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5)
1.언젠가 썼었죠. 카지노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산다고요. 이곳은 정답이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아는 게 한가지는 있죠.
2.카지노에서 확실한 것 한가지...그건 언젠가는 미련 없이 카지노를 떠나야 한다는 거예요.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이기는 것'을 전제로 카지노와 계속 승부를 벌이면 완전히 이기는 건 카지노니까요. 카지노를 상대로 잠깐 앞서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카지노를 상대로 결승골까지 승부해서 완전한 승리를 거둬 이곳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품어버리면 그 사람은 망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몇 명 있죠.
그들은 카지노 휴게실에 앉아서 '그 때 그날 털고 갔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해요. 어느 쪽이 더 비참한 건진 잘 모르겠어요. 그야 그들은 스스로를 비참하다고 여기겠지만 그들에겐 적어도 열광의 순간이란 게 있었잖아요. 떠날 기회도 있었고요. 내게 그런 기회가 딱 한번 오면 나는 그걸 놓치지 않을거예요.
3.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라 그 글에서 말한 다른 부분이예요. 카지노를 떠나면서 몇 명 정도는 데리고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쓴 그 부분이요. 아니 뭐, 이리저리 돌려 말할 거 없이 까놓고 말해서 그건 돈이죠. 아주 가끔 힘들 때면 내가 신경쓰는 사람들의 생존비와 생활비 정도까지 손에 넣어서 카지노를 떠나는 걸 상상하곤 해요. 그런 상상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해요. 다른 상상을 하는 것보다는요.
4.휴
5.누군가는 이쯤에서 이렇게 때려맞추려 하겠죠. '보나마나 네가 좋아하는 예쁜 여자들을 말하는 거겠지.'라고요. 그건 아니예요. 이 신경쓰임은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거나 하는 감정과는 다른 거예요. 연민도 아니예요. 나는 Q를 첫번째로 좋아하지만 Q가 망해버려도 마음이 아플 것 같진 않거든요. 왜냐면 남이잖아요.
위에 말한...챙기고 싶다고 한 사람들을 돕고 싶은 건 나자신을 위해서예요. 그들은 5명 정도인데 이리저리 떠돌다가 마주친 사람들이죠. 그들에게서 나의 한 조각을 보게 만든 사람들이요. 그래서 그들이 세상에서 도려내지면 나의 일부가 도려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러니까 그들이 망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건 내가 망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거죠.
'Q'나 '사장'같은 인간들은 물론 좋아하거나 사랑하지만 그래봤자 그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예요. 나는 그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한순간에 망해버려도 내 기분은 괜찮을거예요. 나 자신이 도려내지거나 하는 기분은 못 느낄거예요.
6.위에 말했듯 그런 사람은 5명인데 정기적으로 만나거나...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어떻게든 동태를 살피거나 그러고 있어요. 아마 이건 아이를 걱정하는 것과 비슷한 걸 거예요. 나는 아이가 없지만요. 나의 일부분을 품고 있는 듯한 그들을 아이처럼 여기고 어떤 상황인지 체크하는 건 나 자신을 위해서예요. 그들이 자살하거나 잘못되면 그들 한 명이 잘못될 때마다 내가 5분의 1씩 사라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생기니 약간 기분이 나아지긴 해요. 책임감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고...하여간 아직 현세에 남아있는 그들을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풀리곤 해요. 볼드모트가 어떤 기분으로 호크룩스를 만들어뒀는지 이해가 가기도 해요.
7.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신기한 공통점은 별로 내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오빠 나 머리 퍼석퍼석한 것 좀 봐봐. 미용실에 좀 가야겠으니까 20만원만 줘.'같은 말을 매우 당당하게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야 그런 점도 좋게 평가하긴 해요. 하기로 작정한 구걸이라면 당당하게 하는 게 낫겠지라고 여겨요.
하지만 그런 것을 당당하게 하는 인간이 되버린 시점에서 그들은 그들의 알을 잘 깬거라고 봐요. 내가 걱정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 된 거죠.
8.글을 쓰다가 그들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지금 막 찾았어요. 거북이요. 그냥 그들이 바닷가를 천천히 나아가는 거북이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들 중 한명이 아주 천천히 바다를 향해 가는 걸 한참 보던 적이 있어요. 그걸 보는 게 좋긴 했지만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어느날 말을 걸어봤어요. 내가 너를 들어서 바다로 옮겨다 주면 우리 둘 다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냐고요. 나는 바다에 도착한 너를 보고 싶으니까 내게도 좋은 일이고 너는 힘들여 바다로 갈 필요가 없으니까 네게도 좋은 일이라고요.
그야 그 거북이는 그러자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에 와서도 그게 뭔가 대단하다고 여기진 않아요. 천천히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건 비효율의 극치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어쨌든 그런 모습이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긴 해요.
9.물론 위에 쓴 건 비유적인 거예요. 내가 정말 거북이랑 대화할 리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