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바낭] 최소한의 성의라는 것.

"그것도, 그런데 이렇게 되면 너무 오늘 많은 얘기를 하는 거고, 또 이렇게 되면 특검하고 이렇게 있는데 서로가 입장이 불편해 지기 때문에 계속 너무 말을, 그리고 사실은 새벽 벽두부터 오랫동안 못 봬서 새해 인사라도 나누기 위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새해 1월 1일부터 거창하게 기자회견이나 한 듯이 하는 것도 참 모양새가 안 좋고, 그런 걸로 한 거지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요."


읭? orz



어제 우리의 그네찡께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또 하소연을 하셨더군요.

검찰에서 불러도, 헌재에서 불러서 니 입장 좀 얘기해달라고 해도 한사코 거부하던 사람. 심지어 자기를 도와 줄 변호사들조차 직접 대면을 안 하고 배를 째던 사람이 이런 짓을 하는 건 참 웃기지만 그래도 이해는 갑니다. 그 언변으로 '반박당할 수 있는, 심지어 반박을 목표로 하는' 대화에 어디 감히 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근데 이 양반 이러는 걸 몇 달째 쭉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네찡은 지금 밝혀지고 있는 일들 다 똑같이 하면서도 충분히 무사할 수 있었어요.


세월호 7시간만 해도 보세요. 

보고받자 마자 '아. 이건 큰 일이니 나도 정신 없이 집중하고 있다는 쇼라도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그깟 머리 좀 덜 하고 청와대에서 나오기만 했어도.

혹은 욕 먹고 등 떠밀리기 전에 스스로 눈물 쑈 한 번 해 줬어도.

혹은 현장에서 만난 유족들에게 스스로 다가가서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코스프레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 줬어도.

혹은 이미 다 끝난 후에라도 유족들 몇 번 만나서 사과하고 위로하는 척하는 자리라도 잘 마련했었다면 이렇게 오래 그네찡의 발목을 붙잡진 않았을 겁니다.

그 '7시간의 행적' 이라는 것도 의문이 제기된 그 시점에 바로 가짜 증거와 자료라도 만들어서 바로 공개하며 공격적으로 대응했다면 금방 사그러들었겠죠.


재단 만들어 최순실에게 관리 시키고 대기업들 삥 뜯었다... 라는 것도 비슷합니다.

문득 갑자기 '이런 재단이 필요해!'라고 누군가(?)가 생각해내고 그게 말도 안 되게 빠른 스피드로 승인이 나고 거기에 또 즉각 돈이 와장창 몰려와 쌓이는데 그 재단 운영은 영 이상한 사람들이 하고 있다... 라는 식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스토리로 전개가 되잖아요. 그냥 좀 시간 들이고 공 들여서 차근차근 티 덜 나게 진행했더라면 설사 들통나고 모두 다 '이건 비리다!'라고 외치더라도 어떻게든 둘러대며 법적으로는 빠져 나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겠죠. 근데 그렇게 안 했죠.


이것저것 다 들통나고 조사 받는 와중에 보이는 태도도 그렇습니다.

'몰랐다', '안 했다' 라고 할 수는 있어요. 오히려 그게 가장 효과적인 전술일 수도 있구요.

근데 그러려면 미리 충분히 수습을 해놓고 둘러대든가 말든가 해야죠.

지금 보면 그 수 많은 '몰랐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직후에 꼬투리를 잡혀서 위증죄까지 뒤집어쓸 위기입니다. (아직 재판은 시작도 안 했으니까 또 모르겠지만;)

치밀하게, 꼼꼼하게 계획하고 거짓말을 해도 100% 통할지는 장담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냥 '일단 배째고 보자'로만 일관하니 자꾸 구멍이 뚫리고 배신자가 생깁니다.


그러니까 이 양반은 한 마디로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정의감이나 사명감,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건 일단 제껴놓고. 그냥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지나치게 성의 없는 나쁜 놈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나쁜 놈'을 평가하는 기준(?)을 생각하며 말 하자면 여기서 무성의함이란 결국 무능함입니다. 건국이래 독보적으로 무능한 나쁜 놈이었던 거죠.

바로 전임자를 보세요.

해 먹고 속이고 거짓말한 걸로 따지면 그네찡에 비해 크게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 분임에도 지금 아주 무사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사람이 능력이 모자랄 거면 정직하고 착하게라도 살아야죠.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크게 일을...

하긴 그게 바로 이 분의 무능력 포인트겠죠. =ㅅ=


암튼 결론적으로.

이번 그네찡 사태에서 제 개인적인 가장 큰 짜증 포인트는 바로 이겁니다.

이 사람들이 뭐가 되게 똑똑하고 영리하며 치밀해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하면 화내면서도 차라리 감탄이라도 하겠는데.

뭔가 조금씩 밝혀지면 밝혀질 수록 점점 더 '멍청하고 욕심 많은 놈들이 그냥 배째라고 난장 부린 사건'의 모양새가 되어간다는 것.

그런 느낌 때문에 더더욱 싫고 짜증이 납니다.




뭐 그렇게 보면 김기춘이나 우병우는 나름 능력자들이긴 한데.

과연 이 분들이 공범의 무능함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완벽하게 대비를 해 놓았을만큼 뛰어난 능력자였는지 아닌지가 이 양반들의 운명을 가르게 되겠죠.

근데 과연 그 정도로 뛰어난 사람들이었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ㅋㅋ

얼른 다들 엮여서 사이 좋게 철창에 들어가줬음 좋겠습니다.


    • 여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내가 하는데 누가 토달아?


      애초에 그렇게 자라기도 했고, 그후에도 그렇게 유지되도록 만든 사람들이 있는 것이겠고요.

      • 어찌 생각하면 그렇게 모자란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임기 중에 들통도 나고 탄핵 심판도 겪고 여당도 반토막 나고 그러고 있는 것이니 멍청해줘서 고마워요... 내지는 멍청하게 키워줘서 고마워요. 라고 생각해야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

    • 얼른 다들 엮여서 사이 좋게 철창에 들어가줬음 좋겠습니다.2
      • 근데 분위기를 보면 저 두 분은 아무래도 그냥 무사하거나 잘 해야 가장 가벼운 죄 한 두 개로 체면치레하고 끝낼 것 같아서 좀 거시기합니다. ㅋ

    • 자신의 생각을 저렇게도 두서없이 두런두런거리는 사람이 평생을 정치적인 자리에서 대우를 받고 있었다니 사람들 눙이 멀어도 정말 너무했어요. 지능이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 자신이 무얼 잘모샜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심, 또 한심스러운 사람입니다. 주변에 참으로 간신들만 끝까지 꼬이는 걸 보면 만천하에 호구도 저런 호구가 없지요.

      • 뭐라고 입을 열 때마다 그동안 자신이 부인해오던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는 일을 반복하는데도 개선이 안 되는 걸 보면 일단 본인이 멍청한 건 분명한 것 같구요. 그나마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도 능력자는 없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ㅋㅋ

    • 주인정신인 것 같습니다. 짐이 곧 법이라 본인이 한 일이 위법이라는 인식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예전에 모사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입사하자마자 주말출근을 독려하는 이메일이 인사팀에서 첨부문서로 날아왔습니다. 정식 공문을 작성해서 보냈더군요. 그 때 저는 화들짝 놀랐는데 아니 대체 이사람들이 얼마나 간이 배밖에 나왔길래 이런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을 버젓이 문서로 보내나, 누가 신고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저의 순진한 생각이었죠. 검사님들을 모조리 매수에 모든 위법 사항에 면죄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장치를 해놨다는 건 한참 뒤에 스캔들로 터졌지만 역시나 불기소처분으로 끝나고.


      그저서야 어떻게 이 사람들이 그 많은 위법행위를 증거를 마구 문서로 뿌려가며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ㄹ혜님도 치밀한 성격에 법위에 군림하다보니 증거를 남기는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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