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보며 한 딴 생각


0.

<공동정범>을 보고 너무 좋아 바로 듀게로 달려온 그날, 하필 게시판이 먹통이 되기 시작하였고

며칠이 지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많이 휘발되었어요.


영업하고 싶은 영화인데, 개봉 첫 주가 흘러가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었어요.

잘 파는 사람은 아니니 흥행에 도움은 안 되어도, 최소한 영화의 좋은 점들은 어서 나눠서

예매를 망설이게 하는 부담은 덜어드리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능력이 된다면 더 늦기 전에 어서 수다를 풀고 싶네요. 



0-1. 

사실 <염력>과 <공동정범>을 같이 묶어서 한 글 안에 넣는다는 건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과 참치회를 연관시키는 것과 같아서 

상당히 연관 없고 생뚱맞은 도입부군요..




1.

어쨌든 오늘은 <염력>을 보고 왔고, 그 얘기를 좀 하고 가려구요. 

볼 생각 없다가 아래 nabull님의 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2.

캐릭터와 연기 등에 대해 안 좋았던 점을 적다가 지웠습니다. 그에 대해 이미 많은 글자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3.

이 영화의 음악은, 영화의 태도를 오인하게 만듭니다.

흔히 지적받는 방식인, 반전 영화가 오히려 살육의 장면을 가장 쾌감 넘치게 만드는, 그런 잘못을 저지릅니다.

매우 싫었습니다.



4. 

영화는 여러 번 어이없게 미끄러지고, 마치 교수님의 멘토링을 거치고 난 논문 같은 이상한 결과물입니다.

민망한 화면을 마주하며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좀 했습니다.

아래의 글은 영화의 장면들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5.

이 영화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이 떠올린 상상, 이라고 생각하면

여러 장면들이 걷잡을 수 없게 슬퍼져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는, 공기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과 함께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죠. 세월호 사건 이후였던지라 그 장면에 괜한 의미 부여가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커다란 거인이 되어 배를 들어 올리는 상상을 해' 라는, 유가족 편지글의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지나치게 현실적인 현실 속에서 맨날 맞고 밀리고 지기만 하고, 저 큰 물대포 앞에서 우린 너무 약하고,

그러다가 스파이더맨이랄지 슈퍼맨, 토르 같은 광고를 봤다고 생각해봐요.

아씨, 저렇게 그냥 한 방에 확 저놈들 다 쓸어버리면 얼마나 좋아.(욕은 쓰기 싫어서 표현이 너무 착해졌습니다만.)

내가 당사자이든, 혹은 미치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든, 

왜 대체 우리는 이렇게 힘이 없냐고, 울분이 터지지요.


바로 그런, '미치게 억울해 죽겠는 마음'이 

한 방에 저놈들을 다 날려버리는 어떤 상상을 하게 되고,


인터넷 화면을 통해서든 눈앞의 바리케이트 밖에서든

발만 동동 구를뿐 가까이 다가갈 수도, 꺼내줄 수도, 도와줄 수도 없는 미쳐버리겠는 마음이

허무맹랑할지언정 진지하고 절실한 상상을 하게 되고요.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이상한 CG라든가, '좀 말도 안 되는 설정이네' 라고 히익하게 되는 장면들에서 되려 몸이 들썩거릴 만큼 눈물이 나버렸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는 상관없는 상상..딴 생각..)


이상한 건, 이 영화의 장르와 톤이지요.



6.

쉽게 말해 '슈퍼히어로' 같은 설정이잖아요.

좀 말이 안 된다, 유치하다, 라는 건 원래 히어로물이 피할 수 없는 것, 혹은 자연스러운 것이고요. 


(손목에서 거미줄 나오는 거나...엘프의 피를 물려받거나...염력으로 물건 들어 올리는 거나...)


(초능력 중에서, '그나마' 한국을 배경으로 한 개연성을 고민한 결과가 

 차력 같은 염력... 약수물... 그런 걸까요. 정말 눈물 나는 노력이에요.)


그래서, 중간에 현타오는 장면들에선 장소나 상황을 우주/외계인과의 싸움 같은 걸로 바꿔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히어로물의 정수를 잘 몰라서 아래의 거친 비유가 말실수가 될지 몰라 조심스럽습니다만, 

상황이 : 대한민국 서울 어딘가의 재개발 상가가 아니라 처음 듣는 우주의 어느 행성이었다면, 

상대방이 : 전경 방패를 들고 곤봉 든 경찰이나 용역이 아니라 문어 머리에 눈이 하나 달린 외계인들이었다면,

아 그러면 (여전히 히익스럽지만) 마음이 좀 너그러워지거든요. 0ㅁ0 '개연성이 없잖아!' 라는 생각은 확실히 덜 들어요. 여전히 재미는 없을지언정.



6.

혹시나 5.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관통하여

이상한 한국영화나 타 장르의 옷을 어줍짢게 갖춰입지 않고

또라이같은 특출난 장르 영화가 되었다면... 아 그 역시도 허무맹랑하다 말도 안 된다 유치하다 얘기는 나올 것 같지만...일단 세상에 없는 장르를 만드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려웠을 거고

꽤 잘 만들었어도 상당히 마니악한 아트하우스 영화가 될 위험(???)이 더 크겠네요. 뭐, 이런 상상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7. 아무튼.

그래서 좀 아쉬웠어요.

왜냐면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5.의 상상을 절실하게 해본 적이 있어서요.











    • 5. 도무지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서 나온 상상... <제5도살장> 생각납니다.


      6.은 <지구를 지켜라> 아닌가요?




      악평들이 많던데, 그래도 후하게 봐주신 듯... 참치마요김밥과 참치회의 비유에서 빵 터졌습니다.

      • 아, 기대를 아예 내려놓고 갔었거든요. 공포 영화 마주하기 싫어서 모서리 보며 딴 생각 하는 것과 같은... 




        6. ㅋㅋ안 그래도, 예를 들면 지구를 지켜라 ..라고 썼다가 지웠습니다.ㅎ

    • 써주신 글로만 판단해보면 염력, 컬트영화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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