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째 배낭여행... 우울증이 찾아오다
목적지 없는 배낭여행을 한지 3달이 지났어요. 그동안 느꼈던 외로움과 서러움, 그래도 다양한 자연과 지역들을 경험하는 재미로 참을만했는데 이제는 막 올라오네요.
몸은 아프지 않지만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침대에서 하루종일 누워있고 싶어요. 나름 여행을 꽤 했었는데 이제는 산은 산이고 바다는 바다고, 관광지는 다 비슷하게 느껴져요. 어디 여행했고 이제는 어디 가냐 하는 뻔한 대화도 지겹고. 이제는 낯설고 새로운 것에 마음이 거부를 하는 것 같아요. 여행 시작했을 때는 스페인어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제는 싫어요. 그냥 한국어하고 영어만 하고 살래요. 익숙한 게 정말 그리워요. 친구들, 살던 집, 자주 갔던 언덕, 내가 아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곳, 경치 좋은 버스 노선, 음식...
여행 같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부러워요. 전에 배낭여행을 했었을 때는 그 때는 스케쥴이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몇 달동안 여행도 같이 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모두다 스케쥴이 이렇게 다른지. 액티비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나머지는 다 혼자서 했어요. 한국 사람은 커녕 아시아인도 거의 없었던 중미에서는 뭔가 더 외롭게 느껴졌네요.
이 낯설고 멀고 먼 도시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뭔가 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기분이 드네요.
그래도 자유롭게, 대책없이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 있어서 감사해요. 이렇게 앓고 나면 다시 기운도 회복이 되고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겠죠.
근데 아무것도 안하는데 돈이 자동으로 나간다는 사실... (하필 왜 비싼 도시에서!) 생각을 말아야겠죠 ㅠ
변화가 필요할 거예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저는 남들 못하는 무슨 특별한 기회가 저에게 있었던 거라곤 생각 안해요. 내가 선택한 것에 대신 잃어버리는 것들도 있더라구요. 잘 다녀오세요. 금방 괜찮아 지실거예요.
어떤 분은 여행 일주일만에 우울증이 왔다는 얘기도 하셨죠. 금방 괜찮아지실 겁니다.
아 다들 감사해요. 몇 일동안 밖에 안나가고 하루종일 호스텔에서 뒹굴거리면서 영화보고 비싼 한국 음식 좀 먹고 푹 쉬니까 좀 낫네요. 친구들하고 가족하고 이야기한 것도 도움이 됬고요.
분명 zoro님이 말하신데로 선택에는 기회 비용이 있다는 거에 동의해요. 아무리 좋아 보이는 선택이라도 완벽하지는 않죠. 다 가질 수는 없나봐요.
요즘은 배낭여행 1년 이상씩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3달이 그렇게 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에너지가 은근히 많이 나가는 일이였어요. 이제 다시 기운내서 남은 여행 신나게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