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문제)


 1.어떤 사람의 어떤 부분을 문제삼는 건 쉬워요. 표면에 드러난 것을 콕 집어서 떠들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늘 말하듯이 다원적인 세상이잖아요. 요전에 말했던 것처럼 씨앗을 뿌리고 밭을 갈아서 먹고사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아요. 인간도 너무 많고 각자의 입장도 너무 많아서 너무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죠. 내가 손에 넣은 것들, 손에 넣지 못한 것들 모두가 나의 지분이나 책임이 얼마만큼인지는 계량할 수 없다고 봐요.



 2.몇 번인가 듀게에 굳이 '나는 재수없고 얄팍한 녀석'이라고 쓴 건 기분이 좋을 때였어서 그랬어요. 


 '뭐가 기분좋다는 거지? 재수없고 얄팍한 사람이 된 게 기분좋다는 건가?'라고 한다면...그야 그건 아니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예요. 재수없고 얄팍한 녀석인 나를 아무도 문제삼지 못하게 되었다는 게 중요한거죠. 내가 조금은 강해졌다는 실감을 느낄 때마다 그걸 일기에 쓰곤 했어요.



 3.나는 눈치채는 게 좀 느려요. 사람들은 문제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늘 사람을 문제삼는 거라는 걸 꽤나 늦게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서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을 문제삼았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거예요. 그건 그저 당신이 문제삼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여겨진 것 뿐인거죠. 이 다원적인 세상에서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당신이 만들어낸 게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는 대부분의 다른 녀석들도 가지고 있는 문제일 거고요.


 그리고 어떤 사람을 문제삼을 때 수많은 과정을 거쳐 표면에 드러나버려 뻔히 보이는 것을 문제삼는 건 매우 쉽죠. 세상의 교과서에 있는 도덕률을 선택적으로 적용시켜서 공격하는 것도 쉬운 일이고요. 어떤 사람을 문제삼고 싶다면 자신이 그를 문제삼아도 될 만큼 충분히 알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하죠. 그리고 문제삼기로 했다면 지금 내가 문제삼는 것에 집중하려는 건지 문제삼는 것을 만천하에 전시하는 데 집중하려는 건지도 자문해봐야 하고요.



 4.휴.



 5.그래서 내가 아는 건 하나예요. 누군가가 만약 나를 문제삼는다면 나는 감히 문제삼아선 안 되는 존재라는 걸 가르쳐 줘야 한다는거죠. 다시는 나를 문제삼을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아주 올바른 가르침을 줘야 하는 거예요.


 나 또한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짜증나는 누군가를 문제삼고 싶어질 때가 있긴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땐 생각해 보곤 해요. 이 사람이 걸어온 여정과,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강제로 들어가야 했던 거푸집...그 거푸집 안에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말이죠. 


 우리들은 모두가 빌어먹을 거푸집 속을 경험해 봤잖아요. 그러니까 그 안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다들 알 거예요. 거푸집 안에서 좀 이상하게 변해버렸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 탓은 아니예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내동댕이쳐진 거푸집 안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간 거푸집보다 더 혹독하기도 하니까요.



 6.이쯤에서 글을 마치려 하는데 피디수첩에서 성희롱 얘기가 나오네요. 하아...모르겠어요. 뭐 수컷들은 대개 그렇잖아요. 수컷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발판으로 써먹곤 하니까요. 하지만 저런 자잘한 권력은 찌질할 뿐이예요. 나라면 저런 자잘한 것들을 가졌어봐야 창피해서 써먹지도 못했을 거예요.



 7.하지만 지금까지 한 소리는 허울 좋은 소리일 수도 있을거예요. 그냥...잘 모르겠어요. 나를 감히 문제삼아선 안 된다는 걸 모두에게 강의해 주는 건 사실은 슬픈 일이예요.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는 상황까지 몰려버렸다는 사실 자체가요. 그리고 그 강의가 끝난 후에는 그 집단에서 잘 지낼 수 없죠. 떠나야만 하는 거예요. 사람들을 할퀴어댈수 있는 송곳니를 손에 넣어봤자 그 송곳니는 최후의 푸닥거리를 할 때나 한번씩 쓰일 뿐이지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잘 지내는 데엔 써먹을 수 없는 거죠.

 

 '문제삼아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은 좋은 인생은 아닐거예요. 수많은 문젯거리를 가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문제를 삼기는커녕 잘 지내보려고 앞다투어 원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한때는 그걸 보며 이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죠.


 가끔 '인간은 하찮음. 노력은 쓰레기'나 '목숨따위보다 돈과 권력이 중요'같은 헛소릴 하긴 하지만...언젠가 말했던 '돈이 신인 사회'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여긴다는 건 심술부리려는 소리가 아니예요. 정말로 돈이 신인 세상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왜냐면 사람들의 판단 기준은 내게 있어 소름끼치는 거거든요. 아무리 공정한 척 하려해도 그들은 인간이예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들은 편들고 싶은 걸 편들기 위해 도덕률과 논리를 선택적으로 소환하죠. 돈이 가장 완벽한 등가물로서 군림해주는 이 세상만이 내가 기분좋게 살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일 거예요.


 ...그렇다고 기분좋다는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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