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에도 "목표 완전 침묵."(환호) "아! 목표 재기동!" (탄식)같은 대사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서둘러 걸어가며 대화하는 주인공을 카메라가 따라가는 이런 장면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뭉친 이야기입니다. 도쿄에 사도(고지라)가 출몰하고 자위대가 공격 실패하자 '야시마(야시오리) 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고지라에선 인류의 결전병기 에반게리온같은건 없고 양복쟁이 공무원들만 즐비하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은유가 강하게 베어있는 작품입니다. 911 이후의 미국, 세월호 사건 이후의 한국과 마찬가지의 상황이겠지만 이번 작품은 원폭에 대한 공포라는 고지라의 전통적 주제를 후쿠시마 사태라는 새로운 주제로 대체한 느낌이 듭니다. 영화속 고지라가 출몰한 11월 3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을 빗댄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입니다.
일본의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띕니다. 초반에 총리를 위시한 내각이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은 일종의 코미디같습니다.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기다란 이름의 조직이 생기고 다들 알록달록한 점퍼를 챙겨입은 모습들은 의도하지 않게 실소가 터지게 합니다. 으뜸은 고지라를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의 발사 허가를 무려 다섯단계(그중 두단계는 총리 바로옆에서)를 거치는 장면입니다.
직접적인 희생자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고지라의 단한번의 폭주로 천만명의 피해자가 생겼음을 슬쩍 알려주는 연출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더욱더 공포스럽습니다. 대재난의 와중에도 도쿄의 이재민을 다른 지역이 맡아야 하는데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은 실제로도 있었겠지요?
앞서 말한대로 에반게리온이 없는 상황에서 해결역시 실제 후쿠시마 사태때의 판박이입니다. 방사능 피폭을 감수하고 노심을 냉각시키기 위해 돌입하는 작전을 주인공인 야구치가 대원들에게 고개 숙여 부탁하는 장면에선 참담한 심경이 느껴집니다.
'Godzilla Resurgence'라는 초기 영문 제목대신 'Shin Godzilla'를 그대로 쓴건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가 망해서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메카트로닉스가 아닌 CG만으로 구현했다는 고지라의 모습과 움직임은 "이런 미친 덕후같으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인물들의 대사가 광장히 빠른건 정치인, 관료들의 현실적 모습과 비슷하게 하려고 감독이 '소셜 네트워크'를 배우들에게 보여주며 연기주문을 해서라는군요. 일본어에 영어자막, 거기에 안노 특유의 명조체 자막과 그걸 해석한 영어자막까지 붙어 화면은 엉망이 되어버렸고 그걸 읽느라 악전고투하는 두시간을 보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희망적이고 지진을 겪은 일본인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듯 합니다. 관료주의, 매뉴얼 위주의 대처를 꼬집는 듯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겪은 한국인으로서 그런 모습조차 부럽다는 느낌을 받은게 사실입니다.
속편을 만들기 너무나 좋은 결말이고 일본 흥행도 폭발적이니 지금쯤 안노는 겐도와 같은 웃음을 짓고 있을거 같네요.