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떠오릅니다.

그 전에도 사건이 있었을 수 있겠습니다만, 최초의 기억은 한국 나이로 6세 즈음입니다. 외갓댁 동네 아저씨가 다리가 참 예쁘다며 훑어봤어요.

초1때 귓볼이 탐스럽다며 귓볼을 계속 만지작거리던 문방구 남주인,

같은 해 학교 앞에서 좌판을 깔아놓고 물건을 팔다, 저기 수풀 안으로 들어가 입술 뽀뽀 해주면 플라스틱 반지 하나 주겠다고 꼬시던 아저씨,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섹스하는지 상세히 묘사하여 편지를 보낸 아홉 살 같은 반 남학우,

뒤에서 붓글씨를 가르쳐주며 자꾸만 성기 부분을 등에 갖다대던 서예교실 남선생,

벌어진 교복 버튼 사이를 훔쳐보던 남교사,

붐비는 길거리에서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던 남자들,

(특별한 이유 없는 휴학이 드문 과에서) 여학우가 휴학하자 낙태 때문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던 남학우들,

조교를 성추행하고 벌금형까지 받았지만 멀쩡히 교수 노릇 하고 있는 남교수,

여학우들 몸무게를 집요하게 물어보던, 남학우들 사이에서는 평이 좋던 남학우,

일터에서 엉덩이를 슬쩍 만지는 남고객,

지하철 막차에서 졸던 제 옆에 슬그머니 다가와 허벅지 만지다가, 벌떡 일어나니 도망가버린 남자, (이 때 즈음부터 승질이 드러워졌던 것 같습니다.)

악수하며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실실 웃던 남자 상사,

회식 자리에서 제 머리카락 귀 넘겼던 남자 상사...










매일매일이 성추행의 주마등입니다.
바바리맨 같은 건 빼고, 얼른 생각난 대로 적은 것만 해도 이 정도네요. 20세기 얘기도 있는데 21세기 얘기가 대부분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글에 나온 건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런 일을 당한 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가, 남에게 알리는 것이 수치라고 생각했다가, 분노하다가, 묻어버리는 과정을 매번 거쳤습니다.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떠올리지 않고 살았던 거예요. 문득문득 그 때로 돌아가서 칼로 찔러버리고 싶은 기분을 누르며 지냈을 뿐이죠.

최근에는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고 만나던 사람만 만나는 직장을 다녀서, 즉 사람에 노출될 일이 적어서 이런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갇혀 살지 않는다면 여성은 평생 이런 일을 겪는다는 거겠죠.

자고 일어나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요즘, 자꾸 떠오릅니다. 괴롭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네요. 바낭입니다.
    • 저도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경찰 아저씨가 왜인지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주었는데, 술래잡기를 하며 저를 안아올려서 손으로 가랑이를 막 문질렀죠. 4학년 때는 아버지 친구가 저희 가족이랑 피서를 같이 갔는데 수영복을 입고 있는 저랑 언니(초6) 허벅지 안쪽을 집요하게 만졌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는 강아지를 안고 길을 가는데 왠 아저씨가 강아지가 귀엽다며 만져봐도 되냐고 하더니 강아지가 아니라 제 가슴을 주무르더군요-.-;; 근데 왜 저항을 못했을까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 어른에게 예의바르게 대해야 한다는 교육 때문이었어요!

      이런 일을 겪을 일도 생각해 볼 일도 없으신 분들은 이 나라에 소아성애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거예요. 제 친구는 여섯 살 때 집에 온 큰아버지가 친구의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더군요. 그 후로 그 친척놈을 무서워하며 피해다니기만 하고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대요.
      • 맞아요, 2차 성징 이전에도 수없이 당했죠. 성추행 기억이 별로 없는 여성 친구들도 아이스께끼나,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주면 무릎을 탁 치며 괴로워하더군요..


        전 오히려 그런 교육 받은 적도 없고 잘 대드는 되바라진 아이였는데도 웬일인지 거절이나 저항을 못 했어요.


        Mauve님도 괴로우시겠어요.



    • 저는 여자애들이 온순하라고 순종하라고 가르치는게 덕목인 문화부터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절하는 법, 싸우는 법,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하는지, 성교육과 동시에 가르쳐야합니다.
      • 어떤 상황에선 "안 돼요, 싫어요" 하면 오히려 살해당한다고, 저항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 교육 필요하죠. 하지만 지엽적인 얘기... 여성혐오적인 문화 토양자체가 바뀌어야합니다. 애들이 하지말라고 말하기 전에 저런 쓰레기들이 애들한테 범죄 저지르지 않는게 중요하죠.
      •  피해자가 예방하면 된다라고 하는걸로 들릴 수가 있어요. 온순하고 순종하라는게 나쁜 건 아니죠. 그걸 바꿔야 한다면 남자도 바꿔야죠. 남자는 이래야 한다. 어느 지역 남자는 어떻다. 등등 이것도 함께 바껴야죠. 무엇보다도 온순한 여성도 혹은 온순한 남성도 이런 두려움 없이 살수 있도록 권력에 의한 어떠한 폭력도 용인되지 않을 강력한 방법을 찾아내야죠. 가정내 부모나 면식있는 사람들의 온갖 폭력과 학교에서의 체벌이나 학대. 반에서의 모든 폭력에 대한 공평한 대처와 처벌등이 이루어 진다면 사회분위기도 바뀔겁니다. 




         아래에서의 운동이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삼아서 정치권의 정화운동부터 했으면 좋겠어요. 당도 건드릴 수 없어서 쉬쉬했던 차기 대선주자가 이 사건으로 날라갔으니 그 아래를 다 밝혀내고 정화할 수 있는 명분도 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어요. 민주당이 본보기로 더욱 많은 유사 사례를 조사해서 다 밝혀 내기를 시작했으면 좋겠고, 이걸 기회로 강력한 법까지 만들어서 경제계와 학계까지도 드러나는 족족 강력하게 처벌 하기를 바랍니다. 

        • 동감입니다. 지선 앞두고 경쟁적으로 이렇게 당 혁신경쟁이 벌어져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아요
    • 친구들과 아는 사람한테 당한 이야기 시작하면 아버지 친구, 친척 어른, 사촌오빠, 동네 문방구 아저씨, 교사, 학원 선생님, 셔틀버스 운전 기사, 교수, 직장 상사, 동료, 선배.. 진짜 많죠.

      그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평범하고 정직한 시민이죠. 전 성희롱하고 성추행하는 사람이 뭐가 소수라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런 말 하는 사람들도 자기 친구나 가족이 그러고 다니는 거 모를 거예요. 

      • 그쵸, "저 사람 전부터 쌔했다"는 말이 본인의 선구안 자랑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게.. 다른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도 이런 짓은 저지를 수 있거든요.
    •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파서 꼼꼼히 다 읽지는 못 했으나 한숨이 깊게 나옵니다. 대한민국이 총기 소지 허용 국가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안 그랬음 전 그 놈을 찾아가 쏘아서 죽여버렸을 거고 지금 살인자가 되어있겠죠. 그 놈도 감사해야할 거에요.


      (하지만 쏘아버리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어요. 적어도 나 혼자만 죽진 않을 거임.)
      • 이걸 한 번에 다 겪었다면 제가 죽든 상대를 죽이든 결단을 냈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몇십년에 걸쳐 몸에 스며들어버렸어요.
    • 한동안 컷터칼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거울 보면서 만만해 보이지 않는 표정을 연습도 했고요. 총... 저는 저를 쏘아버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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