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4월은 언제나 잔인하고 봄은 언제나 찬란하게 슬프군요. ^^  


좀 전에 <도라지꽃>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왠지 가슴이 쩌르르 해서 올려봅니다. 



아주여성합창단 - 도라지꽃 (유경환 시, 박지훈 곡) 




도라지꽃 



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 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물들었네 


도라지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만 

목 축이고 지나가네 


비취이슬 눈썰미에 

고운 햇살이 입맞추고  


저녁 노을 지기 전에 

꽃봉오리가 오므리네 


꽃입술에 물든 하늘  

산바람이 비껴가네  


꽃송이에 담겨진 하늘만  

산그늘이 젖어있네 젖어있네 


산속에 핀 도라지꽃 

기다림에 젖어있네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랍니다.




    • 새벽에 눈물날 뻔 했어요 잘 들었습니다
      • scherzo 님께 귀여운 동요 <도라지꽃>도 보내드려요. 






        김혜인 - 도라지꽃 (박은주 작사, 석광희 작곡) 볼륨을 약간 줄이셔야 할 듯 









        도라지꽃






        보라색 고운 꽃 도라지꽃


        아기별이 잠시 내려와


        나비와 친구 되어 뿌리 내린


        예쁜 도라지꽃


        작은 꿀벌 찾아와 얘기 나누고


        꽃나라 요정들이 미소 짓지요


        보라색 고운 꽃 도라지꽃


        친구별이 그리워져서


        아침이 올 때면 은빛 이슬


        맺혀 있대요. 





    • 저는 '도라지꽃'하면 백석 시인의 '여승'이 생각나요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우와우와 쑤우 님 반가워요. ^^ (제가 여차저차 검색하여 쑤우 님 회복하고 잘 계시는 거 다 알아요. ^^)


        좀 전에 조지훈 시인의 시전집을 보고 있었는데 이 시인에게도 도라지꽃은 슬프고 외로운 느낌인가 봐요. 






        도라지꽃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위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앉다.


        


        못 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꽃아.


         








        좀 전에 읽은 조지훈 시인의 '절정'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어서 꽤 길지만 옮겨봅니다. 


        (듀게에서 자주 만나요. ^^)  








        절정(絶頂)




         



        나는 어느새 천길 낭떠러지에 서 있었다 이 벼랑 끝에 구름 속에 또 그리고 하늘가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는 누가 피워 두었나 흐르는 물결이 바위에 부딪칠 때 튀어 오르는 물방울처럼 이내 공중에 사라져 버리고 말 그런 꽃잎이 아니었다.


         



        몇만 년을 울고 새운 별빛이기에 여기 한 송이 꽃으로 피단 말가 죄 지은 사람의 가슴에 솟아 오르는 샘물이 눈가에 어리었다간 그만 불붙는 심장으로 염통 속으로 스며들어 작은 그늘을 이루듯이 이 작은 꽃잎에 이렇게도 크낙한 그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한점 그늘에 온 우주가 덮인다 잠자는 우주가 나의 한 방울 핏속에 안긴다 바람도 없는 곳에 꽃잎은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을 부르는 것은 날 오라 손짓하는 것 아 여기 먼 곳에서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꽃나무 가지에 심장이 찔린다 무슨 야수의 체취와도 같이 전율할 향기가 옮겨 온다.


         



        나는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한 송이 꽃에 영원을 찾는다. 나는 또 철모르는 어린애도 아니었다 영원한 환상을 위하여 절정의 꽃잎에 입맞추고 길이 잠들어버릴 자유를 포기한다.


         



        다시 산길을 내려온다 조약돌은 모두 태양을 호흡하기 위하여 비수처럼 빛나는데 내가 산길을 오를 때 쉬어가던 주막에는 옛 주인이 그대로 살고 있었다 이마에 주름살이 몇 개 더 늘었을 뿐이었다 울타리에 복사꽃만 구름같이 피어 있었다 청댓잎 잎새마다 새로운 피가 돌아 산새는 그저 울고만 있었다.


         



        문득 한 마리 흰나비! 나비! 나비! 나를 잡지 말아다오. 나의 인생은 나비 날개의 가루처럼 가루와 함께 절명(絶命)하기에 ― 아 눈물에 젖은 한 마리 흰나비는 무엇이냐 절정을 꽃잎을 가슴에 물들이고 사(邪)된 마음이 없이 죄 지은 참회에 내가 고요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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