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동시 몇 편

가끔은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그닥 마음에 드는 시나 노래를 발견하지 못하는 때가 있는데   


가끔은 별로 애를 쓰지 않는데도 신들린 듯 좋은 시나 노래가 쏟아져 나오는 때가 있어요.


오늘 밤에는 저에게 동시 검색의 신이 내렸습니다. ^^ 슬슬 찾는데도 여기저기서 좋은 동시들이 막 튀어나오더군요.


듀게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서 몇 편 올려봅니다.




  




아기와 나비


      강소천

  

  

아기는 술래.

나비야, 달아나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

“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

풀밭에 그만 주저앉는다.

 

“아기야,

내가 나비를 잡아 줄까?”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연과 바람

 

       권오삼

 

 

하늘을 날던 연 하나

나뭇가지가 꼬옥 붙잡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멀리 멀리 보내 주고 싶은

바람만 애가 타는지

솨아.

솨아.

쉬지 않고 나뭇가지를

흔들어댑니다.

 

 

 




 

길동무

 

     박경용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길동무.

 

말을 건네려다

발길로 돌 한번

걷어 차고.

 

-어디 가니?

-몰라.

말은 안 해도

속말은 한다.

 

-이름이 뭐니?

-몰라!

또 말을 건네려다

돌 한 개 집어선

멀리 멀리 던지고.

 

갈림길에 이르러

-잘 가!

속말만 나직이 건네고

헤어진 길동무

    




 


 

낙하산이 하나, 둘...

 

           박경용

    

 

낙하산이

하나 둘...

내리고 있었다.

 

파아란 하늘 때문에

더욱 하얗게

바람이 불어도

서둘지 않고

 

-깊은 숲속이다!

-호젓한 오솔길이다!

 

조용한 오후

빌딩이 숲처럼 우거진

탄탄한 아스팔트 길

 

풀냄새도 없었다.

그늘도, 속삭임도 없는

쨍한 숲길

 

-아니다, 잘못 들었다!

-속았다, 방향을 돌려라!

 

낙하산이

하나, 둘...

뜨고 있었다.

 

갈 길이 아직 먼

민들레

낙하산

 

 

 

 

    



손등 물기


       김소운

 

 

엄마가 아기 손등을

잘근잘근 물었습니다

“엄마! 내 손등을 왜 물어?”

“응, 그건 엄마가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아기도 엄마 손등을

꽈-악 깨물었습니다

“아야야! 아프게 물면 어떡하니?”

“응, 그건 내가 엄마보다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야.“

 

    






우리들 놀이의 끝은

 

          박성근

    

 

우리들 놀이의 끝은

축구처럼

45분도 아니고

 

야구처럼

9회말도 아니고

 

권투처럼 12라운드도 아니고

 

우리들 놀이의 끝은

 

얘야!

밥 먹어라

 

 




 

    

팽이

 

     박남수

    

 

팽이는

누울 수도 없습니다

 

팽이는

앉을 수도 없습니다

 

팽이는 팽이는

날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엄마를 닮았을까요

팽이는

 

 






아름다운 시절4

-고무신

 

       서정홍

    

 

벌써 며칠 전부터

바닥이 닳은 고무신에서 물이 올라왔다.

가난한 어머니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셨다.

 

“정홍아, 고무신이 다 닳았구나.”

“예, 어머니. 고무신 한 켤레 사야겠어요.”

“바닥을 보니 조금 더 신어도 되겠는데......”

“비 오는 날이면 물이 자꾸 들어와서 신을 수가 없어요.”

“옆집에 사는 순재 말 들어 보니

고무신에 물이 자꾸 들어오면

들오는 반대쪽에 구멍을 한 내면

물이 잘 빠져나간다더구나.“

“에?”

 

나는 어머니 말씀대로

고무신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긴 여름이 지나갔다.

그리고 사십 년이 후딱 지나갔다.

 

 

 




 

아파트 열쇠

 

      이창규

    

 

아버지 어머니는

나보다 먼저 나가시고

내가 문을 잠그고

학교에 간다.

 

아버지 어머니는

나보다 늦게 오시므로

내가 문을 딴다.

 

나는 열쇠 때문에

아파트 우리 집

주인이 되었다.

 

 

 





풍경 소리

 

     최새연

    

 

추녀 끝에

물고기 한 마리

 

죽었을까?

살았을까?

 

바람이 살짝 건드려 봅니다

 

땡그랑 땡그랑

 

물고기는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맑고 고운 소리를 냈습니다

 

땡그랑 땡그랑

 

죽은 물고기를

바람이 살려놓고 갔습니다.








고추씨의 여행

 

            김구연

    

 

노오란 고추씨가

땅 속에 묻히면

초록색 싹이 되어 나오고

그 어린 싹이 자라서

새하이얀 고추꽃이 피고

고추꽃이 지면서

초록동이 아기고추가 열리고

아기고추가 자라서

빨간 잠자리

매운 고추가 되고

아, 빨간 고추 속에는

노오란 고추씨가 돌아와 있네.

 

 

 





셋방살이


     정갑숙


  

풀잎이

전세를 놓았다

 

풀벌레가

전세를 얻었다

 

풀잎은

전셋값으로 노래를 받아

날마다 기뻤다

 

풀벌레는

전셋값으로 노래를 주어

날마다 즐거웠다.

 

 

 

 




 

     정갑숙

  

  

낮에도

등불을 켠다

 

한밤처럼 캄캄한

그 누군가를 위하여.

  

  

 

 




    • 댓글도 없고 심심해서 붙여보는 자급자족 댓글 ^^


      누가 지었는지 몰라서 본문에 못 올렸는데 참 마음에 드는 동시 한 편






      강아지풀


       



       



      꼬리 살랑살랑


      강아지풀.


       



      머리랑


      등이랑, 배랑,


      다리랑


      내가 모르게


      다 감추고,


       



      “나, 어디 있게?”


       



      꼬리 살랑살랑


      강아지풀.


       



            


    • 저때가 혼자 이룬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하겠어요.


      해져 밥먹으라고 데리러 올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그때의 어색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가장 아름다운 듯도.

      • 아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해 버리는 것, 의외로 강력한 것 같아요. 








        병아리 옷 




                엄기원


         





        조그만 몸에


        노오란 털옷을 입은 게


        참 귀엽다.


         



        병아리 엄마는


        아기들 옷을


        잘도 지어 입혔네.


         



        파란 풀밭을 나가 놀 때


        엄마 눈에 잘 띄라고


        노란 옷을 지어 입혔나 봐.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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