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분담 어떻게들 하시나요 ?

Journey 님이 소개해주신 웹툰을 보고 상당한 감명을 받아서 가사분담에 대한 생각을 결혼생활에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시 해보게 됩니다.


남편과 저는 맞벌이인데, 육아와 가사는 실무면에서는 정말로 딱 절반정도 갈라서 '공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고, 초반에 대화(내지는 의견충돌)을 좀 했지요. 사실 남편이 가사일을 '도와주지'않아서 화가 난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걸 '도와주는'걸로 생각하는 것에서 화가 아주 자주 많이 났었던 생각이 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묘사가 딱 맞는 것이, 실제 하는 일의 분량은 비슷하지만, 그걸 계획하고 분배하고 이러는 자체가 정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뭔가, 왜 함께 하는 삶에서 나 혼자 책임을 져야하는가라는 회의가 느껴져서 좀 쓸쓸하고 힘들더라구요. 


사실 가사노동보다, 경제적인 계획이나, 특히, 장기적인 아이의 교육문제 (어떤 학교에 보낼것인가, 과외활동은 어느것으로 골라야할까 )같은 것을 혼자 '계획'하려다보니 특히 어떤 것이 잘 안되면 아무래도 책임감과 죄책감이 느껴져서 괴로운 점이 생기고..  


지금은 어느정도 포기.. 내지는 남편과 내가 잘하는 분야가 다르니 서로 분담을 다르게 하자는 생각으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정확적확하게 수행을 엄청나게 잘하는 편이고, 저는 좀 덜 정확하고 대신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잘 내는 편이고..  당신도 좀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어떤 일이 필요한지...먼저 좀 생각과 계획을 해달라 이런 대화는 스트레스 레벨에 비해서는 너무 전달이 애매하게만 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그 웹툰이 반갑더라구요 :) 


시간이 갈수록  '옳은'길이 아니라 에너지가 덜 소용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서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합니다만...  삶의 다른 부분에서들처럼 계속 현실과의 타협이네요. 


집에서 어떻게 가사분담들 하시나요 ? (특히 기획/실무 부분에서..) 



    • 제가 처음 그 만화를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기쁩니다.




      1:1로 가려고 노력하고 대화하고 (때로는) 다투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해야죠.

      • 네., 정말 좋았습니다. 남편과도 지난밤에 같이 보고 얘기를 좀 나누었구요.  직장과는 달리, 서로 옮음을 계속 따지기보다는 보듬어주면서 그 과정을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니까 천천히 함께 가보려구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결국 시간나는 사람이 가사일 하는거 아닌가요.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설겆이/빨래 하고 애씻기고 나중에 출근하는 사람이 애밥먹이고 어린이집 보내고요.. 청소야 주말에 같이있으니 같이 할수 밖에 없고 반찬이야 요리할 시간이 없으니 반찬가게에서 사먹고요 (사실 요리할 필요도 없죠..사먹는게 맛이나 영양이나 비용이다 다 우위)......아무리 가사를 나눈들 시간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가사일을 할수가 있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시간이 나는 사람일수록 '그때 가장 필요한' 가사 실무를 해야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에는 본 만화 (그리고 제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눈에 안보이는 (그러니까 머리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획 부분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기획부서가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없어지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 가라님이 지난 댓글에 달아주셨듯이 가정밖에서 '시키는 일만 잘한다'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니까요. 맞벌이부부들의 경우 (특히 아이까지 어린경우) 가사 분량자체를 줄여가도록 노력하는 것은 잘살아보세님이 말씀하신것처럼 효과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경우는 같은 시간에 같은 차량으로 출퇴근을 해서 딱히 누가 일찍 출퇴근을 하는 것은 없고.. (남편이 그러나 월급은 더 많이 받는군요. -_-;), 식사는 주말에 왕창 만들고 얼리고 이런식으로 맛은 좀 떨어져도 집밥으로 먹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이렇게 하고 냉동야채를 적극 사용하고 하니까 확실히 부엌일을 많이 줄어들더라구요. 

    • 다툰다는 것은 사실 희망이 있기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차후 과정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나중에라도 기회되시면 나누어주시면 좋겠네요. 

    • 어차피 가사일이라해도 남편이 생각하는 가사일이랑 아내가 생각하는 가사일은 차이가 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담에 관한 조율을 시작하기전에 일단 어떤게 가사일이고 어떤게 가사일이 아닌지 부부사이에서 동의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 좋은 조언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갈등에서이든지 '용어정의'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은 필요한 과정같습니다.  이 웹툰의 강점도 파트너들이 생각하는 그 가사일의 정의에 대한 '차이'를 잘 짚어준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개인적으로는 가정을 돌아가게 하는 모든 일이 가사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재정, 아이교육, 휴가계획, ... 청소나 요리도 물론 포함이구요)그리고 가사일이 돌아가는 것의 기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위생에 대한 민감도같은 것도 부부가 다를수가 있으니까 다른 모든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맞추어가야하겠지요. 

    • 정말 좋은 만화 입니다

      다만 한가지는..여자가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레 어떤 권력? 도 함께 갖게 되는

      수가 많은데 그부분도 포기할 생각은 해야

      할거에요.


      현재까지는 여자가 기획부터 다 하니까 디테일한 부분이 부인 취향으로 결론 나거든요.

      남편은 그냥 '부인이 하자고 하니까 하는거지뭐..'


      결혼식 준비할때 많이 드러나는데...ㅋㅋ

      예비신랑이 같이 다니면서 생각해줫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결코 의견에 반대를 원하진 않죠. 그냥

      같이 다니면서 '찬성' 해주기를 바랄뿐..


      이렇게 일반론으로 이야기 하면

      그냥 그런가 싶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정말 '그래 근데 이건

      내가 맞는거고 너가 틀린건데...'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도 많이 생길거에요.
      • 맞아요 이것도 맞는 말이에요.

        근데 사람마다 그걸 주도하는게 속편한사람이 있고 누가 제발 좀 대신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죠. 저는 후자인데 티도 안나는 팀장 완장차고 책임만 많아서 피곤한 터라 권력도 책임도 좀 함께하고 싶군요 ㅠㅠ
        • 대부분 누가 해줬으면 해요. 단....

          누가 '내맘에 쏙들게' 해줬으면 하죠.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성배중에 하나가

          '오토매장' 이잖아요. ㅋㅋㅋ



          남편이 더 일을 많이 해야하는건 맞는데

          사실 가계소득 분담면에서도 이건 구조적으로 분명 얽혀 있는거라...

          아무리 맞벌이라 해도 남편 벌이가 시원찮아서 같이 번다는 부인은 있어도 부인 벌이가

          시원치 않아 나온다는 남편은 없잖아요.
          • 그건 일단 둘다 그게 자기일이라고 생각하고 시행하고 있는 상태일 때 '생길 수도 있는' 불만이구요. 해봐야 아는 문제죠.


            하기도 전에 아마 그럴걸 하고 먼저 선 그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내맘에 들게 하라는 거 자체가 이미 총 책임자는 '나'라는 전제예요, 상대가 책임지는 부분이라면 당연히 상대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하고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이 있어야죠. 그게 불편할테니 그냥 네가 하는게 나을걸? 이런건 현 상황을 고착시킬 뿐이고요.




            가계소득 분담이 남편쪽에 많이 치우친 문화라는 것도 결국은 다 얽혀있는 문제예요. 쟤가 가계부담 더 지고 있으니 니가 일 좀 더 해 막상 나눠 하면 더 불편할 수도 있어 이건 좀..


            일단 저희 집만 봐도 둘 중에 하나가 그만둔다면 소득 조금이라도 많은 제가 일을 유지해야 하는 형편인데도 그런데요.

    • 저도 이 만화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짝꿍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분담률을 동시에 까보자고 했어요. 셋, 둘, 하나, 공개! 


      의외로 거의 비슷하더군요.


      내 생각       : 나 65 남의편 35


      남의편 생각 : 나 70 남의편 30




      양심은 있는지... 저는, 남편이 50:50 정도 부를 줄 알았거든요. 


      나름 분담한다고 하는데도 이렇게나 치우치네요. 제가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해요. 맞벌이지만 출퇴근시간이 크게 차이나거든요. 그래서 제가 늦게까지 집에 있다가 아이 등원시키고 출근합니다. 퇴근도 일찍 해서 아이 케어하고요. 하루 3시간 이상 출퇴근 시간의 격차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 기획부분에선 모든걸 함께합니다. 얼마전에 애들방 내주느라고 온 집안 구조 바꾸는 일을 했는데 온집에 가구들의 사이즈를 재고 일러스트레이터에 옮겨놓고 매일밤 프로젝트 회의하듯 모니터를 보며 둘이 연구했어요. 아이방 가구를 살때도 서로 수없이 찾아보며 결정했구요.각자의 개인용돈부분을 빼고 생활비 지출에 있어서도 몇천원 그런건 걍 쓰지만 삼만원짜리 아이 신발 살때도 갑론을박이 필요할때도 있어요. 물티슈 고르는 일이나 주문시기도 서로 상의합니다. 때론 피곤합니다. 주변에서 왜들 그러고 사니ㅡㅡ...라고 합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쪽이 마음이 편합니다. 저희집은 외벌이인데 가사노동은 평일엔 대부분 집에 있는 사람이 많이 하지만 휴일엔 같이 합니다. 가사노동은 집에 있는 사람 업무가 아니라 가족 모두의 몫이니까요. 아이들도 시킵니다. 가사일은 다양해서 고사리손들도 써먹을수가 있더라구요. 가사를 돕는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하더군요. 나도 우리 가정에 도움을 주는 구성원이라는걸 느끼게 해서요.
    • 결혼초기에는 가사일이랄게 별로 없어서 대충 제가 해결했던 것 같아요. 남편은 쓰레기 버리기와 설겆이 빨래개기 정도를 해주었고 지금까지 그 3가지는 꾸준히 하는 편입니다. 


      육아를 하게 되면서는 남편이 기저귀 갈기와 밤중수유는 해 주었어요. 제가 밤잠이 많아서 그 부분은 정말 고마웠는데 유축으로 모유수유까지 하던 시절이라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겠죠 


      이후에 제가 회사에 복귀하고 시터분이 오시면서 남편은 오히려 가사에서 멀어진 것 같아요. 가사일의 많은 부분은 시터분이 해주시고 저는 집에 돌아오면 애만 봤습니다. 시터분이 안 오시는 주말에는 제가 시체처럼 늘어져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추가로 가사도우미도 불렀었구요. 아이가 어려서 제일 힘들때는 그렇게 돈으로 해결을 했고 그게 합리적이긴 했는데 오히려 남편은 가사와 육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와 지더라구요. 


      아이가 좀 커서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니 시터가 필요한 시간은 줄고 제가 해야할 일은 오히려 더 늘었어요. 단순 육아는 시터가 해 줄 수 있지만 교육에 대한 부분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회사일과 육아를 같이 한다는게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회사생활에도 위기가 찾아 오더군요.


      가사분담과 단순육아는 그래도 분담이 되는데 아이교육에 대한 부분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학교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잘 하는지 매일 체크하고 이맘때에 다른 아이들은 어떤걸 배우는지 뭘 하고 노는지 어떤책을 읽혀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친구를 사귀게 해 줄 수 있는지. 좀 더 크면 어떤 학원이나 방문교사를 선택해야 할제. 이런 정보들을 다른 엄마들을 통해 수집해야 하는데 시터나 아빠는 그게 안 돼요. 기존 정보들을 다 다른 엄마들이 알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나이가 더 들어갈 수록 같은 맞벌이여도 남편은 업무요구량이 점점 더 많아지고 저는 일단 한번 탈락했던 사람이니 자연스레 가사는 제 담당이 되더군요. 오히려 아이 어릴때는 수입이 비슷했는데 육아에 신경을 계속 쓰다보니 저는 계속 수입이 줄고 있어요. 


      이제 제가 택한 해결책은 최대한 가전기기들을 활용하기와 외식이네요. 청소하기 편한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밥은 최대한 외식하거나 반조리 식품 반찬가게 이런 식이에요.


      그래도 제가 이제 다시 회사도 나가다 보니 요새는 조금씩 다시 업무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욕실청소를 남편에게 요구하거나 이제 아들래미가 조금 사람꼴을 갖춘듯하니 간단한 마트심부름 정도는 해줍니다. 요리할때 저만 동동거리던 것도 남편에게는 밥과 국을 푸게 하고 아들에게는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오고 숟가락 놓기정도는 시키려구요. 이런것도 교육이려니.
    • 그러나 가사와 육아에 대한 기획을 남편에게 맡긴다는건 저는 이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힙니다. 어떻게 할지 같이 의논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왠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스트레스를 더 받을 거 같네요. ㅜ.ㅜ
      • 그렇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쪽이 가사기획에 대한 '경력직'이 되버리니까 더 분담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가족/가사이런 것들이 사실 회사업무와 원리는 비슷한데 (기획.실행, 분담..이런것들), 그런 원리가 전적으로 적용이 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참으로 애매합니다. 가족은 기본적으로는 챙겨주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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