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 영화를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글입니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전에 적은 글 보시고 예기치 않게 희생(?)당한 분들이 생긴 듯 해서 조심스레 밝혀봅니다.
정리해서 쓸만한 능력은 안되기에 두서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스포일러는 많이 있습니다.
영화의 기본 만듦새가 다소 후집니다.
영화의 액션 연출과 cg는, 닥터후 뉴시즌 정주행으로 단련된 똥cg 면역력으로 건강하게 이겨냈습니다.
연기도 다들 좀 아리까리합니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독의 전문분야가 애니메이션이라 인물 연기지도에 약하다 혹은
인물 연기지도에 별 신경을 안썼다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하기로 마음먹어서 전자 후자 반반 주겠습니다.
그래도 좋은 배우들이라 눈가리고 볼 일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루한 주인공이 뜬금없이 초능력이 생기는 영화라 하면 능력을 얻은 직후에 그 능력으로 자기 욕구를 실현하는 장면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피터 파커가 학교 일진 때려눕히는 장면처럼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나이트에 취직을 합니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독이 일반적인 초능력 영화와 궤를 달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은
그것이 주인공의 욕망이었다. 피고용인으로서 돈 많이 받는 것.
여기서도 반반 주겠습니다.
주인공이 딸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넥타이로 어설픈 뱀쇼를 합니다. 그러다가 진짜 초능력을 딱 보여주는 순간 딸은 고함을 치고 아버지를 무시하고 떠납니다.
여기서부터 살짝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뱀쇼 부분에서 딸이 끊고 나가버렸다면 평범한 장면이었을 겁니다. 보는 사람도 적당히 웃고 넘길만한 장면이구요.
그런데 딸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타이밍은 아버지가 진짜 초능력을 보여준 이후입니다.
그까짓 마술 좀 배워왔냐고 치부하기 힘든, 자기 주변 사물을 모두 공중에 띄우는 능력을 보여준 후에, 그걸 다 목격한 후에 딸은 나갑니다.
여기서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혹시, 초능력 조또 쓸모없는거 아냐?
(욕설 죄송합니다)
빠르게 넘어가서, 결말까지 가보면 초능력은 진짜로 쓸모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구치소에서 홍상무랑 주인공이 만났을때 홍상무가 친절하게 구구절절 얘기 다 해줍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그거 조또 쓸모없어요.” (사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장면입니다. 너무 친절해서)
마지막 농성 장면에서 사람도 구하고 딸도 구하는 초능력이지만, 결국 상가는 철거되고 아무것도 막은건 없습니다. 초능력이 없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겁니다. 초능력이 없었다면 그 큰 바리게이트도 없고, 용역과 경찰은 영화에서 나온것보다 훨씬 “온건하게” 입주민들 “덜 다치면서” 길바닥에 내몰았을 것이란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결국 초능력은 물리적 충돌을 심화하는 결과만 낳았고, 물리적 충돌을 다시 무마하는 데에만 쓰였습니다.
플러스 하고 마이너스 하니 제로입니다.
이 하등 쓸모없는 초능력이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 딸의 가게에서 맥주 날라줄때입니다.
사실 초능력 안써도 되는 일입니다.
그냥 좋은 가족이면 일손 거든다고 맨손으로 잘만 하는 일입니다. 죽기전 엄마가 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주인공은 이제야 가능해진거구요.
그 외에 초능력이 다른식으로 영화속에서 기능하는 부분은 없다시피합니다. 아니 아예 없습니다. 검은옷 입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인터넷에 분명 농성장면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됐는데 기자든 누구든 관심갖는 사람이 없습니다. 종편에서 북괴의 무기 어쩌고 하는 부분 외엔 영화속에서 이를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뤘어야 했는데 못했다 혹은
다루지 않았다. 이 영화엔 필요없어서.
제 선택은 당연히 후자입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제목 염력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페이크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투자받을려고요ㅋ(제 속단입니다)
류승완은 상업영화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다가 군함도라는 예쁜 똥(상업적으로)을 쌌는데요
만약에 류승완이 싼 똥이 유머를 좀 버무린 지구를지켜라 였다면 이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고백하건데 전 지구를 지켜라를 싫어합니다.
그걸 기대하고 본게 아닌데 그걸 봐서 그렇습니다. 피자가 먹고싶은데 구수한 청국장집에 끌려간 기분이었습니다.
역으로 염력을 좋아하기로 한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다들 동치미만 내오는데 백김치가 먹고 싶을때, 누군가 좀 덜익었나 싶긴 해도 백김치를 가져다준 겁니다.
부산행을 본 다음에, 이 “대중친화적” 괴물을 만든 연상호가 다음에 내놓을 작품은 무엇일까 기대 반 기대 반 하고 있었는데, 철저하게 개인적, 주관적 관점에서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작품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하나만 얘기할게요.
용역사장이 두들겨맞고 무릎꿇고 있을때, 그 앞 바닥에 식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는 장면이 정말 훌륭합니다. 누가 봐도 개. 개밥. 이걸 개 주인이 직접 줬으면 참 촌스럽고 작위적이었을텐데, 자연스럽게 다른사람 손에 넘겨서 더 훌륭합니다.
제 기억을 장담은 못 하겠지만 아빠가 초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루미는 아빠에 대한 깊은 빡침 때문에 '진짜'를 보여주는 순간엔 아빠 째려 보느라 주위를 살피지 않았을 겁니다. 그 때 류성룡이 움직인 물건이 루미 뒷쪽에 있었고 그것들이 바닥에 떨어질 땐 이미 쿵쿵거리며 나가고 있었던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