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거를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한국어는 영어와 완전히 다른 언어이니까요. 알파벳도 전혀 다르고, 읽는 법도 다르죠. 아예 다른 언어 체계를 머리속에서 만들어야 해요. 영어 구사자가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독일어를 배우는 거와는 완전히 다른 일이니까요. 


단지 영어를 하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배우는게 좋은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이를 강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배우니까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영어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는 왜 영어를 이렇게 못하지' 자책하기 보다는 '모국어와 이렇게 다른 언어를 이렇게 구사하는 내가 자랑스러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영어를 쓰는 국가 국민들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의 국력 덕분에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침략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죠) 그런 권리를 누리고 있는 건데, 그들에 맞추어 주기 위해서 하는 노력을 왜 폄하해야 하는건지. 배우기도 쉬운 스페인어도 못하는 미국인들이 대부분인데. 


그리고 의외로 자기 나라의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아시아권에서는 고유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 편인데 (한국,일본,중국,태국,미얀마 등등) 아프리카, 중남미에는 침략자들이 강요한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들이 많아요. 특히 중남미는 몇몇 나라를 빼면 다 스페인어를 쓰고요. (나머지 나라들도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영어를 쓰죠.) 시골로 가면 스페인어를 쓰지 않고 그 나라 고유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는 한데 공식으로는 스페인어를 쓰니까요... 그걸 보면서 한국어라는 독특한 언어 체계를 가진 한국에 대해서 자긍심이 생겼어요. 


혹시나 영어 배우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계시면 이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 말씀에 동감하지만, 생활하면서 손해 보는건 많더군요. 단어나마 미리 알았더라면 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짐작해 볼수있는 것들을 마주치게 되면.

      • 네 분명 영어를 배우면 이득을 보지, 손해 보지는 않아요. 특히 영어권 국가들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그런 단어들이 더 많이 보일꺼에요. 하지만 저는 영어를 배우지 말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게 아니에요. 한국어와는 아예 공통점이 없는 언어니까 배우기 힘든거는 당연하니까 너무 주눅들지 말라 그게 저의 포인트였어요. 유럽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그 사람들이 엄청 똑똑해서 그런게 아니라 자기 모국어와 공통점이 많아서 언어를 배우기 쉬워서 그런거니까요.

    • 아직까지는 정보력의 격차 원인중 하나가 영어인것 같아요. 영어를 못하면 누군가 번역해준 자료로만 판단해야 하는데, 번역된 자료와 영문 자료의 양 차이도 그렇지만, 번역이 의도를 끼고 가면 그 의도에 따라 사고의 편향까지 발생하니까요.

      • 정보력의 격차가 많이 나죠. 인터넷에 있는 영어 컨텐츠와 한국어 컨텐츠는 비교할 수도 없으니까요.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그렇죠. 

    • 외모 컴플렉스가 '내 외모가 내 탓은 아니다' 라는 걸 몰라서 생기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아니 오히려 배우기 어려운 명백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걸로 사람을 줄 세우려드는걸요.
      •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배우기 어려우니까 더 가치가 있는. 그렇지만 그걸 가지고 콤플렉스를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거는 좀 아닌 것 같아요. 

    • 한국에 사는 한 미국인이 그러던데, 한국에서 옛날에 한자가 가졌던 지위를 오늘날에는 영어가 가지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마치 과거 서구권의 라틴어 구사능력처럼, 사회적인 신분을 구분짓는 일종의 척도가 된다는건데, 미국인인 본인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가 그런 의미를 가지는게 화가 난다면서요. 

      • 재미있는 생각이네요. 요즘은 예전 세대에 비해서 한자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혹시 중국이 더 강대국이 되고 영어 대신 중국어 열풍이 불면 다시 한자의 지위가 돌아오려나요. 분명 영어는 단순 언어를 넘어서서 한국 사회에서 신분을 구분짓는 척도임은 분명해요.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 기업을 갈려면 영어는 필수니까요. 그렇지만 그 점은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유창한 영어는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중산층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니까요. 근데 그걸 보고 그 미국인이 화가 나는 거는 이해가 안되네요. 그게 다 누구 때문에 그런건데 ㅋㅋ

    • 쓰신 글의 전체적인 맥락에는 크게 공감합니다만, 많은 피식민 역사를 가진 국가에서는 모국어 대신 공용어라는 표현을 쓰는 걸로 알아요.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건 같은 국가 안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민족이 공통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라는 측면에서 선용되는 것뿐이잖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가면서 정말로 스페인어가 mother tongue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긴 할 거에요. 그렇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게 자연스러운 언어였던 건 아니니까. 언어와 문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고, 언어 특히 모국어는 아직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봐야 맞지 않을까요. 


      아무튼 우리나라가 비교적 최근까지 단일민족 단일언어 국가였다는 것에 자긍심을 갖는 거야 글쓴 분의 자유지만, 그게 딱히 우리나라가 뭘 잘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라는 거죠. 

      • 네 맞는 말이에요.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니까 나라마다 스페인어/그 나라 고유어를 쓰는 사람들 비율이 다르네요. 그 사회에 얼마나 원주민들이 많은지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 같네요. 거의 백인이 사회를 구성하는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는 고유어를 쓰는 사람 비율이 굉장히 적지만 원주민들이 많이 사는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는 아직도 널리 쓰이나 보네요. 


        http://spanishlinguist.us/2013/05/multiligualism-in-latin-america/




        하지만 우리나라가 단일민족 단일언어 국가임에 대해서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좋게 보면 독특하지만 나쁘게 보면 다양성이 떨어지죠.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민족적으로 다양성이 제일 낮은 나라에 속하니까요. 한글이 제일 과학적으로 우수하다 그런 말을 믿지도 않아요. 단지 미국/유럽 제국주의에 희생된 나라들을 보면서 자기 나라의 고유한 언어 체계와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을 뿐이에요. 




        개인적으로 저는 애국자와는 아예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한국 돌아가기 싫어서 해외를 떠돌고 있는 중인걸요), 분명 자긍심을 가져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노력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런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끄적여보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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