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손님을 거부할 수 있나?

1. 2012년 콜로라도에서 잭 필립이라는 케익 샵 주인은, 동성 결혼을 하려는 커플을 위한 웨딩케익을 만들어 달라고 수주 받습니다. 필립씨는 자기의 양심상 (good conscience)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거부합니다. 이는 자기의 믿음 (belief가 아닌 faith. belief와 faith는 둘다 믿음이라고 번역되지만, 사실은 faith는 신념에 가깝습니다.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어떤 것을 faith라고 합니다. )에 연유한 것으로, 자기는 할로윈 케익, 색스러운 케익도 안만든다고 합니다. 그는 또한 자기가 반 동성애자가 아니며, 다만 동성결혼을 지지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힙니다. 

https://www.economist.com/blogs/democracyinamerica/2017/07/just-desserts

http://www.huffingtonpost.com/entry/jack-phillips-jesus-same-sex-wedding-cake_us_595b9119e4b0da2c73254d22


2. 이와 무관하지 않게, 인디애나 주지사 마이크 펜스 (현재 부통령)는, 종교적 자유에 입각하여 동성애자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법에 서명합니다. 

http://www.cnn.com/2015/03/25/politics/mike-pence-religious-freedom-bill-gay-rights/index.html


3. 사업장 주인이 손님을 차별할 때는 경제적 이유가 있고 문화적/비경제적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는 이 손님을 거부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손님을 거부하면 성인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테이블 회전이 느린 손님보다는 테이블 회전이 빠른 손님을 받는 게 더 이득이 된다는 이유입니다. 문화적 이유는 내가 갖고 있는 신념, 문화에 입각해서 손님을 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내 양심상 게이 손님을 위한 웨딩케익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여기에 속합니다. 


만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손님을 거부하는 건 허용해야하고, 문화적 이유 때문에 손님을 거부하는 건 불허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미 한가지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경제 그 자체가 하나의 절대적인 종교이고, 사람이 가진 종교적 신념은 돈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4. 제가 좀 찾아봤더니 미국에서는 public accommodation 이면 다음을 지켜야 합니다. 식당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All persons shall be entitled to the full and equal enjoyment of the goods, services, facilities, and privileges, advantages, and accommodations of any place of public accommodation, as defined in this section, without discrimination or segregation on the ground of race, color, religion, or national origin. 


식당 주인은 손님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는 임의적이어서는 안되며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에 근거해서는 안됩니다. '나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특이하네요. 너무 당연해서인지. 이는 다시 말하면 식당 주인은 손님이 시끄럽게 굴거나 난폭하게 굴면 쫓아낼 수 있지만, 손님의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가에 근거해서 쫓아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생각되네요. 


5. 저는 어떤 입장을 지지하거나 차별하고자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난 몇 년간 한국에 가봤더니, 제 눈에는 서울 전체가 노키즈존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 전반이 걷는 속도, 대중교통을 운용하는 빠른 템포, 도로의 폭, 길거리 흡연, 골목까지 밀고 들어오는 자동차, 그늘 없는 여름의 서울거리는 어린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잔인하더군요. 키즈 카페라고 가봤는데 끈적끈적하고 비싸고 공기 탁하고 재미없더군요. 어른이라면 수많은 커피샵에서 잠시 들러서 아이스커피를 링겔처럼 달고 다니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린이들이 관광하기에는 힘든 도시더군요. 대중교통이 촘촘히 있는데도 일단 차가 있어야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갈 수가 있습니다. 


IFC 몰에 갔더니 수많은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오더군요. 주말에 시간 나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에어컨이 나오는 자동차로 이동해서, 에어컨이 나오는 거대 쇼핑몰 혹은 마트에 들어가서 걷는 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 도시에서 자동차를 가질 수 없는 부부는 어떻게 아이를 기르다가 숨을 돌리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한국이란 사회가, 아이를 가지고자 하거나 아이가 있는, 구매력있는 젊은 부부에게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소비 스타일이 도대체 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차 한 대 사서 쇼핑몰에서 숨돌리다가 밥먹을 때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라 이건가요? 아니면 한국 살면서 아이를 기르는 젊은 부부들은, 제가 모르는 무슨 비법이나, 숨겨진 장소들, 실내 수영장이나 시원하고 아기자기한 공원들을 알고 있는가요? 출산율이 지금 역대 최저 (2016년 기준 1.17명)라는 걸 다들 알고는 계시겠죠? 

    • 4. 너무 당연해서가 아니라 미국에서도 아이를 받지 않는 식당들이 늘어나서 논란이 되고 있거든요.


      https://www.eater.com/2016/11/4/13504422/kids-restaurants-banned-children


      기사에 나온 어떤 레스토랑은 아동 금지 정책이 논란이 되니까 식당에 온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지켜야할 에티켓을 적은 카드를 나눠줘서 효과를 봤다고 나와 있는데, 과연 한국에서 그게 통할지. 카드를 나눠주는 순간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나이가 없는건... 아이들은 어짜피 어른이 될꺼니 그때까지 좀 참아! 라는 뜻인가요. 그럼 고령층은 설명이 안되는군요.
    • 맘충맘충 노키즈노키즈가 화제가 되는 가운데 수퍼 저출산. 저도 그 부분이 참 씁쓸합니다.


      그리고 '차 한 대 사서 쇼핑몰에서 숨돌리다가 밥먹을 때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라' 이거 맞아요. ㅋㅋ 애 키우기 전엔 도대체 왜 다들 마트에서 그 난리(...)인지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젠 알겠더라구요. 어지간히 성실해서 매주 여기저기 알아보고 예약하고 먼 거리 이동해가며 다니지 않으면 동네 마트나 쇼핑몰 밖엔.
    • 출산율은 2005년도 즈음에 1.08로 가장 낮았습니다. 현재는 역대 최저가 아닙니다.
      • 맥락과 관계 없이 오류를 못 참으시는 거라면 2017년 상반기 1.04명으로 생각해주시면 편 할 것 같습니다. 네 현재가 최저입니다.
        • 못 참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통계에 기반하여 바로잡았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2017 상반기 1.04명, 확인했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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