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영화 '변호인' 단평, 한국이 부끄럽냐고요?

1. 뒤늦게 영화 '변호인'을 보았습니다. 부림사건 모르는 한 친구도 함께 보았지요. 한참 보더니 묻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들 이겼어? So, did they win the case?"라고 묻습니다.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 Well, sort of."

"무슨 뜻이야? What do you mean?"

"33 년 후에 이겼어. They won 33 year later."


2. 요즘은 글로벌 시대라 뉴스가 빨리 돌아요. 제 주변에 있는 외국인들은 제게 물어봅니다.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뭐냐고. 대략은 읽었는데 잘 파악이 안된다고. Ask a Korean 포스팅 주고 간략하게 요약해줍니다. 요약하다보면 근대사 나오고 박정희 나와요. 요약이 어려워요. 정유라 나오고 최순실 나오고 박정희 나오고 육영수 나오고 최태민 나오고, 진경준에다가 넥슨에 삼성에. 설명하다보면 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해야하는지 힘들어져요.  

정유라 하나만 설명하려고 해도, 자칭 목사(콰자이 컬트) 최가 박근혜에게 정신적 영향력을 행사했는데...우리나라에 엘리트 스쿨이 있는데...그 사람의 손녀가 거기 부정하게 들어갔고...학점을 엉터리로 땄고 학생들이 시위를 했고...학생들이 왜 시위를 했냐하면 그 전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라는 게 있었는데... 총장이 경찰을 자진해서 캠퍼스로 불러서...이야기가 안끝납니다. 


한 번 설명으로 끝나나 했더니 뉴스가 끊기질 않고 새로운 국면이 나오죠. 아니 그게 쎄울 페리 사건하고도 연결이 된다며? 하고. 


어제는 또, 그러면 이제 니네 대통령 하야하겠다는 거냐고 물어봅니다. 아니다 그건 하야하겠다는 게 아니고 안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랬더니 또 갸우뚱합니다. 오늘이 며칠이냐, 11월 29일 아니냐. 12월 9일까지 언제 헌법 고쳐서 임기 줄이겠냐. 하야 안하겠으니 니들이 탄핵시키라는 거다, 라고 또 설명합니다. 어제는 또 Financial Times에서 "한국 대통령은 한국을 최우선으로 해야"라는 글을 올렸죠. 


아, 주말마다 촛불시위하는 것도 이야기해요. 30만, 100만, 190만은 많은 숫자이고, 자랑스럽지요. 그리고 아시아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도 이야기 하지요. 최대한 냉정하게 사실만 전달하려고 해요. 현재 제가 사는 곳에선 트럼프 당선 때문에 패닉에 빠져 있어서 한국의 정치사정에 대해서는 덜 시선이 가는 것도 사실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답을 받을 때면, 저도 모르게 얼굴이 말 그대로 창피해서 뜨거워지더군요. 한국이 부끄럽다기 보다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는 게 부끄러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대표는 아니지만, 한국인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가 25%나 남은 한국의 대통령이니까요. 이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저는 한국 대통령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얼굴이 계속 뜨거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 (궁서체) 부끄러울게 많은 세상이라 우울증 걸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부끄러움뿐 아니라 삶까지 걸려있기에 더욱더... 

      • 네...삶이 걸려있지요...ㅜㅜ

    • 전에 박근혜가 중국에 왔을적에 중국언론이 꽤 우호적으로 보도해줘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제법 좋았던 적이 있었죠.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전 기다렸다는듯이 답해줬습니다 我不喜欢韩国总统 ,非常非常不喜欢 하며 더 이상 말도 못 끄내게 만들었어요 . 이미 그 때 그런 인간이 대통령이라는게 참 부끄러웠던거고 지금은 그 부끄러운걸 만회할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제 단호박에 어리둥절했었던 중국친구들은 이제야 절 이해하겠군요.
      • soboo님 댓글을 보니 중국어 하시는 게 몹시 부럽고, 부쩍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성 많이 어렵나요.

        • 아주 아주 쉽습니다. 한달정도 짬짬이 독학해도 저정도는 쓰실수 있어요.
          • 고무적인 댓글 감사드립니다. 조금만이라도 배워야겠습니다. 

          • 거짓말... (...)


            백수때 새벽 학원 2개월 다녔는데 기억나는건 4성조하고 맛있다..(헌하오취..) 밖에 못합니다.

            • 개인차이는 있을거에요; 미국에서 변호사 하는 친구가 상해와서 제가 운전기사와 하는 대화를 대충 다ㅡ알아듣고 기본적인 서바이벌 회화를 구사하길래 물어봤더니 영문교재로 상해 오기저느일주일정도 벼락치기 공부했다더군요;

    • 외국인에게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렵겠군요. 진짜 답이 안나오는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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