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트럼프)


 1.대충 트럼프가 안 되겠거니...그런 일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진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2.트럼프가 대통령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한 건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한다고 여겨서였어요. 미국 사람들도 나만큼 미래가 어그러지는 걸 두려워하고 있을 거라고요. 현상유지를 베이스로 삼는다면 제일 무서운 건 착한 놈도 나쁜 놈도 아니라 잘 모르는 놈인 거죠. 진행자 트럼프나 사업가 트럼프, 쇼맨 트럼프가 아닌 대통령 버전 트럼프는 도저히 예측이 안 되잖아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는 거예요. 아마 트럼프 본인도 대통령 트럼프는 어떤 사람일지 잘 모를걸요.

 

 어쨌든 제일 나쁜 미래를 피하려면 불확실성만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미국 사람이 아니잖아요. 미국에서 살아보지 못했고 미국에서 백인으로 살아보지도 못했고 백인이 아닌 사람으로도 살아보지 못했어요. 오늘 이런저런 사진들을 많이 봤는데 그 수많은 사진 안에서 트럼프에게 환호하는 인간들 중에 백인이 아닌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백인이라는 상수가 의외로 컸던 걸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3.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게 끝없는 pc함에 질려버려서인지 아니면 위에 말한 대로 백인들의 응집력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인생이 불타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도 불을 지르고 싶다고 여겨서인지요. 그야 힐러리가 설령 악당이라고 치더라도 미치지는 않았잖아요. 힐러리라면 불이 뜨겁다는 사실은 잘 알테니까요. 자신의 몸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도 불을 지르지는 않을거니까요. 그리고 이제 이세상은 불이라도 나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고 믿어서 트럼프를 찍은 건지도 모르죠.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트럼프는 미친 척을 정말 잘한거겠죠. 트럼프가 불을 지를 정도로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사실은 다들 알잖아요. 트럼프가 한 공약들...세상에 불을 지르겠다는 말 중 대부분은 현실 세계에서 실현해낼 수 없어요. 솔직이 트럼프가 하는 말들이나 행동을 보면 돈을 좀 가진 보통 남자가 재미삼아 가끔 발휘하는 야만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아니 근처의 몇몇 아저씨들만 봐도 사석에서는 트럼프가 사석에서 말하던 것보다 3배는 더 더러운 말들을 하니까요.


 누군가는 트럼프의 똘끼를 과소평가하냐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트럼프의 똘끼라...글쎄요? 그런 게 있을까요?


 술자리에서 술병을 손에 드는 것까지는 누구나 하지만 술병으로 사람의 머리를 실제로 내리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걸 보고 광기의 쇼맨쉽과 광기는 별개라고 여기게 됐거든요. 



 4.휴.



 5.아니면 어쩌면 사실 트럼프는 뛰어난 사람이고 많은 통찰력있는 사람들이 정말 뛰어난 사람을 뽑은 것일 수도 있겠죠. 사실 잘 몰라서 아무 말이나 막 던져보는 중이예요. 한데 그동안 트럼프가 한 행동들을 보면 힐러리 무덤만 판 게 아니거든요. 힐러리 무덤을 한 삽 뜨면 꼭 자기가 들어갈 구덩이를 한 삽 뜨곤 했어요. 때로는 두 삽 뜨기도 했고요. 전혀 뛰어나거나 똑똑하지 않아요. 삽질을 어디에다 해야 할지도 모르고 했으니까요.


 그러고도 대통령이 됐어요. 이건 그냥 트럼프를 찍을 사람들은 트럼프의 어떤 모습을 봐도 트럼프를 찍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던 거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6.아까부터 계속 말하지만 신기해요. 말도 안 되는 악조건이잖아요. 경선 때부터 광대 취급-같은 편에게조차-을 받고 자기 자신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의 발목을 잡았어요. 그런데도 트럼프는 앞으로 나아갔죠.


 그리고 트럼프가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앞길을 막아섰죠. 그들은 처음에는 비웃는 표정으로 막아서다가 나중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막아섰어요. 민주당, 온갖 시민단체들, 온갖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들, 월스트리트, 모든(이라고 해도 좋을)언론과 방송사들, 트럼프를 막겠다고 공언하는 대기업 스타 ceo들, 잘 나가는 헐리우드 스타들, 급기야는 공화당 동료들에...그리고 심지어는 현직 대통령까지. 거의 모든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트럼프의 앞을 막아섰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모두가 똘똘 뭉쳐서요.


 방해물의 질과 양에 있어서, 잭 바우어도 이 정도의 방해물을 겪어보지 못했어요.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을걸요. 그런데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어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방해물이 이 정도쯤 되면 위에 말한 뛰어나다거나 똑똑하다거나 한 건 사실 의미가 없죠.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 이야기에선 위에 쓴 모두가 트럼프를 빛나게 해준 조연이고 트럼프가 주인공인 거예요. 


 이런저런 말을 쓰긴 했지만 트럼프는 그냥 다음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디뎌야만 할 징검다리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징검다리를 거쳐가길 원하니까요.



 7.헌터헌터란 만화에서 패리스톤 힐이란 녀석이 나와요. 특별하고 강력한 12명의 간부들이 모인 방에서 녀석이 협회 회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다른 간부 11명 모두가 반대하는 장면이 있죠. 11명중에 11명이요. 


 그러자 녀석은 자신을 반대하는 다른 11명들에게 여유만만하게 말해요. '너희들은 그래봐야 11명.'이라고요. 


 


 저 밖에는 너희들처럼 특별한 인간들이 아닌 보통 사람이 아주 많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자신을 회장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요.








    • 3. 아무것도 바꿔주지 않는 PC함에 질려버리고, 같이 죽자ㆍ결말을 알수없는 축제를 벌이자의 심리도 컸던 것 같아요. 고소득층이 트럼프를 택한 이유는 또 다르겠지만요.

      암튼 아침에 일어나서 누운채로 몽롱한 눈으로 뉴스를 보는데 퍼뜩 트럼프를 택한 이유들을 알 것도 같았고, 이러면 어떠하리 저러면 어떠하리 어차피 난 언젠가 죽을거고 세상 망하든 말든, 트럼프 퍼포먼스나 구경하자 힐러리였으면 이런 갑작스런 흥미 안들었을텐데, 가만 마이클무어가 한 리얼리티쇼 얘기가 바로 이런 거로군, (연설화면 보며) 트럼프의 장점은 영어능력이네 말할때 제스처는 뭔가 구리지만 영어 하니 있어보이네 큭, 젊을때 잘생겼군 누구 닮았는데 생각이 안나네 제레미애봇? 오웬윌슨인가, 트럼프는 좋겠네 '전세계인의' 기대치가 0도 아니고 -니 좀만 괜찮게 해도 뭐잘하는구만 소리 들을 판, 뭐 이런 허섭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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