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라식을 하면서 아쉬웠던 건 안경을 안 낄 때의 그 흐릿흐릿한 풍경, 그리고 그 때의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없으리란 것이었어요.

빛도 퍼져보이고 모든 게 뚜렷하지 않은 그 시각적 경험과,

현실에서 퇴근! 한 듯한 해방감이 있었거든요.

대신 아침에 일어나 벽시계를 볼 수 있는 기적을 얻었지요.

요새 점점 눈이 나빠지고 어제부터 몸도 엉망이 되니 오늘은 정말 눈이 잘 안 보이더군요. 낯선 동네에서 표지판 글씨가 잘 안 보이니까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안경을 끼고 벗을 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었지만 이번엔 내게 닥친 불행과 그게 주는 불안 같았으니까요. (+더불어 아까운 내 라식 수술비!!돈!!)

눈 나빠지니까 하지 말라는 것들 -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보지 마라, 어두운 데서티비 보지 마라, 하는 것들을 스마트폰을 갖고 온종일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긴 해요. 거북목도 함께 오셨지요.

눈은 점점 나빠지고 목은 점점 앞으로 나오고 엄지 근육과 손 끝의 감각은 점점 발달하는, 이상한 진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불을 들고 두 발로 서는 인간이 되었으나 결국 이런 꼴이라니.
    • 라섹을 하고 5년차인데 첫해에는 1.2-1.0이 나왔는데 4년차가 되니 1.0-0.8이 나왔습니다. 지난번 건강검진할때는 0.8-0.5가 나와서 안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 다른 병이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안과에 갔더니 1.0-0.8이 다시 나왔습니다. 의사 말로는 건강검진때 정확히 거리를 안 맞췄을수도 있고, 피곤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피곤하면 확실히 눈이 좀 침침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안경쓸때는 잘 못 느꼈는데, 안경을 벗게 되고 나이가 드니 피곤하면 확실히 눈이 좀 안보입니다.

    • 확대된 세상에 삽니다 안경 낀 오밀조밀하고 정확히 보이는 세상보다는 흐리고 커 보여요.


      극장 빼곤 뭐 별일 없이 사는데 보이는 것만 안다더니 꼭 내 사는게 그런 듯.


      아래 독립이야기도 그렇고 위로 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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