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반전)


 1.지난 토요일엔 집회에 갔는데 친구가 청와대로 돌진하고 싶은지 차벽을 좀 살펴보러 다니자고 말했어요. 광장을 지나 구석구석 돌아봤지만 당연히 청와대로 가는 쪽에 틈새같은건 없었죠. 사실 그럴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친구를 따라다녔어요.


 차벽과 경찰들이 너무 가까이 있는 건 좀 불편해서 여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다 살펴봤으면 그만 가자고 했어요. 그러자 친구가 이상한 대답을 했어요.


 '응? 자네 이제 죽어도 상관없는 거 아니었나?' 라고요.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왜 내가 죽어도 상관없지?'라고 하니 친구가 대답했어요.


 '자네 주식이 떨어졌던데. 그럼 네가 평소에 떠들고 다니던 말에 의하면, 이제 죽어도 되는 거 아닌가.'



 2.휴...그래요. 주식이 떨어졌어요. 권력이 줄어든 거죠. 권력을 써버린 거면 차라리 괜찮았을 텐데 써보지도 못한 권력이 줄어드는 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요즘은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어요. 


 '그럼 주식이 오르면 뭘 하는 거지?'라고 묻는다면...그야 역시 술집에 가죠. 물론 술은 안마시고요. 주식이 오르든 떨어지든 술집에는 가지만 술은 주식이 떨어졌을 때 마시는거죠. 


 특히 지난주와 이번주는 엄청난 짜증을 느꼈어요. 술이 많이 취하면 마치 파일럿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나의 정신과 몸이 분리되어서 내가 내 몸에 탄 파일럿이 된 듯한 기분이죠. 내 몸이 타인이 보기에 이상하게 거동하지 않도록 잘 조종하는 임무를 맡은 파일럿이요. 


 어쨌든 최근엔 그런 기분을 연달아 느끼다가 어제는 결국 아파서 드러누웠어요. 그럴 때는 병약하게 태어난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상상해 보게 돼요. 한 순간 한 순간이 이렇게 힘든데 매일 이런 컨디션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고요.



 3.어쨌든 친구가 매긴 일침에 대해 반박할 말이 없었어요. 나는 늘 건방졌지만 올해는 그게 너무 심했거든요. 


 올해의 어록이 몇 개 떠오르네요. 일단 지난번 듀게에 쓴 '나는 현실 세계에서 승리하는 중이라고!'가 있네요. 3분기 즈음해서는 술집에서 서비스로 맥주를 내오면 '업그레이드 된 나는 이제 맥주같은 술에 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어. 다신 이런 거 가져오지 마.'라고도 했고요. 주식으로 돈을 잃은 아저씨에게 '저런! 신이 던지는 돌을 못 피하셨어요?'라고도 했는데...


 신이 던진 돌은커녕 최순실따위가 던진 돌도 피하지 못했어요. 한심한 일이죠. 심지어는 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말이예요. 쳇. 저거 말고도 올해에 새로 한 건방진 말들이 두어 개 더 있긴 한데 그건 쓰지 말아야겠어요. 너무 건방져 보일 거 같아서요.



 4.휴.



 5.친구가 말했어요. '넌 올해 너무 자신감이 넘쳤어. 건방졌지. 세상이 그렇더라고. 꼭 한 번씩 뒤흔들어 놓지.'라고요. '내 자신감을?'이라고 하자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너 같은 인간들의 자신감을.'



 6.대화하다가 여행 얘기가 나왔어요. 친구가 다음 달엔 뉴욕에 갈 거라고 했어요. 친척동생이 뉴욕에 간다면서요. '그럼 '네가' 뉴욕에 가는 목적은 뭐지?'라고 물었어요. 정말로 친구는 뉴욕과 상관없는 거 같아서요. 그가 대답했어요.


 '나도 쉑쉑버거 한 번 먹어보려고.'


 한국에 있으면 올해 안에는 쉑쉑버거를 먹지 못할 거 같아서 뉴욕에 간다는 친구를 보며 사실은 이 사람도 자신감과 건방짐이 넘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7.하아...하여간 11월에 들어서 텐션이 떨어지고 있어요. 어쩔 수 없죠. 



 ......................라고 하면서 이 글은 끝날 예정이었어요. 원래는요. 아침에 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나가려 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급히 글의 소제목을 반전으로 바꿨어요.



 8.아 그야 물론 이건 나쁜일이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예요. 그럼 더더욱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걸어나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흠. 흠. 언젠가 썼듯이 방산주를 미친 듯이 샀잖아요 나는. 붉은 불기동이 보이니 트럼프를 미워하기가 좀 미안해요.


 생각해 보면 나한테 트럼프가 뭐 나쁜 짓을 한 건 없거든요. 없어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나도 없단 말이죠.


 아 그야 물론 트럼프는 나쁜놈이죠. 나쁜놈인데...흠.............................................................................................복잡하네요...나가볼께요. 다행히도 비틀거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 이 게시판에 나 본 사람 많으니 목격담 궁금하면 어디서 뭐하고 노는지 물어보고 다니면 될 텐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제대로 하고 살지 뭘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댓글을 왜 다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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