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아도

1.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시대를 황금의 시대, 은의 시대, 청동의 시대, 영웅의 시대, 철의 시대로 나눈다고 하는군요. 황금의 시대에는 황금의 종족이 살았고, 황금의 종족은 늙어지지 않았고 힘들이지 않아도 추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철의 시대라고 하네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후보가 되면서 하는 이야기가 바로 "Make America Great Again"입니다. 미국은 위대하지 않으며 예전에는 위대했다는 것이죠. 그러니 예전으로 돌리자는 것입니다. 네, 삼사십년 전에는 디트로이트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았고, 백인 남자가 석달 일하면 미국 등록금을 충분히 벌 수 있었고, 백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조직 내에서 충분히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죠. 그러나 백인남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1970-1980년에, 흑인들은 여전히 깊이 차별을 받아 백인지역에 집을 사는 것도 어려웠고, 백인 여성들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비롯해서 여성 파업, 여성행동연대등 힘겨운 싸움을 이끌고 있었죠. 누군가에게 황금시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투쟁의 시대였지요.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제 젊은 미국인 친구와 이야기하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이 친구는 나이든 세대들이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과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그 사람들이 그 때 젊었었기 때문이야."


그때 그 사람들은 젊었지요. 황금의 종족이 늙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운동하지 않아도 팔다리에 근력이 있고, 관리하지 않아도 눈동자에서 빛이 났죠. 그것이 투쟁이든 혹은 직장생활이든 자신들의 젊었을 때 행동은 무협지처럼 아름답게 기억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그 시대는 그렇게 번쩍이지 않았는데 말이예요. 


http://www.nytimes.com/2005/07/03/business/yourmoney/were-the-good-old-days-that-good.html?_r=0


2. 인터넷을 보다 보면, 사람들이 '황금의 시대'를 바라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무엇인가 큰 건이 터져서 황금의 시대가 와주길 바라는 심리 말이예요. 그리고 정치인들이 뭔가 큰 건을 터뜨려주지 못할 것 같으면 실망하죠. 그리고 전두환 때, 박정희 때 경제성장률 높았던 이야기를 합니다. 황금의 시대를 그리워하죠. 자신들이 젊었던 시절을.


그런데 이제 전 황금의 시대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가 왔다고 봐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나씩 보태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빅 쇼트'에서, 벤 리켓 (브래드 피트 분)이 이런 말을 하지요. 실업율이 1% 올라가면 4만명이 죽는다. 그러니 니네가 지금 큰 돈을 벌었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지 말라고요. 


https://www.quora.com/The-Big-Short-2015-movie-Is-it-true-what-Ben-Rickert-Brad-Pitts-character-said-that-40-000-people-die-when-unemployment-goes-up-by-1 (이 링크에서는 그건 세계 전체로 쳤을 때 그렇다고 설명하지요.)


한국경제에 활로가 안보이는 것 같고, 누가 정권을 잡아도 고생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전 이 문구를 생각해요. 단 1%의 통계 차이만으로도 그 숫자 아래 엄청나게 많은 사연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금이 철의 시대임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들을 쌓아나가면 되지않는가 하고요. 


3. Woodkid의 The Golden Age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WxyQlWolTI


Walking through the fields of gold

In the distance, bombs can fall

Boy we're running free

Facing light in the flow

And in the cherry trees

We're hiding from the world

But the golden age is over

But the golden age is over


Boy, we're dancing through the snow

Waters freeze, the wind blows

Did you ever feel

We're falling as we grow

No I would not believe

The light could ever go

But the golden age is over

But the golden age is over


Listen, I can hear the call

As I'm walking through the door


Did you ever dream

We'd miss the mornings in the sun

The playgrounds in the streets

The bliss of slumberland

Boy, we are family

No matter what they say

But boys are meant to flee

And run away one day


When the golden age is over

When the golden age is over

But the golden age is over

The golden age is over

    • 정말로 좋은 글입니다. 촌철살인에다 따뜻하기까지 하네요. 겨자님 감사드립니다.
    • 벨 에포크도 식민지 착취를 통한 번영기였을 뿐인데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렀죠. 황금기에 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마크 트웨인은 '도금 시대'라고도 했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0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4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4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0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7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5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9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6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8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