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스레드 잡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기사들, 호평들을 읽고, 내용은 모르는 채 그린우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리던 영화를 봤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 이 영화는 예고편이랑 다른 영화이겠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직선적이어서 좋았습니다. (며칠전에 The woman in the window 를 읽고 TV  시리즈 볼때 처럼 박자 맞추어 나오는 suprise 순간들이 굉장히 지겹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는 달콤한 연예기간이 지나고 난 뒤 한 사람의 존재가 생활이 될 때를 이야기 합니다. 피그말리온도 생각하게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만든 조각이라고 생각한 대상이 내가 만들기 전부터 자기 객체를 지닌 존재였다는 걸 잊은 사람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요. 본인을 잃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이야기이기도 하죠. 알마는 이미 첫 만남에서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레이놀즈에게 말합니다. 눈싸움을 한다면 내가 이길거에요 라고. (뒤에 레이놀즈의 동생 시빌이 Don't pick a fight with me, you certainly won't come out alive. I'll go right through you and it'll be you who ends up on the floor. Understood? 라고 말하는 장면과 비교해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녀가 Whatever you do, do it carefully 라고 말하는 장면은 다 보고 나면 부탁이 아닌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예고편을 보고 후반에 나올거라고 생각한 취향에 대한 두 사람의 말다툼도 영화 전반에 나옵니다. 알마는 열려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감추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게 이 인물의 매력이고요. 레이놀즈와의 첫만남에서 알마의 얼굴은 정말 사과처럼 붉어지는 데 여기에는 아무래도 데이 루이스에게 공을 돌려야 할 거 같아요. 제가 읽은 봐에 의하면 데이 루이즈는 그 장면이 자신과 배우 비키 크리엡스의 첫 만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데요. 그 장면은 두 인물의 그리고 두 배우의 첫 만남입니다.   


아침식사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레이놀즈가 뭘 먹는 지, 얼마나 먹는 지, 무엇을 안먹는다고 주장했다가, 아무 생각없이 먹는 지 만 따라가도 이 인물을 다 이야기 하더군요. 재미있어요. 중간 중간 알마의 아침식사가 레이놀즈를 짜증나게 하는 장면들은 보지 못한 프랑스 영화에서 나오는 '그 사람이 서 있는 방식도 나를 짜증나게 한다' 라는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작품이라면, 여러모로 그와 잘 맞는 영화입니다.

참 우드콕이란 재미있는 성도 데이 루이스의 공이라는 군요.


데이트 중인 사람과 처음 같이 본 영화 입니다. 보고 나서 저희 상황과 비교 하면서 웃었어요.

    • 우리나라는 다음주에 개봉라는데 아주 기대됩니다. CGV나 씨네큐브 등을 통해 이미 보신분들도 계시겠지만요.
    • 내가 만든 조각이라고 생각한 대상이...


      자기 속의 숨은 심리를 알려하지 않고 평생 사는 그런 말인거 같은데 알려하지 않았으니 모르겠네요.

    • 아침식사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죠.

      “There's entirely too much movement at breakfast.”가 한때 제 아침시사에서도 단골멘트였다는...
    • 새로운 인연 축하드립니다. 선물이도 이제 많이 컸겠네요. 수려한 소년이 되었을것같아요. :) 언제 사진한번 공유해주세요. 

    • 개봉날 보려다가 오늘 마침 CGV에 상영하고 있어서 후딱 보고 왔네요. 역시 재밌네요. 사람과의 관계가 이렇게 스릴 넘칠 줄이야. 저는 초반은 연애라는 생각이 안들더군요. 알마는 그랬을지 몰라도 레이놀즈는 처음부터 영감을 주는 뮤즈, 도구로 취하는 것 처럼 보이더군요. 레이놀즈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호감. 프라하의 봄 영화도 생각나고 거기에 쫌생이 중년남성 마인드 추가. 유아기부터 자기 반성 없이 나이만 먹으면 저런 모습이 되겠구나 하는 배움 얻고 가고요. 윈터슬립도 그렇고 중년 전문직 남성들 비호감으로 그리는게 전세계적 유행인가요.

      레슬리 멘빌 연기가 엄청나더군요. 한번에 정리할 수 없는 생각과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던데, 보는 사람도 답답할 정도로 억압되어 있는 듯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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