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답게 싸운다고?
플뢰리 전투, 장 밥티스트 뮤제, 1837, 캔버스에 유채, 465 × 543 cm, 베르사이유 궁 박물관 전쟁의 방 소장
나폴레옹 하면 넘 뻔한 그림이 있어서 이번엔 이걸로 대체했습니다. 프랑스 혁명 전쟁 당시 대활약했던 장군들 중 하나인 주르당이 주인공이네요. 정면에 흰 말을 타고 있죠. 그 바로 앞의 밝은 갈색 말을 탄 젊은이는 혁명가 생 쥬스트입니다. 파견의원 신분으로 여기 와 있습니다. (파견의원이 뭔 일을 하는 사람들이냐면...전선에서 장군들이 딴 마음 안 먹고 공화국을 수호하기 위해 일 잘하고 있는지 어떤지 감시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정치장교들인데 이 시절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첫 등장이었지만 그래도 일들은 워낙 잘해서 - 가장 큰 성과는 툴롱에서 파견의원이었던 오귀스탱 로베스피에르(여러분이 잘 아시는 그 분 동생입니다)가 나폴레옹이라는 장수를 발굴한 거…그리고 두 번째 성과는 그래도 군부 쿠데타를 나폴레옹 하나로 끝나게 한거...조금이라도 정치색이 보이는 장군들은 모조리 적발해서 길로틴으로 보냄...이게 칭찬일까 욕일까...여튼...그렇다고 합니다...-_-;;)
그리고 주르당 장군 뒤로 세 명의 유명한 장군들이 차례로 보이네요. 마르소, 클레베르, 샹피오네(앞의 두 분은 방데 지역 반란 진압에서 공을 세웠고...) 1794년 플뢰리 전투에서 모두 공을 세운 장군들입니다.(4배나 많은 적을 물리쳤거든요.)
근데 실은 진짜 하려는 얘기는 이게 아니고...
대체 이 시절 전쟁이 어떻게 치뤄졌나 좀 재밌는 글이 있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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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싸우던 시대의 전쟁은 중세의 전쟁과 다를게 없었다. 마치 신사들의 게임과 같다는 기사도적인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 아무도 죽지 않는 게임 말이다. 소작농이 대부분이던 보병들은 사망자나 부상자 수에 넣지도 않았다.
전쟁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치러졌다.
1. 두 군대가 서로를 향해 행군하여 전투를 하기로 합의한 지역에 도착한다. 전투지를 합의할 때는 각 편의 지휘관들이 만나 다정하게... 담소를 나눈다...-_-;; 이는 전투가 벌어지기 하루나 이틀 전에 이루어진다.
2. 양쪽 군대가 칼을 갈거나 총을 닦으며 전투를 준비한다. 이 때에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3. 평원에 두 군대가 마주본다.
4. 양쪽 군대는 두 줄로 길게 늘어선다.
5. 준비가 되었으면 양쪽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보조를 맞춰 행군해 온다.
6. 몇 시간 동안 싸운다.
7. 각자 자기 진영으로 돌아간다.
8. 결과는 대개 무승부로 끝난다.
나폴레옹이 그런 전쟁 규칙들을 그대로 따랐다면 아마 졌을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규칙들을 과감히 깨뜨려 버렸다. 나폴레옹이 만든 새로운 전쟁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적군이 준비를 갖추기 전에 공격한다.
2. 어디서든 공격한다 - 평지에서만 공격하기로 약속했더라도!
3. 어느 방향에서든 공격한다 - 앞에서도, 옆에서도, 뒤에서도!
4. 신사적인 행동 따위는 조금도 마음에 두지 말라. 적이 가장 약해 보일 때 공격하라!
5. 군대를 아주 신속하게 움직인다 - 공격하고, 승리하고, 행군하고, 그리고 다시 공격하고!
6. 병사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지키게 한다 - 특히 적국의 평민들에게 어떤 물건도 약탈하지 말라!
7. 군대의 지휘권을 혼자만 갖는다 - 그는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믹 고워 <나폴레옹, 2000> 송현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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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렇다고 합니다....-_-;;...
Kopie (von Otto Rose, 1911) des Bilds von Carl Röchling († 1920): Friedrich II. in der Schlacht bei Zorndorf 1758. Öl/Lwd. 82 x 115 cm
7년 전쟁중 조른도르프 전투(1758년)의 프리드리히 대왕 - 깃발을 들고 친히 전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는 7년 전쟁 중 백병전이 가장 치열했....
우째 저 시절 영화 보면 군인들이 그렇게 걸어다니더구만 다 이유가 있었...그러니까 걸어다니면서 총을 장전해야 했거든요. 보통 분당 2발을 쏠 수 있었다는데 이걸 분당 몇 발까지 올릴 수 있을것인가가 저 시절 장군들의 가장 큰 과제였죠. 프리드리히 대왕의 전설의...프로이센 군은 5~6발까지도 가능했다는데 보통은 혹독한 훈련으로 4발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후부터는...거기다 사정거리까지 서로 총을 겨누면서 부대가 가까이 갈 때까지 진군을 해야 하는 것이고 - 또 이 때 중요한 것은 사정거리에 닿기 전에 한 발이라도 총을 먼저 쏘지 못하게 병사들에 대한 통제를 해야하고(사정거리 전에 총을 쐈다간 진짜 낭패인게 총알 하나 장전하는데 20, 30초씩 걸리는 판에 적 진영에 맞추지도 못할 총알을 낭비한 순간, 사정거리에 먼저 들어온 적군이 사격을 시작하면 그 부대원들은 진짜 몰살각이 되거든요...그런데 사람 심리라는게 한 명이라도 총을 쏘면 다들 같이 쏴버리니까...)그러자니 서로 열맞춰 걷는 진군 훈련을 그렇게 혹독하게 하고...
여튼 그래도 진짜 깨는건 전투 장소가 미리 정해져있다는 겁니다! 서로 합의된 장소에서 약속된 시간에 나와서 전투를 하네요. 진짜 무슨 게임같네...그럼 전투 장소가 될만한 곳을 미리 골라서 연습도 가능하겠네?
...-_-;;...

"Attack of the Prussian infantry", 1913 historical painting by Carl Röchling depicting the battle of Hohenfriedeberg of 1745
맞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7년 전쟁(1756~1763) 준비할 때 미리 전장이 될 만한 곳을 골라서 평소 엄청 연습을 했었죠. 뭐 1년의 반을 야전훈련으로 보냈는데 그게 다 이 시절 이런 전술 때문에 그랬던거죠.
<조른도르프 전투도> 이런 전투 지형도를 미리 그려놓고 연습도 하고...여튼 그랬다구요...프리드리히 대왕을 비롯한 저 시절 장군들은 이렇게 작전 계획도를 미리 그려놓고 진영을 어떻게 움직일지 사전 논의를 했다는데 상상해 보니 정말 보드 게임같네요. 한 때는 진짜 사람 목숨 놓고 이런 계획들을...
그나저나 어제 무한도전 보다 보니 멤버들이 모두 훈련소에 입소했던데, 에구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정말 고생하는게 눈에 보입디다. 특히 박명수가 입소 신고식 때문에 고생하는거 보니 백배 더 공감! 사실 학교 다닐때 체육 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군대식 제식 훈련에서 유래했었다는거 알고 진짜 깜놀함...근대식 학교 교육 이라는 것이 사실 이 시절의 병영문화에서 온 것이라는 겁니다. 사실 오늘날 군대는 이 시절 군대와는 완전 달라졌는데 학교는 그냥 이 시절의 병영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구조라는게 신기했네요.
토르가우 전투(1760년) 후의 프리드리히 대왕, 베른하르트 로드, 캔버스에 유채, 1793년, 프로이센 궁전과 정원재단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공장에서 일 시키려고 시작했다는 학교 교육만큼이나, 군대에서 실시하는 여러 훈련-교육이죠 뭐 어차피-들도 그렇게 낡아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완전히 이해가 되는 한 편, 참으로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까지 하게 하는 그런 느낌적 느낌. 잘 읽고 갑니다!
근대 국민군 형성과 학교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정말 새삼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생각해 보면 학교라는 조직이 정말 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곳이죠. 군대만큼이나요. 예전 교수님에게 처음 설명을 들을 때 와~신기하다 하면서도 금방 납득이 되더라는.
옛날 전투 보면 무식하게 용감하게 죽어자빠져요.
뭐 지금도 저런 상황이라면 마찬가지겠죠.
젤 신기한게 대체 어떻게 훈련을 시키면 서로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 그것도 걸어다니면서 총을 들고 쏠 수 있는지…그것도 쉴 새 없이 장전해가면서 말이죠-_-;
확실히 좀 웃기죠…저 시절 전쟁이라는 것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진짜 게임같은 면이 많아서. 대포와 총이 나온 이후로 중세 기사들은 갑옷을 버리고 화려한 군복과…진짜 이 시절 군인들 보면 무슨 공작새들이 따로 없다니까요!
머리를 무슨 록가수들처럼 길러서 리본으로 묶거나 아님 그냥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니거나 - 나중엔 하나로 땋아서 내리고 다니기도 했습니다만 - 거기다 소매와 가슴을 레이스로 장식하고…장군들과 장교들은 군복에 레이스 장식 없이는 전장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 -_-;
아니 뭐 이 정도는 양반입니다. 저 시절 군인들은 화장도 했어요! 장군들이나 장교들 초상화 보면 왜 이렇게 미남들인가 했더니 다 그거 화장발이더라는…군복에 레이스 없으면 전쟁 못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죠…;;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중 조선 군인 그림이 있는데... 엘리자베스 키스가 '나는 도대체 이 차림을 하고 전투를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이렇게 치렁치렁한 소매와 도포로 움직이기도 힘들 텐데.. '라는 코멘트를 붙였었죠. ㅋㅋㅋ
그런데 뭐.. 나폴레옹 이후 서양 군대가 신식이 된 것이지, 그 이전은 도낀개낀이구만요. ㅋㅋㅋ
(엘리자베스 키스의 군인 그림은 검색으로는 안 나오네요. 책을 한 번 보셔요~~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편리한 망각이죠 뭐....엘리자베스 키스가 20세기 사람이니 옛 시절을 잊어버린 듯 합니다. 서양도 그렇고 조선도 그렇고 아무래도 군인들의 군복은 무기 체계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대포와 총이 등장하기 전에 갑옷을 입던 시절에는 오히려 서양 군인들 차림새가 오늘날과 비슷했어요. 남자들 머리도 짧았고 튜닉도 무늬나 자수 장식도 없이 거의 단색이었고 보석이나 레이스나 프릴이나 리본이나...뭐 이런 걸로 장식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어설프게 총이 등장하면서 - 사정거리도 짧고 총알 장전 시간도 길고 더 대단한건 명중률도 형편 없...군복들이 진짜 화려해지더군요. 이건 뭐 공작새들이 전쟁하나...
그쵸. 몇십 년만 지나도 '옛날 일'로 느껴져서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갑자기 떠올랐네요. '반지의 제왕'에서 칼로 싸우는 아라곤과 도끼로 싸우는 김리는 꾀죄죄한데 활로 싸우는 레골라스는 머리도 이쁘고 옷도 날개옷... 이거랑 총 등장 후의 화려한 군복이랑 일맥상통하네요! ㅋㅋ 저작권 받지 않을 테니 이 비유 가져다 쓰려면 쓰셔요.
감사합니다^^
요즘 서양 복식사를 비롯한 문화사 관련 자료들을 열씨미 보고 있는데 진짜 홀딱 깨는 얘기들이 많더군요. 프랑스나 독일에서 만든 역사 다큐들이 은근 웃기는게 많아요. 지난 프리드리히 대왕 탄생 300주년 다큐 영화만 해도 - 쿠네스도르프 전투에서 총에 맞아 대왕이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 글쎄 대왕님이 얼굴에 색조 화장을 했더라구요!...촬영을 위해서 배우가 분장한게 아니고...역사적 고증에 맞춰서 화장을 한건데...뭐 여튼 신분제 사회니까요. 저 화려한 레이스나 화장이나 치렁치렁 긴 머리나...다 신분이 높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소품들이죠.
그래서 일반 노동자 농민 남성들은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한번은 이를 어기고 머리를 길게 길렀던 독일의 농민 하나가 이 때문에 주인에게 살해되는 사건까지 벌어졌죠. 신분이 프랑스처럼 자유농도 아니고 독일은 농부들이 다 농노라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진걸 보니 저렇게 화장하고 머리 기르고 예쁘게 군복입은 남자들 보는 마음이 살짝 불편해지더라는...-_-;;
정말 시대가 변하긴 했습니다. 시민혁명을 기점으로 서양 남자들 외양이 저렇게 달라진거 보면.

젊은 시절의 넬슨 제독, 25세

로슈자클랭 백작 - 프랑스 대혁명 당시 방데반혁명 반란의 첫번째 사령관(당시 21살), 프랑수아 게랭 그림

방데 반혁명군 사령관 중 한 명인 탈몽 공작 트레무이유(25세)
큰냥이님 글은 방심할 수가(?) 없어요. 마지막에 댓글로 또 아름다운 그림들을 몰래(???) 추가해놓으시다니!
하긴 달리는 다른 분들 댓글들도 거기 큰냥이님이 대댓글 다는 것도 다 재미있어서 여러 번 오게 되기는 합니다만. :D
본문 글도 좀 수정했습니다. 이렇게 댓글로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 하는게 재밌더라구요. 언제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화장발로 명성을 얻으신 장군들 초상화 몇 개 가져와봤습니다. 나폴레옹은 젊은 시절에 워낙 미모가 뛰어났지만 본문에 저렇게 험악한 얼굴이 떠있어서...패스했고 프리드리히 대왕도...젊은 시절 초상화 중에 화장발이 괜찮은게...하나 있었는데 그래도 저 분들 미모랑 견주는건 영 아닌것 같아서 패스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