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죽는다는 건 무슨 느낌인가요?
가끔 듀게엔 부고 소식이 올라오곤 했어요.
대체로 전 읽지 않았습니다. 뭔가 그냥 저랑 너무 먼 이야기들이라서요.
부모님이나 형제의 중병과 관련된 글들도 떠올라요. 제목들만요. 역시 너무 먼 이야기라 보지 않았었어요.
불과 일주 전까지 직장에서 일을 하시던 아빠가. 매일 헬스를 다니시던 건강한 아빠가. 체력을 자랑으로 여기셨던 아빠가.
삼일 전 폐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더 정확히 하자면 소세포암 확장기.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원발 부위 불명 저분화 신경 내분비 종양이랍니다.
시발 부위를 모르는 암이래요. 일주일간의 검사를 통해 폐와 임파선에서 발견되었고, 더 있을 수 있지만 의미가 없어서 자세한 검사는 더 하지 않는대요. 다만 뇌에는 없다고 합니다.
4주전부터 예후가 있긴 했지만 그게 암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어요.
갑자기 몸이 퉁퉁 붓는 병. 아빠는 그게 약 부작용이라고 우겼죠. 목과 혀까지 퉁퉁 부어서 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러니까 일주일 전에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5일정도 검사를 하고 나서 너무 뜻밖의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전부터 싸우셨고, 입원내내 싸우셨던 엄마는 '아빠 퇴원만 하면 이혼을 준비하겠다'고 벼르고 있었고, 저는 그냥 근래 집안 분위기가 너무너무 싫어서 도피하고 싶었어요.
모두가 뿜어내는 신경질들...그 숨막히는 신경전들....가족들의 에너지가 이상한 형태로 뿜어진다고 느꼈는데..
암? 4기? 평균 6개월 생존율?
이런게..지금도 납득이 가지 않아요. 그냥 실감이 안나고..그래서 아무런 느낌도 없어요.
수술은 불가능하고 항암치료만 방법이라고 해요. 항암치료가 큰 효과가 있는 대신, 재발확률이 거의 100%를 육박하더라고요.
수 번의 항암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5년정도를 보나봐요. 왜 5년인지는 모르겠는데, 자료를 찾아보면 최대치가 5년이더라고요? 확률15%...
지금은 실감이 안나는데 항암치료로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아빠가 죽어가는구나. 곧 돌아가시는구나.그런게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다리를 제대로 굽히고 펴는걸 힘들어 하시는데 벌써 다른곳으로 전이는 진행되고 있는건지..암세포가 번지는 속도가 엄청나다고 하더라고요.
뇌로 전이되면 사지마비가 올수도 있고, 말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전혀 다른 사람이 된 아빠를 대하는게 어떤 느낌일지...감도 안와요.
아니 사람이라는게, 삶이라는게 이렇게 급하게 달라질수 있는건가. 사고가 아니라 몸에서 자란 병인데..불과 몇달 사이에 죽음을 논하게 되고,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그런게 가능한건가..
아직도 이해가 안갑니다.
확정을 받고 저는 오늘 밤 처음 아빠가 있는 병실에 왔어요. 아빠께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뭐라 말하길 기다리는걸까요. 이 타이핑을 치는 동안에도 저를 바라보고 있는데.....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계세요....자꾸 눈을 회피하게 되잖아요....
저도 1년쯤 전에 죽을 뻔 했었습니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요. 병원에 있는동안 보니 자식은 부모를 포기하고 배우자도 배우자를 포기해도 부모는 자식을 포기 못하더군요. 글 쓰신 분도 아버님이 사랑하는 자식과 헤어지는게 더 슬플 거예요. 그냥 돌아가실 때까지 옆에만 계셔도 큰 위로가 될거에요. 문병온 자식들 돌아가고 사람들 참 슬퍼 보였거든요.
댓글을 어떻게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담담한 글 읽는 것만으로도 겪고 계신 상황이 느껴져서 로그인 했어요.
실감이 안가고 이해가 안간다고 하시는 그 기분 너무나 이해 가요.
위의 재만님 댓글처럼 아버님 곁에 있어 드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될거 같아요.
여러 번 댓글을 썼다 지웠다 했네요.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 이 책들을 권해드립니다. 꼭 읽어보세요. 적어도, 어떻게 하면 상처가 되는 실수들을 피해갈 수 있는지는 알겠더라고요. 정말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