있더라고요~
    • 그리고 성반전 영화이기도 하죠. 비유가 아니라 그대로 뒤집은. 아버지와 사촌오빠가 타지역에 방 하나 빌리고 요리하면서 두 자매 뒷바라지 해주고 있죠. ㅎ
      • ㅋㅋ그 점도 참 절묘하네요.
    • 나이든 아미르 칸 모습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감독이나 배우나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남 다른 듯. 왜 이 배우가 인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지 이유를 알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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