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일화)


 

 1.심심하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심심한 인생은 내가 노력해서 가질 수 있던 인생 중에선 그나마 좋은 편인 인생일 테니까요. 어쩌면 내게 주어질 수 있는 인생들 중엔 제일 좋은 편일지도 모르죠.



 2.그러나 이런 걸 안다고 해서 기분나쁘고 심심한 게 사라지는 건 아니예요. 이럴 때는 나에게 일어났을 수도 있었던 어떤 나쁜 일들을 상상해 보곤 해요. 그리고 적어도 그런 일을 겪고 있지는 않는 나를 보면서 기분이 나아지도록 노력하죠.



 3.일어난 좋은 일은 좋은 일이 아니예요. 좋은 일은 일어나는 순간 당연한 일이 되어버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일을 생각해 보기도 해요. 좋은 일 1이 1년 안에 일어날 확률 12%...2년 안에 일어날 확률 21%...3년 안에 일어날 확률 35%...그리고 좋은 일 2가 1년 안에 일어날 확률 어쩌구 하면서 그냥 멍하니 있어요. 그야 다른 걸 할 수도 있겠죠. 좀더 가치있는 다른 일이요. 하지만 안 해요. 왜 안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트레이너에게 말했듯이 잘 보이고 싶은 여자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죠. 잘 보이고 싶은 여자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잘 보일 의욕이 안나거든요.



 4.휴.



 5.이런! 넋두리가 길게 이어지네요. 요즘 있었던 일 두개를 써보죠.



 6.피트니스에 갔는데 사우나쪽에서 일하는사람이 지나가다가 혹시 웹툰 하는 분 아니냐고 물어봤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경계레벨이 맥시멈으로 치솟았어요. 언젠가 말했듯이 인생을 모듈화시키는 나는 이곳에서 절대 작가 얘기를 꺼낸 적 없거든요. 아무리 친해진 회원에게도요. 대체 어떻게 어떤식으로 알아낸거지 싶어서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었어요.


 결론은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어요. 영수증에 사인한 걸 보고 웹툰을 하는 분 아닌가 싶어서 물어봤다고 해서 안심했어요. 이곳에서 사인하다가 안 사실인데 카드결제를 하고 사인을 할 때 계속 선이 이어지면 사인하는 시간에 제한이 없더군요. 어쨌든 그래서 여기서 뭘 결제하면 디지털 서명을 하면서 사람을 하나씩 그렸거든요. 아마 영수증 정리 업무를 하는 걸 지나가다 본 것 같아요. 


 휴.


 그런데 언젠가 말했듯이 거짓말은 하지 않아요. 내가 먼저 말하지 않는 건 있지만 누군가 질문을 해오면 거짓말은 안한다는 걸 몇년째 지키는 편이라서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림은 취미로만 합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웹툰에서 글만 담당하고 있으니까 저 말은 웹툰을 한다는 질문을 부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여기서 '그래서 웹툰을 한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그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잖아요?'라고 물어오면 어쩔 수 없이 웹툰 연재를 한다고 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더이상 물어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7.어쩌다보니 원래 가지 않던 곳 9층인가 8층에 가게 됐어요. 거긴 홀이었는데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어요. 아무리 봐도 장식용이었지만 뭐 나는 손님이니까요. 약간의 억지는 부려도 될 것 같아서 뚜껑을 열어봤어요. 그리고 건반을 눌러봤는데 소리가 너무 커서 놀라버렸죠. 그냥 조율이 되어있나 안 되어있나를 알아보려고 눌러본 것 뿐이었거든요. 흔히 말하는 '건반이 가벼운 피아노'란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하고...요즘 연습하는 곡을 한번 쳐봤어요. 조율은 잘 되어 있었어요.


 좋은 피아노란 건 정말 좋은 거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건반을 누르는 순간 해당되는 음이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등장하고 손가락을 떼는 순간 바로 자리를 비켜주듯이 퇴장하는 느낌이었어요. 이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만으로 실력이 올라간 것 같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느낄 때쯤 직원이 와서 이 피아노는 전시용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연주를 그만두고 일어났어요. 아쉬워하는 척 하면서요.


 여기서 사실은, 그 타이밍에 그 직원이 나타나줘서 다행이었어요. 거기까지가 내가 연주를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거기서 조금만 더 나갔으면 손이 꼬여서 버벅대거나 연주를 멈추고 일어나야 했는데...그건 좀 어색해잖아요. 마침 직원이 와서 말을 걸어 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어요. 아마 내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저 사람은 나머지 부분도 잘 연주할 수 있는데 직원이 말려서 안한 거겠지.'라고 생각했겠죠. 쪽팔리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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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전시용 피아노를 왜 조율해 둔 건지 물어보고 올 걸 그랬어요.








    • 연주하신 곡이 무슨곡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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