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동적평형 11월 정모 후기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독서모임 동적평형의 정모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운영진의 후기입니다.


밤 식빵을 뜯으며 평소보다 이른 시각부터 시작된 11월의 정모

주제도서는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포스터에 낚여 황혼의 로맨스를 예상한 많은 분들의 기대를 저버린 소설 가즈오 이시구로<남아 있는 나날>입니다. 철벽+눈새+나홀로밀당 삼단콤보의 늪


유서 깊은 영국귀족의 대저택과 함께 원쁠원으로 팔려간 집사 스티븐스는 어느 날 뜻밖의 여행을 제안받습니다. 
주인 어르신의 배려를 거절할 이유도 없거니와 바람도 쐴 겸, 때때로 편지로 안부를 전하는 옛 사랑의 안부도 궁금하겠다.. 평생을 이 대저택과 주인들을 모시는데 바친 노집사는 그렇게 6일 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그에게는 달링턴 경이라는 옛 주인이 있었습니다. 점잖고 선량한 아마추어 신사 달링턴 경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나치 정권에 힘을 실어주다가 결국 풍문과 비난 속에서 쓸쓸한 말년을 보낸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스티븐스의 기억 속 달링턴 경은 놀라울 정도로 나이브하게? 그려져있습니다. 스티븐스는 그 자신이 항상 완벽한 집사이자 충실한 하인이었던 그 시절, 달링턴 경과 함께하던 과거를 회상하며 종종 사색에 잠기는데... 사실 그와 그의 주인을 바라 보는 주변의 시선과 이야깃거리들은 만만치 않은 것들입니다. 

격동의 시대에 겪은 가치관의 혼란은 결국 달링턴 경과 스티븐스가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일조하고 그들에게 그릇된 신념을 심어줍니다. 
스티븐스의 집사라는 캐릭터도 결국은 직업 자체에 그 자신을 투영하는 그의 헌신적인(집착적이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저물어가는 대영제국에 대한 노골적인 메타포인거죠. 


책을 읽으신 분들마다,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포인트는 서로 달랐지만 작가의 노련한 글솜씨에 많은 분들이 수상 이유를 납득했던 것 같습니다. 인물에 대한 몇 가지 묘사와 서술만으로도 캐릭터를 완벽히 구축하는? 재능이 놀랍다는 찬사도 이어졌습니다. 개연성 있는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정말 잘 짜여진 소설이에요. 모 회원님의 표현처럼 미슐랭 3스타의 완벽한 디저트 같습니다. ㅋ

다만 주인공 스티븐스에 대한 생각은 제법 갈린 것 같습니다. 그 때 당시 시대적 한계를 그대로 반영한 인물 그 자체로 보는 시선과 비판적 여론이 모두 언급되었던 것 같고, 악의 평범성과 잘못된 곳을 향해있던 개인의 신념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비난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말미에서 그는 자신의 현 주인을 앞으로도 잘 모시기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글쎄요...저도 주인공의 새출발을 그다지 응원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스티븐스의 일련의 말과 행동들을 단순한 변명과 합리화라고 치부하기엔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고, 과거에 대한 타협 보단 미래를 위한 탐색의 의지를 읽었습니다. 적어도 작가는 그런 메세지를 주고 싶었을거라고? 전 믿고 싶어요. 

오랜만에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을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정모였습니다. 홀로 밀당을 시도하다 쓸쓸히 리타이어 한 캔턴 양에게 유감을 표하던 분, 특유의 시니컬한 지식인의 매력을 뿜뿜하던 한 마을의 의사선생의 스핀오프가 궁금하다는 분, 엄근진지 품위왕 안소니 홉킨스 등. 

흥미로운 지점들이 참 많았는데 여기서 다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좋은 책을 선정해야한다는 회원님들의 말씀이 또렷하게 남아있군요. 흠..ㅋㅋ

아무쪼록 앞으로도 많은 좋은 책들을 읽기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fin-

  
가벼움 그 자체이지만 (아주)가끔은 진지해지기도 하는 독서 모임인데 혹시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문의만 주셔도 휴대용 탈수기를 사은품으로...드리는 건 아니고, 가입 신청 및 궁금하신 점 있으면 언제든 쪽지 주세요. ㅎㅎ
    • 영화를 볼까 생각이 들다가 주제가 상당히 무거워 잠시 보류하려네요.

    • 렉터박사로 먼저 만났던 안소니홉킨스를 이 영화 소개영상으로 보면서, 저 양반이 저기선 얌전하게 나온단말이지...? 흠..정말.. ? 했더랬죠. 저는 겨우 엠마톰슨과의 썸이 궁금했는데 역시 깊이있는 작품인가 보네요.

      후기도 참 잘 쓰시고.. 대체 편하게 책한권 뚝딱한게 언제인지~오늘도 반납일 연기나 하고 앉았고~네 이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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