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1 영화] 태양은 가득히
오늘 밤 12시 25분 EBS1에서 <태양은 가득히>를 방송하네요.
보기도 전에 왠지 제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가 있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
맷 데이먼이 연기한 <리플리>와 같은 원작인데 불안하고 연약한 느낌이었던 맷 데이먼의 리플리와는 달리
알랭 들롱의 리플리는 야망에 불타는 가난한 청년의 전형을 보여줄 것 같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어요.
르네 클레망 감독의 경우에도 저는 <금지된 장난>도 못 봤고 이 감독이 만든 영화를 한 편도 못 봤는데도
어쩐지 이 감독의 영화는 느슨하고 지루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고요.
그나마 imdb의 관객 평점이 7.8점으로 매우 높아서 기대감을 주긴 하는데...
매력적인 리플리가 나와서 제 예상을 산산조각 내주는 멋진 영화였으면 좋겠네요.
이 영화는 사운드트랙도 유명하죠. (동영상의 아래쪽 소개글에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얘기가
조금 나오던데 아무 정보 없이 보실 분들은 읽지 마시고...)
알랭 들롱의 리플리가 어떤지 궁금하신 분은 같이 보아요.
맷 데이먼의 <리플리>에서는 주드 로가 워낙 잘 생겨서 맷 데이먼이 어쩐지 더 불쌍해 보이고
응원해 주고 싶은 캐릭터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알랭 들롱이 워낙 압도적이라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네요. 위 동영상에서 잠깐 본 모습으로는 여주인공을 갈아마실 듯한 표정인데... ^^
저는 존 말코비치의 Ripley's Game(2002)를 참 보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더군요.
데니스 호퍼가 나온 빔 벤더스 감독의 The American Friend(1977)은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이상하게 리플리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뭔가 상당히 냉정하고 잔혹했다는 느낌이...
(근데 요즘 제 기억은 믿을 만한 게 못 돼서... ^^)

최고 영화음악
허망하고 쓸쓸한 느낌의 음악이죠. 음악도 좋긴 한데 이상하게 제 마음을 흔들진 않아서
일단 이 영화는 알랭 들롱의 얼굴만 믿고 보려고 합니다. ^^
(그런데 알랭 들롱의 얼굴도 사실 제 취향은 아니고 좀 느끼해서 걱정... ^^)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그대로 쓴 리메이크 영화가 있을까요?
태양은 가득히 엔딩의 사운드트랙 정말 좋죠.
저는 이 영화 좋아해요. 세 번인가 봤죠, 아마.
어렸을 때 어머니가 '세계 최고 미남'이라고 가르쳐주신 덕분에 아랑 드롱 (이렇게 읽어야 제 맛)은 참 오래 기대했다가 본 얼굴이에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야 맞을 텐데 기대만큼 미남이더군요.
영화가 꽤 건조해요. 아마 축축한 느낌이 아니라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하긴, 제목부터 태양은 가득히군요.
제가 워낙 부자와 여름 나오는 옛날 영화를 좋아하긴 하네요.
저희 어머니도 알랭 들롱 나온다고 이 영화 보려고 하셨는데 계속 주무셨다지요. ^^
문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촬영이 아주 멋졌어요. 바다에서 파도가 몰아칠 때는 제 심장도 벌렁벌렁 ^^
미래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가 알랭 들롱이 웃통 벗고 요트를 모는 장면이죠. ^^
포도밭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방금 봤는데, 또 봐도 대단히 인상적이네요.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 몹시도 불안정하고 그러면서 또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천진한가 하면 또 비열해 보이고. 이 역할과 알랭 들롱의 이미지가 정말 이음매없이 잘 맞아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아, 자본주의가 다 뭔가 싶어지고, 슬프고, 그래서 나쁜 놈인데 불쌍하고, 마지막에 그 해맑은(?) 미소라니. 흑흑흑.
파트리샤 하이스미스 작가께서 이 영화를 몹시 마음에 들어하셨다더군요.
steria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예상보다 상당히 재미있게 봤어요. 리플리 이야기도 신데렐라나 폭풍의 언덕처럼
여러 번 되풀이해서 변주해도 재미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요.
다른 리플리 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으면 훨씬 더 재밌게 봤을 것 같고...
어쩐지 이 영화에서는 필립이나 마지에 대한 리플리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없어서
왜 리플리가 필립을 죽이는지, 왜 죽인 후에 그렇게 애써서 필립 그린리프 행세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리플리라는 캐릭터 자체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알랭 들롱의 리플리는 뭔가 좀 야비하고 좀 더 무자비한 범죄자 같아서 원작의 리플리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소설 안 읽어봐서 모르지만 ^^)
요트가 올라오는 충격적인 장면 아주 멋졌고요. (똑똑한 리플리가 그런 실수를 하다니...)
전 아직은 맷 데이먼의 리플리가 더 좋아요. ^^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랄까,
부러움과 질투, 모멸감 같은 감정들, 범죄를 저지른 후의 불안과 초조가 더 잘 느껴져서...
주드 로가 그런 감정들을 불러일으킬 만큼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로 아주 멋지게 나왔죠.
모리스 로네는 그 부분이 좀 약했던 것 같아요. 알랭 들롱보다 더 가난하고 없어 보임 ^^
여주인공은 매력적이었지만 기네스 펠트로가 좀 더 상류사회 여성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타입인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맷 데이먼의 리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더 잘 보여줘서인 것 같은데... 어쩌면 처음 본 리플리 영화여서 더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