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소감

본방은 못보고 오늘에서야 봤는데, 이게 어디가 탄탄한 해피엔딩... 도깨비는 앞으로도 39세의 몸으로 영생하는데 은탁이는 3번에 걸쳐 0세~최대 100세로 살다가는데, 그 때마다 만나서 사랑한다 치고, 3번 생명 다 쓰고 나면 도깨비는 또 그냥 쓸쓸히 살아가는 것. 이보시오 작가 양반 도깨비도 나중엔 그냥 은탁이랑 늙어 죽을 수 있다는 떡밥이라도 뿌려 놓든지.... -.- 이걸 해피엔딩이란 사람들은 또 뭔가요. 영원한 고독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히는데.

한국드라마에서 (일본드라마도 그런가요) 첫사랑에 집착하고 둘이 헤어지고 나서 몇 년이 지나든 아무 연애도 없고 시간 점프해서 마지막 헤어졌을 때의 감정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설정이 퍽 많이 나오는데 퍽 싫어요. 응7에서도 등장인물 전체가 '대학은 다녔다 치고' 고3 때 감정 그대로 20대 중반으로 점프 -.-;; 드라마작가님들은 그렇게 캐릭터 전원 독수공방시켜야 성에 차냐고요.

900년동안 철벽남으로 살다가 900살에 첫사랑 1년 미만으로 하고 다시 9년 동안 혼자 사막 걷다가 다시 잠깐 만나서 며칠 알콩달콩하는가 싶더니 다시 60년간 혼자 견딤. 다른 인물도 다 비슷. 다시 만났을 때의 극적인 감동을 극대화하려고 몇년, 몇십년, 몇백년의 세월을 그냥 막 남용함. 지지고 볶는 일상이 없이, 짧고 격렬한 만남 + 길고 애절한 기다림만 반복. 일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데요.
(누군가 농담하길, 은탁이가 결혼생활을 안해봐서 그렇지 다음 생에서 살아보고 나면 망각 찻잔을 마실 거라나 뭐라나.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와 김고은이 너무 매혹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공유... 공유의 롱코트는 강동원의 사제복과 비슷한 마성이 있는 듯 합니다....

('공유 패션의 비결은?' 이란 질문에 '니들이알면어쩔건대룩'이란 걸 보고 웃었어요. 비결 알아도 못 삼 + 입어도 그 룩이 안 나옴 -.- )

스토리에 투덜거렸지만, 실은 제 친구 한 명이 남긴 아래와 같은 말에 완전 공감하네요.

-신이시여, 저에게 도깨비 한 마리만 내려주신다면 그동안 저에게 지은 죄를 다 사해 드리겠나이다. 다른 도깨비 아니고 꼭 공유여야만 합니다.

범주로 단정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말해보자면, 이 드라마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여성이 매력적으로 느낄 포인트를 중심에 놓고 쓴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저는 '이 드라마 보고 나서 도깨비 캐릭터에 반하지 않으면 천만원 줄게'라는 내기를 걸고 봐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전체 시청률 보면 남성들도 꽤 많이 열광하는 것 같아요. 알 듯 하기도 한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어요. 남성 시청자는 어떤 점을 재미있게 보는 걸까요?
    • 시스젠더 이성애자 여성인 저는 도깨비 캐릭터에 반하지 않았습니다.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인 제 짝지는 김고은 보는 맛에 (아빠 미소를 띠고...-.-) 매주 챙겨본답디다.
      • ㅋㅋ


        그런데 저는 지은탁 캐릭터에도 반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바이인가봅니다. 이성애자 취소.

    • 저도 막줄 말씀에 공감. 이 드라마 팬들 중 남성 시청자들도 꽤 많더군요.
      • 순정만화의 모든 설정을 갈아넣은 것 같은 남주인데 (제 눈에는 그런 면만 보임 -0-) , 그 남주가 무협만화 남주 같은 속성도 있는 거였군요..

    • 에...그러니까..도깨비보단 저승이 저승이보단 재벌2세가 귀엽지 않습니까아?
      • 물론 저승이와 재벌3세도 귀여워요. 실제로 만나면 저승이는 속 터질 것 같고 재벌3세는 등짝스매시하고 싶겠지만요 ㅋ

    • 은탁이 만나기전에 도깨비는 연애 많이 한거로 나옵니다.지금까지 수많은 여인을 만났으나 누구도 내 가슴의 검을 보지 못했다 어쩌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전설속의 도깨비도 고기와 술과 장난과 메밀과 여자를 좋아했다더군요.

      어디서 해석하기를 은탁이의 세번의 삶을 끝날때까지만 기다리고 그이후에는 도깨비도 삶을 끝낸다고 하던데 근거는 까먹었습니다.중천을 떠돌때 은탁이와 썼던 계약서 조각이 나오고 그것때문에 소환된거라던가...저는 속도없이 그리 믿는게 편해서 그렇게 믿을래요ㅋ
      • 사귀긴 많이 했는데 사랑은 안 했다 이거군요. 어쩐지 첫사랑인데 키스가 너무 능숙하다 했...

    • 동양버전 뱀파이어로서 도깨비라는 설정은 신선했던 것 같아요.
      • 드라마 때문에 머리 나쁘고 노래 못하고 잘 까먹는 과거 도깨비는 이제 생각도 안 날 것 같아요..

          • 드라마평 멋지네요. 링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봤어요.
    • 신데렐라 스토리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여자주인공은 최대한 사랑스럽고 무력하게 그리되 남자주인공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전지전능에 가까운 멋있는 존재로 그려내어 결과적으로 여자들이 감정이입할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남자들도 동경하는 궁극의 판타지를 만들어냈다는 의견이 있던데 꽤 동감하고요 남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런 면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 게다가 남주의 내면의 고독과 고뇌까지.. 그러고 보니 후까시 잡는(...) 영웅의 면모까지 갖췄군요.

      • 모 남초 사이트에서는 이에 대해 재밌는 대답을 하더군요. "연애는 여자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요."
    • 저도 대나무숲님과 같은 글을 본 것 같은데요. 설득력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려고요. 그러니까 도깨비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틈에 끼어서 눈밭을 9년이나 걷는데, 거기에서 이승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게 은탁이가 촛불불면서 불렀기 때문이잖아요. 그게 가능했던 것은 첫눈 오는 날 갑이 부르면 을이 응한다는 서약 때문이었고요. 그러니 갑인 은탁이가 더 이상 이승에 환생하지 않으면 을인 깨비도 그 서약에서 풀려나게 되어 더 이상 머물 명분이 없어진다고요. 고로 은탁이의 4번째 환생이 끝나면 둘이 하늘로 사이좋게 올라갈거라는 이야기죠. 전 이걸 믿기로..ㅋㅋ

      • 아. 갑이 이승에 없으면 서약도 없어지는 거군요. 저도 속 편하게 이렇게 생각해야겠네요.

    • 속도가 너무 느리고 반복되는 장면들이 많아서 따라가기 어려워요

      숱한 광고도 거슬리고요

      10회 정도로 하면 제작비도 줄어서 광고 안해도 되고 전개도 빨라질텐데 안 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유시진님 작품같은 판타지를 (마니나 온 같은거 말이죠)엉성하게라도 드라마에서 구현한게 괜찮았네요

      더불어 롱코트는 입지 말자는 교훈도..
      • 말장난이 많긴 하죠. 광고는 그냥 무시하고 봤네요. 어차피 설렁탕도 안 마시고 커피도 안 마시고 무슨 음료?도 안 마셔서 저는 PPL인지 봐도 몰라요. ㅋㅋ

    • 지은탁은 30대에 대한 두려움(남편은 평생 젊은데)으로 죽음충동 느끼고 숭고한죽음의 외피를 입은 반자살의 길로. 29세에 죽어서 다시 (마의 16세 지난) 교복19세로 공유 만나는 ㅋㅋ 또 29세에 기어이 죽을 듯.

      깊이부족한 극본이었지만, 전생‧죽음‧하늘세계‧환생 관련 물량공세를 퍼부으니, 드라마 끝나고나서 계속 관련 정념의 자장 안에 있게 되더군요.

      그래도 드라마는 현실의 감동,두터움을 역시 못따라가요. 도깨비 막회 직후 방영한 그것이알고싶다에서 김재규의 육성멘트(나는 제4심, 즉 하늘의 심판에선 이길 거라 확신하고 간다) 들으며 감동 받고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 30대가 뭐라고. -.-;;; 그냥 다음 생에서는 남편보다 나이들어도 계속 잘 살 거라고 믿어볼래요... 

      • 죽음충동. 흥미로운 읽기네요 ㅋㅋ 솔직히 김고은이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거 안 와닿았음.

    • 참 재밌게 봤어요. 근데 아무리 공유라도 협찬 받아 걸친 옷들이 좀 이상했어요. 처음엔 저런 옷들을 누가 사입을까 싶은데 남편이나 애인을 공유가 걸쳤던 옷을 입혀서라도 비슷한 모습으로 바꿔보겠다는 의지의 여인들이 구매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ㅎㅎ
      • 정말요? 저는 옷들이 죄다 멋있어 보이던데요.. 오히려 제 주변에는 남자가 '저런 롱코트 하나 사입어볼까?'하면 여자가 '절대 하지마!!'하고 말리더군요. ㅋ




        드라마 호불호가 이렇게 갈리다니 신기해요. 공유 너무 잘생겼다고 보는 (저 포함)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진짜 못생겼다는 사람들도 있고, 김고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김고은 예쁘고 눈을 못 떼겠다는 사람들고 있고 여주 얼굴 때문에 몰입이 안 된다는 사람도 있고. 김고은 연기 거슬린다는 사람도 있고 굉장히 잘 한다는 사람도 있고. 


        공유가 옷 입고 나올 때마다 저는 넋을 잃고 봤는데, 옷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니 저는 신기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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