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조율)


 1.언젠가 썼듯이...을 시작으로 늘 문장을 시작하게 돼요. 왜냐면 이젠 뭘 쓰려고 해도 언젠가 썼던 내용뿐이거든요. 



 2.언젠가 썼듯이 나는 바이올린을 조율할 때 일부러 반의 반의 반음 정도 높게 잡곤 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게 좋게 들렸어요. 가끔 지적이 들어오면 조율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운지법이 틀린 걸로 퉁치고 넘어갔죠. 하지만 조율 자체를 높게 잡았다는 걸 눈치챈 선생은 거의 없었어요.


 언젠가 쓰지 않은 사실을 하나 쓸 수 있어서 기분 좋네요. 절대음감이 있거든요. 일상의 대부분의 소리, 사람들이 말소리도 한 음 한 음 도레미파솔라시로 나눠서 들을 수 있어요. 이 지경에 와서는 딱히 도움 될 것도 없는 어빌리티지만요. 그래서 독주든, 단체 연주를 할 때든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정도에서 원음보다 가능한 한 높은 음을 내보곤 했어요. 


 그야,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알기 위해선 최소한 한 번은 들켜야 해요. 선생마다 눈치채지 못하는 정도...아니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주는 정도가 다르니까요. 아마 좀 더 하이레벨로 갔다면 이런 놀이를 할 여유따윈 없었겠죠. 주위에 다들 잘하는 녀석들뿐이었을 거니까요.



 3.바이올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예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음악을 그만두길 잘 한 거예요. 이젠 나자신을 잘 알거든요. 유학 갔다와서 악단은 뒷전으로 하고 돈을 긁기 위해 과외나 열심히 했겠죠. 나는 게으른데다, 염불이 아니라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이젠 잘 아니까요. 그리고 짜증도 조절 못하고요. 아마 과외를 하다가 어느날 바이올린으로 학생의 머리를 부쉈을 거예요. 아니면 학생의 머리로 바이올린을 부쉈거나. 둘 중 하나는 했겠죠.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염불'이라는 게 없는 일이거든요. 직업의식이나 책임감, 보람, 부스러기, 가욋돈 같은 쓰잘데기없는 불순물이 없이 그냥 돈을 벌거나 못 벌거나 둘 중 하나만 있는 일이니까요. 


 염불과 잿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염불이 곧 잿밥인 일이라서 순수하게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나는 염불과 잿밥이 분리되면 잿밥을 쳐다볼 인간이거든요. 그러니 다른 어떤 직업을 가졌어도 손가락질받고, 지탄받으며 살았을 거예요. 한데 잘 모르겠어요. 잿밥에 1만큼 관심이 있든 99만큼 관심이 있든 잿밥에 관심을 가진 시점에서 어차피 다 똑같은 놈들이잖아요. 잿밥에 관심이 일절 없는 녀석들의 손가락질은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놈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손가락질하는 놈들의 손가락을 부러뜨려 버리고 다 때려쳤겠죠.



 4.휴.



 5.어쨌든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쓰려는 거예요. 바이올린을 조율하는 건 간단해요. 10년 동안 케이스를 열지 않은 바이올린도 5분이면 완벽하게 조율해낼 수 있어요. 왜냐면 나는 바이올린의 음을 알고, 잊지 않으니까요. 왜냐면 바이올린의 음은 솔레라미고, 바이올린의 음이 솔레라미인 건 10년 전에도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바이올린이 바이올린인 이상 1억년 후에도 솔레라미일 거고, 솔레라미는 1억년 후에도 솔레라미일 거예요.



 6.하지만 인간은 10년까지 갈 것도 없이...2~3년만 혼자 있어도 알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지금 자신이 무슨 음을 내고 있는지, 그 음이 원음에서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알 수가 없는거죠. 그리고 어느날 오랜만에 오케스트라에 가서, 원음에서 너무나 어긋나 있는 음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좋은 대접이란 건 없는 거죠.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니예요. 불협화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리고 사람도 악기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매일 미세한 조율을 해두지 않으면 하루 하루 조금씩 음이 어긋나다가...그게 몇 년치가 쌓여버리면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용인될 수 없는 수준으로 음이 틀려버리는 거죠.


 그래서 그런 상황에 놓여버리면 음감이 아니라 눈치를 풀가동해야 해요. 오케스트라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내는 음을 가만히 들으며 최대한 녹아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는 천년만년 정해진 음이 있지만 인간은 연령이나 협연해야 할 상대에 따라 알맞은 조율을 하는 거라고 알게 됐어요. 물론 귀찮은 일이지만...인간들에게서 캐내어야 할 것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해요.



 7.어쨌든 중요한 건...조율을 하고 싶다면 오케스트라에 나가는 거예요. 구석 자리에라도 앉아서 정상적인 음을 듣는 것만으로 자신이 조율되는 느낌...최소한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낙차를 느끼는 게 중요한 거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눈치를 발휘한다던가...구석 자리에 앉는다던가 하는 행동은 네가 떠들어대던 폭군의 길을 걷는 것과 완전 정반대 아닌가?'라고요.


 하지만 이건 사회성을 갖거나 남들과 동화되는 것과는 달라요. 나는 인간으로서의 에버리지값에서 너무 벗어나 버리면 그게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고 알게 됐거든요. 지나치게 조율을 안 해 놓으면 짜장면이 짜장면처럼 보이지 않게 될 정도가 되는 거예요. 원래의 내가 짜장면을 대하던 것처럼 짜장면 냄새를 맡고...고춧가루를 뿌리고 면을 비비고 맛있게 먹던 것처럼 짜장면을 대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최소한의 평균적인 인식력은 있어야 짜장면을 짜장면처럼 느낄 수 있고 수영장을 수영장처럼 느낄 수 있는 거죠. 


 언젠가 인간과의 만남을 비타민에 비유했었죠. 살아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체내에서 자연발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평균적인 인식력 또한 비타민처럼 체내에서 자연발생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비타민처럼 외부에서만 공급되는 거라고 믿게 됐어요. 









    • 점심은 짜장면으로..

      짜장면을 먹을때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도 좋지만 식초를 살짝 쳐서 먹으면 느끼하지 않더군요.
    • 그렇네요 모르게 조율할 수 없는 지경에도 쉽게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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