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

원래 저는 이 시간에 EBS 영화 <와일드 번치>를 재밌게 보고 있어야 하는데... 


밤 11시 40분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자마자 TV를 켰건만 영화는 이미 시작되어 있고... 


EBS TV편성표를 보니 오늘만 영화가 밤 10시 55분에 시작하는 걸로 돼 있더군요. 


이상하게 이 영화를 자꾸 놓쳐서 이번에는 꼭 보려고 달력에 시뻘겋게 제목까지 써놨는데 


아무래도 저는 이 영화와 인연이 아닌가 봅니다. ㅠㅠ 




영화 놓치고 허무한 마음에 아까 발견한 노래나 올려볼까 해요. 


낮에 유튜브에서 동요를 찾아 듣고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시에 곡을 붙인 한국 가곡이 몇 곡 보이더군요. 


첫 번째 노래는 윤동주 시인의 <무서운 시간>에 김주원 작곡가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김윤권 - 무서운 시간 (윤동주 시, 김주원 작곡) 


https://youtu.be/BLdAkbSi2-U      (퍼오는 걸 금지해 놓아서 링크만...)


곡을 붙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 시인데 멋지게 잘 만들었네요.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두 번째 노래는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에 역시 김주원 작곡가가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이 시도 곡을 붙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들어보니 아주 멋지네요. 여러 가수들이 불렀는데  제가 이 시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비교해서 듣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여러 개 가져왔어요. 


(노래가 은근히 어려워서 정상급 가수들도 소화하는 데 애먹는 것 같아요.)




김윤권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시, 김주원 작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우경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재형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박혜상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다음 두 곡은 몰랐던 시로 만든 노래인데 좋네요.  



이정환 - 천리길 달빛 (현상언 시, 김주원 작곡) 





송기창 - 마중 (허림 시, 윤학준 작곡)


('마중'이라는 말, 참 정다워요.)



좀 전에 밤 12시가 넘어서 하루에 글 3개 올리는 사태는 면했네요. ^^ 

(이 글이 어제 올린 제 글을 밀어내서 한 페이지에 2개만 남아 다행스럽습니다. ^^) 

    • 요새 글을 많이 올려서 댓글 달리기 힘들 것 같아 자급자족 댓글 하나 붙여볼까 해요. ^^








      정야1(靜夜1)


       



               조지훈


       



      별빛 받으며


      발자취 소리 죽이고


      조심스리 쓸어 논 맑은 뜰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은행 잎


      하나.


       



       


    • 저는 기형도의 빈 집에 깜악귀가 노래를 부른 이 곡을 좋아해요~


      http://museros.tumblr.com/post/15747583810/깜악귀-빈집-기형도-시-깜악귀-노래-2002년-뺀드뺀드짠짠-1집-6번째-트랙
      • 시에 곡을 붙여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 이 노래 좋네요. 잘 들었습니다. 


        시에 곡을 붙인 노래는 이제 밑천에 동이 나서 어제 발견한 동요 한 곡 붙여 보아요. ^^




        오설빈 - 조금 느린 아이 






        시간보다 더 빠른 세상에서
        친구보다 앞서라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천천히 걸어가는
        한걸음 느린 아이
        꽃향기 맡아보고 밤하늘의 별 쳐다보고
        친구 얘기 들어주고
        가끔씩 뒤도 돌아보는
        조금 느리게 가는 아이
        마음은 커다란 아이
        저 길 끝에 보이는 꿈 따라가면
        느린 걸음 걸음 마다
        반짝 반짝 환하게 빛이난다

    • 대학생때 친한 친구가 술 들어가면 항상 부르던 노래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였어요. 원래 좋아하던 시였는데, 술이 들어갈수록 더 외로워지는 쓸쓸한 마음에 노래로 들으면 더 좋았죠.

      모바일이라 노래는 못 올리겠어요.


      (그리고 쑤우님 너무나 반갑습니다. )
      • 알려주신 노래를 지금 찾아 듣고 있어요. 시에 국악(?)을 섞어 노래를 만드는 것도 괜찮겠어요.


        (처음에 찾아 올린 노찾사 1집 동영상은 그냥 그랬는데 안치환 노래로 들으니 좋아요. ^^)


        갑자기 생각났는데 김민기의 <가을편지>도 고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거네요. 


        여기저기 숨어 있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궁금해집니다. 




        안치환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안치환 버전은 저도 처음 들어요. 노찾사 말고 제 친구 목소리로 들어야 진짜, 라고 하려 했는데 안치환 버전은 좋네요. 노찾사는 좀 맛없게 부르죠.


          이병기 시조로 만든 '별'도 좋습니다. 서정주 시로는 노래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기억나는 건 '푸르른 날'뿐이에요. (하지만 시도 노래도 딱히 권하고 싶진 않아요ㅎㅎ) '추천사'를 노래로 들은 기억이 있지만 저는 이것도 노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정말 시의 맛을 살려 노래로 만들기는 쉽지가 않네요.
          • 이병기 시인의 별이 뭔가 했는데 이 노래네요. ^^





            생각해 보니 운동권 노래 중에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많군요. 




            김광석 -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





            들어보니 <그날이 오면>은 심훈의 시의 제목만 갖다 쓴 것 같고요. 

      •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눈팅은 하고 있었어요~ ㅎㅎ
        • 항상 같이 있는줄 여겨요.

        • 아니 이 글엔 당연히 이 노래지 하고 들어왔는데 역시 저보단 쑤우님의 덕심이 ㅎㅎ
          • 덕심이 어디 가남요~ ㅎㅎ
            • 이렇게 반기는 분들이 많으니 쑤우 님 이제 듀게에 자주 오셔야겠어요. ^^ 


              피노키오 님도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여러 분들이 오시니 저도 어쩐지 신나서 


              흥겨운 동요를 한 곡 올릴까 했는데 밤이 깊으니 조용한 곡이 생각나서...  




              Ian Bostridge - 봄에 D.882 (슈베르트)








              회복기의 노래


               



                       한강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 모두 아는 노래가 아닌 것 중에 특히 남촌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를 좋아합니다.


      요즘 동요는 지금을 뺏는 아이 목소리 아니면 멋진 가요와 별다를게 없어요.




      더우니까 눈






      • <눈>은 김효근 작곡가가 가사도 같이 쓰셨군요. 찾아보니 이 분은 경영학과 교수시네요. 


        요즘엔 동요도 가곡도 다 가요 비슷해지는 것 같긴 한데 좋은 점도 있는 것 같고 


        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고... ^^ 




        송기창 - 내 영혼 바람 되어 (김효근 번역시, 김효근 작곡)






        저는 시로 읽었을 때는 별 느낌 없었는데 노래로 듣고 가슴이 쩌르르 했던 게 <산유화>라서 


        예전에 한번 올렸지만 다시 올려봅니다. 


         


        이현숙 - 산유화 (김소월 시, 이현철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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