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에 관한 단상
요즘 로리적 요소가 들어갔는가 아닌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아서 저도 좀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원작 제목이 로리타가 아니라 롤리타더군요.
일단 여기서 충격.
로리타와 롤리타는 어감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ㄹ 하나 들어갔다고 뭔가 입에 착착 안 감기고.. 그렇습디다.
두번째로는 제가 봤던 제레미 아이언스 영화와 소설의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
영화를 대충 봤던 건지 저는 그냥 이런 에로 영화가 있다더라... 소비하며 봤거든요.
아주 동시대 영화들은 아니지만,
하여간 전 20대에 카니발 홀로코스트도 봤고, 투문정션 나인하프위크도 봤고,
포르노 산업을 그린 부기 나이트도 봤고...
요즘 같으면 아주 많은 논란을 낳을 영화들을 아무런 의식적 장벽 없이 봤습니다.
그런 걸 볼 땐 반은 다큐보듯 봤습니다. 세상엔 변태가 많고 이렇게 다양하게 변태짓을 하는구나..
동물의 왕국을 훔쳐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나인하프위크가 재미에는 월등했고 나머지는 쟤들은 저러고 사네?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호기심에 영화를 본 거죠.
화제성도 무시할 수 없죠.
부기 나이트는 보고 꽤나 실망한 영화인데 그냥 유명했고, 남들 다 본다고 하고,
마침 상영 불가 영화를 시네마테크 같은 곳에서 상영해주는 유행이 있던 시기라,
유행에 따라가야 제가 세련됐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어렸기에 봤습니다.
그때는 그런 영화를 보고 윤리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더러, 어디선가 남이 그러고 산다는데 제가 뭘 어쩌겠어요.
각설하고.
롤리타 소설에 대해 알아보니 험버트란 나쁜 놈이,
어른 여자 연습 중이느라 요염한 척을 하는 어린애의 사정을 일부러 무시하고
강간 폭행하는 내용이라고 하더라고요.
롤리타의 경우- 시건방지다는 개성은 있을지언정 팜므파탈의 요소는 없고,
외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정상적 발육 과정의 일환으로,
어른 여자 흉내를 내는 중이었는데 하필 독거미 같은 험버트에게 걸렸고,
그 미친 놈이 지 멋대로 편집한 머릿속 결론에 따라
어린애를 성적으로 유린하는 내용이라고 하더라고요.
(소설은 읽지 못했고 내용이 그렇다고 전해들었습니다.)
작가도 험버트를 혐오했다고 언급했다더군요.
그런데 영화는.
요망한 어린여자애가 우수에 젖은 중년 남자를 가지고 노는 와중에
어찌어찌 일탈이 벌어졌고 그러다 허무하게 끝났다... 정도로 그렸던 거 같은데 말입니다.
결국 롤리타는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변명으로 내세우며
어린여자애를 성적으로 유린하기 위해 일부러 대뇌망상에의 의지를 가진
변태의 악행에 불과하던데요.
작가는 그 과정을 놀라운 필체로 자세히 그려간거고요.
결국 작가는 예술가니까,
금기시된 소재를 어떻게 능수능란하게 다루면서 동시에 거리를 유지하고,
이 같은 일에 동의하지 않는다의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느냐...
를 스스로 실험해본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추적자 같은 끔찍한 범죄를 다룬 영화나 정치 풍자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이런 범죄에 동의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고.
심지어 이런 게 용인되어야 한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롤리타에서만큼은 작품에 대한 접근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알맹이는 사라진 채
중년 남성과 어린 여자애의 얼레리 꼴레리가 남긴 인상만 회자되는 듯 합니다.
자극적 요소만 남고 그 자극적 소재를 통한 문학성은 왕따를 당한 거죠.
그래서 롤리타는 마치 로리타로 개명당한 후, 내용까지 개명당한 듯 합니다.
이처럼 유래에 대한 이해 없이 자극적 소재만 소비하는 시대는
로리타란 잘못된 이름처럼 뭔가 핀트가 안 맞는 논쟁만 반복하는 것 같아요.
왜 다수의 남성들은 로리란 말만 들어도 아예 언급하는 자체가 불쾌하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걸까요.
왜 다수의 여성들은 로리적 요소를 치열하게 따지는 걸까요?
아주 어린 남자아이들이 인기 있고- 잘생겼으면 다 오빠야, 란 농담이 흥했던 때가 있습니다.
동물들도 어떤 각도가 잘 생겼으면 농담처럼 오빠 오빠하기도 했고요.
그건 완전히 농담이란 걸 저는 알고 있었거든요.
(설문조사를 하고 학문적으로 파고든 게 아니라 정확한 결론은 아닙니다.)
요즘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감수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 연예인들의
비슷한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가 실은 실패한 농담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이 대중에게 뿌린 결과물에서 다수가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실은 저도 그런 설명을 통해 보니까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여간 생식기에 손을 댄다던가,
별로 취향은 아닐 거 같은 책들을 손에 들고 있다던가,
아주 성공한 농담 사례인 레옹을 들먹이면서도?
정면으로 보여주지 않고
어둡게 칠하고,
뭔가 감추려 들면.
여기엔 의도가 있구나, 받아들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화법은 이제 대중에게 너무 익숙합니다.
화제성으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 뭔가를 감추려 들면
실은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구나? 라고 받아들이도록 학습되었죠.
별 거 아닌데도 별 거처럼 보이려고 비밀인 양 굴면 뭔데? 뭔데?
화제성이 몰리는 건 실은 당연하고요.
A:나 힘들어..
B:왜.. 무슨 일 있어?
A:안 알랴줌.
같은 농담이 만들어내는 화제성만 노린 거 같은데..
그런데 상당수가 정색을 했으니 이건 실패한 농담인 거죠.
그리고 연예인이 말을 건 불특정다수 중 상당수가 대충 넘기지 못하고 정색을 했다면,
당사자는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경계선을 넘나드는 일종의 행위예술을 통한 가벼운 농담을 한거고
그건 요식행위에 불과한 거고...
기존의 선명했던 정체성과 이미지가 이제 소비에 한계가 왔으니,
양념을 살짝 뿌려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서 연예인의 생명을 연장하려던 건데...
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거죠.
실패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려 할 때처럼 가오가 안 사니까요.
어디가 웃겼던 건지 설명하려 들면 민망하고 비참하니까요.
그래서 비공식적으로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도,
공식적으로는 그거 아니라고!
말하는 이율배반이 벌어집니다.
아주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니고요.
한편, 연예인이 뿌린 떡밥을 대하는 대중의 입장을 보자면 훨씬 복잡해집니다.
온갖 심리적 설명을 다 해야 할 정도로
대중은 그야말로 불특정다수니까요.
군중심리인지, 가벼운 접근인지, 침묵하는 방관자인지, 진짜로 소아성애자인지,
설사 소아성애자를 자극했다손 치더라도 윤리적 비난이 가능한지에 대한 증명과
온갖 근거를 찾아오고 설득까지 가능한지..
이건 너무 방대하고 거대한 작업이거든요.
연예인이 던진 떡밥이 특정 범죄를 자극했다, 사이에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게 그렇게 쉽고 직관적이라면
뭐하러 범죄자 잡는 전문가와 법으로 심판하는 전문가가 있겠어요.
그렇다고 뭔가 기분 찜찜한 것들이 퍼져나가는 것 같은데,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말씀드리는 건데 왜 그런 기분이 들었냐고 하시면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기분을 배제해도 되냐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어떤 기분을 들게 하느냐로 먹고사는 거니까요.
그리고 이게 고소까지 간 게 가장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드름이 난다면 대개는 속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면 속을 치료해야죠.
하지만 원인이 복잡하고 찾아내기 힘들기까지 하다면 여드름 자체를 잡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소에 이르른 거 같은데.. 이건 실패해도 너무 실패한 농담이랄까요.
제제가 상심한 아부지 웃기려고 나는 야한 여자가 좋아, 라는 노래를 불렀더니
아부지는 정색하며 너 뭐라 그랬어?
애는 좋아서 더하고, 아버지는 더 화나고, 그래서 쪼꼬만 어린애를 무자비하게 패죠.
이 경우엔, 실패한 농담을 알아듣지 못한 성난 아부지가 패니까 제제가 아부지를 고소한 경우랄까요.
아동학대나 명예훼손이나 명백한 범죄니까 고소는 마땅합니다.
다만 이후에, 아부지와 제제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서먹해질 테고
연예인과 대중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서먹함이 생기게 되겠죠.
즉 어려운 관계에서의 오해는 훨씬 어렵게 풀리게 된다는 겁니다.
서로 공생관계니까요.
그렇다고 제제가 맞고 오해까지 감수하고 끝내야하는 걸까요?
연예인이란 죄로 다 짊어져야 하는 걸까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세익스피어의 답없는 비극을 미니로 본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진짜 심각한 것은...
롤리타를 로리타로 바꾼 이 놈의 무지한 세상의 결과물이,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하는 소아성애자를 옹호하게 된다는 점이 일부분이나마 있다는 겁니다.
장비도 소아성애자였다지만... 소아성애가 범죄인 이유는 대상이 그만큼 자기 보호에 있어 무기력하기 때문입니다.
칭찬이나 꾸중으로 심리적 압박만 해도 쉽게 방어를 해제하는 어린애에게 그런 욕망을 품어선 안 되는 거죠.
아직 뇌가 완성되지 않고 몸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가 자기 성 결정권이 없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합당하므로 과도하게 보호하는 거죠.
반대로 상대가 자기 보호에 있어 무능하고 무기력하니까 더욱 매력을 느낀다면,
이는 범죄를 넘어선 범죄 아니겠습니까?
범죄에 취약한 대상이라 범죄에 대한 욕망이 더욱 커진다는 원리니까요.
그것을 만약이라도 어느 여자 연예인이 역으로 이용해서 자기 인기를 위해 사용한다면.
이게 비난받지 않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성적으로 순진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점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건데
그 점을 이용해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거잖아요?
단지 인기 끌려고.
그게 대세니까.
예술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한가지 곁가지로 떠오른 생각은.
수지 관련해서 사진작가가 얻어맞는다던가,
최순실 관련해서 박근혜가 얻어맞는다던가,
박유하 교수의 명판결입니다... 란 말같지 않은 말이라던가,
가 같은 맥락을 가졌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은 거대 기획사의 의도가 백퍼센트 반영됐을 테니 사진 작가는 해달라는대로 해준 업자에 불과한데도 대표선수가 되어 싸우고 있고.
사람들이 말하길, 박근혜는 광해란 영화처럼 (근혜? 광해?) 전적으로 대사만 외우는 명배우였다면서도
막상 그제처럼 대사를 하고 나오면 저 사람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 되고,
박유하 교수는 자신의 학문적 성과에 오류가 있지만 잘못된 표현도 보호해야한다는 판결을 명판결이라고 함으로
학문적 수준이 높지 않다는 디스에 좋다고 박수를 보내고...
뭔가 전반적으로 주책의 향연이다...싶었습니다.
대체 이 세상에 실체란 게 있을까요?
실체가 없다면 그림자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서로 그림자라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주장은 먹힐까요?
왜냐하면 다 자기 탓이라며 책임을 지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겐 사람들이 그래? 라며 과도하게 책임을 물었으니
마찬가지 원리로 자기 탓 아니라고 하는 사람에겐 그래? 라며 책임을 과도하게 안 물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동시에 벌어진 모든 사안들이 매우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